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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틀무렵 Apr 29. 2022

나이를 셈하여 보다.​

- 나이 세는 방법의 통일을 기대하며

나이를 셈하여 보다.

우리나라는 특히 나이를 셈하는 법이 여러 가지이다.

세는나이, 연 나이, 만 나이.

세는나이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는, 보통 우리(한국) 나이로 몇 살이다 할 때 쓰는 나이.

연 나이는 서양에서 쓰는, 태어나서는 영살, 일 년 지나야 한 살이 되는 나이 셈법이고,

만 나이는 알다시피 생일까지 따져서 세는 나이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나이를 셈하는 기점일을 양력으로 하느냐, 음력 설날을 기산점으로 할 것인가에 따라 

연초 한두 달은 나이가 헷갈리기도 하거니와 '이번 설 쇠면'이라는 조건을 붙여서 나이를 말해야 하기도 한다.


또한 연초에 태어난 사람은 양력과 음력의 연도가 달라질 경우, 양력 또는 음력으로 셈할 것인가에 따라 

한살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특히나 실제 출생과 호적상의 출생이 다른 경우가 많은 우리 세대는, 

때와 경우에 따라 여러 나이가 될 수도 있다.


스물두어 해 전 마흔이 임박해져 가는 삼십 대의 마지막 해 그때 나이, 서른아홉.

마흔이라는 나이는 정말 다가가기 싫고 넘기 싫은 나이였다.

마흔은 청년기와 장년기를 구분 짓은 나이.

마흔은 왠지 쉰내가 곰팡내가 나는 것 같은 나이.

사회 초년병 시절에 모시던 마흔의 상사를 보며, 저분은 밤에 부부생활이 가능할까 했던 신체 쇠락의 나이. 

-이 생각은 육십이 된 지금에도 돌아보니 나의 어마한 무지와 곡해였다.


그리하여, 마흔이 넘기 싫은 나의 잠재는, 나이 셈법 중 가장 유리한 것을 편리한 데로 갖다 붙였으니,

세는나이 마흔 일 때는 '아니야 내년이 되어야 진짜 마흔이지'하며 일 년을 보냈고,

그다음 해는 '아니야 만 나이로는 아직도 마흔이 아니야'하면서 또 반년 이상을 버티었고,

드디어 입성한 만 나이 마흔에는 법적 나이를 갖다 붙이며 또 일 년을 버티었으며,

이리저리 대략 삼 년에 걸쳐 버틴 마흔의 벽에서 드디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흔이다라고 선언을 했을 

즈음에는 스스로도 내 나이가 헷갈리는 지경이 되었을 정도였다.


또 이십여 년이 흐른 얼마 전 예순의 나이.

예순의 나이도 마흔의 나이만큼 넘기 싫었던 나이였으나,

넘기를 주저하며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매어 잡았던 마흔의 그 시간과는 사뭇 달랐다.

한甲子를 무사히 보냈다는 의미에 還甲이라는 거창하고도 거추장스러운 이름을 붙여놓으니,

가족과 주변들이 수시로 햇수와 날수를 꼽아세다보니 마흔의 시간처럼 혼자의 것이 되지 못했고,

따라서 버티어 지체되지 못한 채 곱다시 제때에 넘고야 말았으니 애석(?)하다 아니할 수없다.  

        

  "그래 너는 몇 살이나 되었다더냐. 그러자 그녀는 아무 어렴성없이 아는 대로 대꾸했다. 지 에미가 그러 

   는디 제년이 작년까정은 제우 여섯살이었대유. 그런데 시방은 장 모르겄유. 늬가 늬나이를 모른다 허

   느냐. 예 어떤 이는 하나 늘어서 일곱 살이라고 허딘디, 또 누구는 하나먹었응께 다섯 살 이라구허더던

   유." (이문구의 관촌수필中에서..)


그렇다. 저 능청스러운 일곱 살 백이의 말처럼, 나이를 한 살 먹으면 나이 숫자는 줄어야 하지 않는가?

초등학교 일 학년에 배운 산수-사과가 다섯 개 있는데 한 개를 먹으면 네 개가 남는 게 진리인 것처럼,

나이도 한 살 먹으면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아직도 설이 지나야 진짜 새해가 왔다는 오랜 생각 습관이 남아있는 우리 세대이니,

‘이번 설 쇠면’이라는 가정도 필요 없는 지금.

이제 우리 나이가 몇인가? 예순 하나인가? 예순둘인가?

六十甲子환갑이 지나고, 한해 더 나아갔다는 進甲까지 지났으니 이제는 다시 거꾸로 가면 어떨꼬?

그러면 올해는 세는나이로 다시 예순 하나가 된다. 그다음 해는 예순, 쉰아홉, 쉰여덟.....


최후의 승자는 영(零) 살이 될 때까지 셀 수 있는 사람이다.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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