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틀무렵 May 04. 2022

좀 오래된 회사원 시절 이야기

- 개 목걸이

개인 통신 수단이 일반화된 시절부터 개 목걸이로 불리던 것들이 있다.

삐삐가 나오면서부터 그랬고, 휴대폰이 몸의 일부분으로 완전히 고착된 지금에야말로 그러한 이기(利器)

들이 인간을 속박하는 개목걸이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 어디에 있던 연락이 안 될 수가 없고, 뭐 딴짓(?)이라도 하려면 띠리링 울리는 전화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니, 개를 속박하는 목걸이처럼 인간을 구속하는 개목걸이임에 틀림이 없다. 근본적으로 속박의 속성을 가진 그 무엇들은 인간의 자유를 앗아가는 부정적인 측면만을 보았을 때는, 개의 목걸이와 같은 것이다.     


게다가 휴대폰의 원래 통화를 하고자 하는 목적보다 그 기술의 자투리로 남은 기술로 어설프게 만든 문자 메시지라는 놈이 휴대폰의 주된 사용 목적인 통화 기능의 본말을 전도할 만큼 가공할 파워가 발하는 터에, 그것이 지금의 나의 업무 특성과 딱 맞아떨어져서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문자 소리에 어떤 날은 잠을 설치기가 일쑤요, 또 이 문자 메시지라는 것이 받고 싶지 않다고 받지 않을 수 없는 일방향의 통신이니 개목걸이의 위력에 위력을 더하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도 사람은 사람 나름대로 방어본능이 작동하여, 나의 휴대폰에는 보내는 사람에 따라 스트레스성 

문자를 보내는 발신자, 반가운 문자를 보내는 발신자 등 나와 관계된 사람별로 그 도착 소리를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 발견하여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음이 다소의 위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침 출근 시마다 스스로 개목걸이를 하나 더 목에 두른다. 

그것은 사원증이다. 


이놈이 있어야 회사에 출입할 수 있고, 구내식당에서는 돈을 내듯이 ‘삑’ 소리를 기계에 갖다 바쳐야 밥이라도 먹을 수 있다. 어떤 이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신용카드처럼 지갑에 넣기도 하지만. 가끔씩 휴대폰과 같이 두고 화장실이나 다녀오다가 출입문을 열지 못해서 엘리베이터와 출입문 사이에 갇혀서 사람 나오기를 멍청히 기다린 경험도 있어, 나는 목에 걸고는 사원증을 왼쪽 와이셔츠 주머니에 쑤셔 넣은 것이 버릇이 되었다. 

주민등록증이야 범죄의 저지르거나, 나이를 농할 때 ‘민증 까!’ 할 때 외에는 쓸 일이 없지만, 사원증은 나의 분신처럼, 적어도 회사 내에서는 나의 일부로 고착이 되어있다.     


점심시간이면 구내식당을 향하면서, 어떤 이는 버릇처럼 줄에다가 손가락을 걸고 그것을 휘돌린다.

사무실에서 늘 다다닥 키보드를 치다가 갑자기 그것을 놓으면 손이 심심한 모양이다. 그러다 보면, 사원증을 넣은 플라스틱 캡의 목걸이 줄의 연결 부분이 떨어져 나가, 사원증만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기가 일쑤이다. 그럴 때마다 나오는 한 마디가 있다. 


 ‘당신. 밥줄 떨어졌다!’     


그렇다. 이것은 우리의 밥줄이다.

진짜로 구내식당에서 밥 먹을 때 필요한 밥줄이기도 하거니와, 이 사원증을 가지고 얻은 노동의 대가로 밥을 연명하니 또한 진정한 밥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근무하는 부서는 외부인 출입이 까다로운 장소라 추가로 보안카드가 하나 더 있다.

사원증과 모든 문을 통과할 때마다 갖다 대어야 하는 출입용 보안카드와 함께 플라스틱 캡에 넣고 목에 걸면. 그것도 무게라고 하루 종일 목에 걸고 있으면 목 뒤로 뭉근한 무게감을 느껴진다.     

퇴근 후 집에 가서 종일 나의 목에 매달렸던 그놈을 풀어내면 목이 시원하다.

항상 나의 삶을 옭아매고 있는 이 무게를 내려놓을 때는 순간의 해방감도 느낀다.


삶의 무게이며, 생활을 옭아매는 개목걸이기도 한 이 무게를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들지만,

매일 새벽 5시 33분 -오! 삼삼한 하루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 부스스 깨어나는 나의 목숨에,

또 이 개목걸이로 스스로를 마취시키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가자! 또 오늘이 시작되었다.‘하며......(2009.01.06)     

작가의 이전글 원효의 ‘해골바가지 물’ 같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