곰인척 하는 여우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
아이유 <스물셋> 가사
아이유 스물셋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아이유는 왜 이런 가사를 넣었을까. 잘은 모르지만 나는 이 가사를 보면서 아이유가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러나온 고민들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른들과 살아서 그런지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 그래도 어디 가서 이쁨 받으려면 곰보다 여우가 낫지~" 혹은 " 곰 같은 며느리보다 여우 같은 며느리다 백배 나아"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은연중에 곰은 나쁜 것, 여우는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고. 나는 여우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인식은 틀렸다. 둘 중 하나가 되기보다는 때에 따라 곰일 수도 있고 여우 같을 수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직장 생활은 눈치가 8 할이다
회사에서 일을 잘 한다 하는 사람들은 다 장착하고 있는 무기가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눈치'라는 거다. 이게 어마어마하게 큰 무기다. 일을 하다 보면 많이 듣는 소리가 "눈치껏 해라"라는 말이다. 심지어 일을 특별히 잘하지 않아도 이 눈치만 있다면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눈치가 없는 편이다. 나도 꽤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아서 눈치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가진 눈치로는 많이 부족한가 보다. 눈치랑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이 '센스'라는 말인데, 나는 센스 없다는 소리도 좀 들었다. 누군가는 나더러 센스는 타고나는 것이라며 너는 타고난 것 같지 않으니 이미 글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눈치와 센스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개발이 된다. 눈치가 1도 없는 사람은 처음에는 많이 고생을 하겠지만 나중에는 보통 정도는 생길 것이다.
직장에서는 곰과 여우 중 누가 유리할까. 굳이 따지자면 여우가 유리하다. 여우는 눈치가 백단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오늘 상사가 기분이 나쁜지 좋은지 정도는 금방 알아챈다. 심지어 그 이유까지 알아채는 사람도 봤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도 잘 안다. 사람들이 조금 피곤해 보인다 싶으면 커피를 타다 준다거나 자신에게 시킬 일을 먼저 알아 이미 처리해 놓는다거나 그 외 사소한 것에서도 사람들의 손을 덜 가게 만든다. 쉽게 말해 분위기를 빨리 파악해 지금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아는 사람들이다. 요즘 말로 하면 낄끼빠빠를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곰인척하는 여우
그렇다면 우리는 여우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만약 자신이 곰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생각보다 회사에서는 대놓고 여우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곰인척하는 여우 여야 한다. 내가 아무리 모든 것을 다 읽고 있다고 쳐도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거다.
곰과 여우 둘의 장점을 적절히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눈치가 빠르고 센스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르면 무조건 유리하다. 그러면서 곰처럼 우직해야 한다.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곰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 일단 말 수가 별로 없고, 성격이 그렇게 살갑지는 않다. 하지만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사람이 오히려 더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성격이 여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눈치를 좀 기른 곰이었다. 나는 나한테 유리한 쪽에 붙을 줄도 모르고 애교를 부리는 성격도 못된다. 그런 나한테 회사 생활에서 줄타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선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했다. 능력으로 승부 볼 자신이 없으니 줄을 잘 타려고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하기도 했다. 줄을 잘 잡아야 한다는 그 선배의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거다. 그냥 내가 그런 게 싫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른 거니까. 나는 곰이 더 편하다. 그리고 살다 보니 이런 곰도 장점이 있다고 격려해 주는 사람도 만났다. 물론 그분도 같은 곰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