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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틀무렵 Dec 26. 2022

아바타 2, 그리고 ‘노인의 전쟁’

 아들이 프리미엄 영화관 티켓을 주기에, ‘메가박스 스위트룸’에서 아바타 2를 3D로 보았다. 처음 가 본 프리미엄 영화관은 좌석도 편안하고 쾌적하였다. 영화의 대단함이야 내가 말할 것이 아니고, 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 읽은 소설이 떠 올랐다.

      

 SF영화는 사족을 못 쓰지만, 소설은 관심이 없었는데, 지구 생명체뿐 아니라 외계생명체(있을 것이 확실한)의 크기와 모습도 물리학의 법칙에 따른다는 것을 주장하는 ‘생명의 물리학(찰스 S. 코켈)’이라는 책에서 언급된 책이 있어 처음으로 읽어 보았다. ‘노인의 전쟁(존 스칼지)’이라는, 제목이 다소 철학적 냄새를 풍기는 SF소설이다. 아바타를 보면서, 영화가 이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계로 나아가 새로운 육체를 얻어 전쟁을 치르는 것, 그리고 새롭게 얻은 피부도 녹색이라는 것.

      

 소설은, 먼 미래 인류가 아득한 외계 은하에 건설한 지구 식민지를 방어하거나, 새로운 외계 행성을 침략하여 식민지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우주 개척방위군’을 모집하고 전쟁을 하는 이야기이다. 지구의 인간이 65세가 되면 사전에 지원신청을 해놓고, 75세가 되면 우주 개척방위군에 입대한다. 남녀 모두 가능하다. 지원해놓고도 마음이 바뀌면 75세가 되기 전에 입대를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포기하면 재산도 국가에 귀속되고 직업도, 연금도 아무것도 없는 ‘법적 사망자’로 지내야 한다.

      

 입대하면 자신의 DNA를 복제한 젊은 육체에 뇌의 기억을 송두리째 이식하고, 복제된 몸은 인체공학적 여러 장치가 추가되어 기존 인간보다 키도 크고, 힘도 몇 배, 높이 뛰는 것도 몇 배로 향상되는 등의 높은 신체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과거의 늙은 육체는 뇌사상태로 얼마간 방치되다가 폐기(?)된다.


 입대자는 다시는 가족과 만날 수도 없고 지구로 돌아올 수도 없다. 순간이동으로 먼 우주로 이동하여 전쟁에 투입되는데 10년을 근무하면 식민지 외계 행성에 정착하여 안락한 노후를 지낼 수 있다. 사랑도 하고 과거의 애인을 젊은 시절 모습으로 만나기도 하며, 마음에 드는 상대끼리 마음껏 사랑도 한다. 대우도 좋다. 그러나 전쟁 중 사망할 확률이 무려 80% 정도다.

     

 혹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위의 이야기가 실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원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지구의 삶을 그대로 살아갈 것인가?


 내 생각을 먼저 말한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원할 것이다.

 우주는 끝없이 나의 호기심과 탐구를 자극하는 영역이다. 책을 통해 얻는 단편적 지식-이마저도 확실한 진실을 담보하지 못하는-은 자주 상상의 영역으로 이끌곤 한다. 우주 저편에 있는 별과 거기에 있을 것 같은 생명체를 상상하다가, 반대로 거기에서 바라보는 ‘칼 세이건’이 말한 ‘창백한 푸른 점’의 지구, 거기에서도 티끌도 되지 않는 인간 중의 하나라는 생각에 미치면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종교적 영역까지 들어가기도 한다. 우주의 다른 세계, 결국 내가 태어난 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생을 마치리라는 억울한 마음은, 이를 통해 풀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바타는 SF영화이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생각된다. 주인공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전쟁을 벌인다. 비록 큰아들은 잃었지만, 끝내 승리하고 이렇게 독백한다. “아버지는 지킨다. 그것이 존재 이유다.” 75세면 자식을 지키기보다는 반대의 경우가 될 나이이고 아내도 나를 지금보다는 성가신 존재로 여길 것이니, 그런 지켜야 하는 아버지로서의 존재의 의미가 옅어짐은, 선택에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 완벽한 새 육체, 광대한 우주로의 여행, 장대한 경험, 덤으로 사는 새로운 시간….

정녕 경이롭지 않을까?

다만 우주로 떠날 때 눈물 한 방울은 흘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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