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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세상 Oct 03. 2023

매미의 덕목으로~

가을은 소리로 달려옵니다.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이나 방안보다 더 시원한 거리에서나 가을은 그렇게 경쾌한 소리로 먼저 다가옵니다. 창문을 열면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매미소리는 특히 가을을 더 실감하게 만듭니다.


옛날 왕이 집무 중에 곤룡포를 입고 머리에는 모자를 썼는데, 이 모자 모양이 마치 한 쌍의 매미 날개를 머리 위로 단 형태로 날개 익(翼) 자에 매미 선(蟬) 자를 써서 익선관(翼蟬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왕은 정사를 보기 위해 모자를 쓸 때 매미의 오덕을 생각하여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만 했습니다.


 또한 매미의 일생은 오덕(五德)을 갖추고 있었다고 해서 군자지도(君者之道)의 상징이 되기도 했는데, 진나라의 유명한 시인 육운은 매미의 다섯 가지 덕 ‘문(文), 청(淸), 염(濂), 검(儉), 신(信)’을 칭송하기도 했습니다.


문은 일단 '배움'으로 매미의 입은 곧게 뻗어 있어 마치 글 읽는 선비의 갓 끈이 늘어진 형태를 연상, 배우고 익혀서 선정을 베풀라는 의미이며,


청은 '깨끗함'으로 매미는 이슬이나 나무의 진액 같은 깨끗한 것을 먹고살기 때문에 거기에서 청렴함을 배우라는 뜻입니다.


염은 '염치'를 뜻하는데, 매미는 농부가 가꾼 곡식이나 채소를 해치지 않는 곤충이기 때문에 체면을 차리고 부끄럼을 아는 마음인 염치를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검소함'을 뜻하는 검으로, 매미는 다른 곤충과 다르게 집이 없다 하여 그 모습을 보고 검소함을 배우라는 것이며,


다섯 번째 신은 '신의'를 뜻하는데, 늦가을이 되면 때를 맞추어 죽는 것에 그 신의가 있으므로 그것을 보고 배우라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매미는 겨우 열흘 남짓한 여름을 나기 위해 땅속에서 무려 6년에서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삽니다. 옛사람들은 매미의 유충, 번데기, 변태의 과정을 보면서 생성과 소멸의 반복에서 영원의 뫼비우스 띠를 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물감을 물에 풀어놓은 듯 서서히 휘몰아치는 매미소리가 더욱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매미의 고고함과 의리를 모두 닮고 싶은 것이 마음이기도 합니다. 


참 많이 더웠던 지난여름이지만 눈 깜짝할 사이 달아나버리는 시간의 굴레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가을 즈음에 맞춰 울음을 그치는 매미에게서 우리는 조화와 수렴의 덕목을 읽으며 강직함도 필요하지만 남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품위 있고 겸손해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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