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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세상 Apr 11. 2022

두 가지 인생법칙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의 원제목은 ‘어떤 생애’라고 합니다.

한 여자의 살아간 긴 여정을 담은 장편소설의 제목으로는 비정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짧지요.

그 소설의 마지막 장면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가 봐....’     

늙은 유모의 입을 통해서 마치 길고도 짧았던 여주인공 ‘잔느’의 생애를 요약하듯 중얼거리듯 독백하는 말로 끝나는 이 소설을 큰 감동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이 소설의 서두인데 수녀원에서 나와(옛날 귀족의 딸들은 수녀원에서 교육을 받음) 별장에서 맞이하는 첫날밤의 장면으로 인생의 첫출발을 앞둔  꿈 많은 소녀가 자기의 앞으로 살아가게 될 온갖 신비로운 미지의 생활을 마치 자기의 커다란 생일 선물을 풀기 전에 기대에 차서 바라보듯 황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시간은 언제나 그런 미지의 미래가 무지개처럼 걸려있는 신비로운 느낌입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보다 지금 현재의 시간들이 더 훌륭하고 소망이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파상의 소설 제목처럼 인생은 너무나 짧습니다. 수녀원에서 돌아와 미래에 대한 꿈으로 밤을 새우는 쟌느에게 그 꿈이 실현되기에는 인생은 너무나 짧고 가혹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렵거나 혹은 슬프거나 몸을 지탱하지 못할 정도의 슬픔으로 밤을 지새운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슬픔으로 인해 자신이 작아지고 세상을 원망만 한다면 신이 우리에게 준 슬픔은 강건함을 지니라고 보내준 특사가 아니라 원망의 한 부류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시대는 둥근원으로 그 상태를 늘 유지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모두 끌어안고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시대는 뾰족이  튀어나와 앞서 나가는 자를 용서치 않습니다. 돌로 던져서라도 때려 넣으려고 하지요. 하지만 모든 반대편으로부터의 저항 한차례 격렬한 난리법석을 겪고 다시 원만한 원으로 다듬어지고 나면 시대는 이미 그 전과 같은 것 같지만 분명히 달라져 있는 것입니다. 이를 말은 안 해도 모두는 눈치채고 있지요.    

 

한순간 내가 솟아오를 만큼 튀는 감성과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더라도 그것은 주위에 의해 어느 정도 정돈되고 다듬어지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은 내가 다듬어지는 만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선들의 조합은 얼키설키 엉성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 같지만 역시 보이지 않는 법칙들이 나름대로 존재하며 그 법칙 안에서 우리는 꿈틀대듯 살아 숨 쉬는 것입니다.      


꿈만 꾸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짧습니다. 그러나  짧지만 강렬하게 살 수 있는 정신과 감각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그 두 가지만 있어도 우리의 인생은 풍족한 만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생은 느끼는 자에게는 짧지만 생각하는 자에게는 길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한순간을 풍미하더라도 고급스럽게 살아야 하지 않나요?      


세상을 호령하고 살진 못해도 한 번쯤은 기세 등등 나의 존재를 부각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요?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도 어느새 가고 나면 왜 이리 이루지 못한 것이 많을까 후회하게 되니까요. 얼마만큼 사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멋있게 사느냐가 더 중요할지 모릅니다.     


‘생의 질이 문제로다’라고 한 법정스님의 말처럼 참 좋은 계절을 꿈꾸는데 보내지 말고 나름의 탑을 쌓고 생각을 높이는 데 사용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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