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그 이름 - 룩소르(Luxor)

세번째 이야기 - 동안 투어

by 시아파파

이제 차를 타고 나일강을 건너 동안 투어를 시작했다.
동안 투어의 첫 시작은 룩소르 신전(Luxor Temple).

룩소르 신전은 지금까지 구경한 신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신전이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아주 큰 오벨리스크와 파라오 동상이 딱 버티고 서 있는데 웅장함이 느껴졌다. 입구부터 놀랬는데 안으로 들어가면서 더 놀랬다. 하부신전에서 보았던 기둥과는 또 다른 매력의 돌기둥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가지 흠이라면 나중에 이곳에 모스크를 지었는데 왜 이렇게 멋진 유적지에 모스크를 지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 모스크를 좋아하지만 이런 곳의 모스크는 역사적인 공간을 망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은 정말 왜 사람들이 룩소르, 룩소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이곳이 왜 룩소르에서도 가장 유명한 신전인지.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정말 멋진 야외 궁전 같은 느낌. 파란 하늘아래 높다란 기둥들은 이 안에 있는 나를 파라오라 생각하게 만들었다. 정말 뭔가 왕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파란 하늘과 이곳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


또한 안으로 들어가 보면 기독교 그림이 조금 보이는데 후세에 콥틱 종교인들이 사용했었다고 한다. 벽면에 시멘트 같은 것으로 덮어 기독교 관련 그림을 그려 놓았다. 하지만 복원 작업을 하면서 그 부분을 거의 다 제거하고 있었다.
두 가지 모두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것인데 하나는 버리고 하나만 남겨놓는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두 가지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얼마나 큰지 들어가도 들어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좁은 돌기둥 길을 지나면 넓은 공간이 나오고 또 좁은 돌기둥 길을 지나면 넓은 공간이 나오고. 그때 당시 파라오가 정말 얼마나 힘이 세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벽에 새겨진 그림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나일강이 범람해서 잠겼던 곳은 복원이 안되고 그 윗부분은 화학 약품을 닦으면 원래 색이 돌아온다고 했다. 현재까지 그 색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정말 밑에 부분은 대부분 돌색으로 되어 있고 윗부분은 본래의 색을 찾아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룩소르 신전은 더 멋있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룩소르 신전 밖에는 카르나크 신전과 연결되는 길이 있다. 양 옆으로 조금한 스핑크스가 쭉 앉아 있는데 조금해서 그런가 스핑크스가 굉장히 귀여워 보였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 공사 진행 중이어서 그 길을 걸어 다닐 수는 없었다.


야간에 가면 룩소르 신전이 훨씬 더 멋있다는데 저녁에 못 가본 것이 아직도 후회가 된다. 그때 당시에는 하루에 이 많은 유적지를 보니 감흥도 떨어지고 힘도 들고 투어가 다 끝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다시 또 가보기 힘든 곳인데 왜 안 갔을까. 비행기 시간도 늦어서 충분히 쉬었다가 야간 룩소르 신전을 보고 돌아갈 수 있었는데. 아직도 생각해 보면 이 부분이 제일 아쉽다.


룩소르 신전의 여운을 간직한 체 동안투어의 마지막인 카르나크 신전(Karnak Temples)으로 향했다. 솔직히 계속되는 신전 투어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특히나 마지막인 카르나크 신전은 정말 멋지고 웅장한 곳이었지만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크게 감명받지 못했다.

왜 사람들이 룩소르를 이틀에 걸쳐 서안/동안으로 나눠서 투어를 진행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루에 이 많은 것들을 내 마음속에 간직하기가 벅찼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다시 힘을 내 카르나크 신전을 둘러보았다.

먼저 카르나크 신전 앞에는 굉장히 넓은 공원이 있었다. 예전에는 이곳에 집들이 있었는데 나라에서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을 다 이주시키고 넓은 공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공원 끝에 자리 잡은 카르나크 신전. 룩소르와 비슷하게 정면 큰 탑문이 우리를 먼저 맞아주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입구 양 옆으로 스핑크스가 줄지어 앉아있었는데 좀 전에 보았던 룩소르 신전에서 카르나크 신전까지의 길에 있던 스핑크스와 같은 것이었다. 즉 룩소르 신전 입구부터 여기까지 쭉 이 스핑크스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 여기 스핑크스는 숫양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존 스핑크스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솔직히 원래 스핑크스가 훨씬 더 멋있었다.


첫 탑문을 지나 안에 들어갔을 때 하부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합쳐 놓은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하부 신전에서 보았던 잘려나간 기둥이 여기에도 있었고, 룩소르에서 보았던 길게 연결된 기둥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탑문 옆에 흙을 쌓아 놓은 곳이 있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봤더니 이 탑문을 만들기 위해 흙을 쌓아 그 위에 올라가 벽돌을 쌓아 올리기 위해 썼던 것으로 아직까지 일부 남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두 번째 탑문을 통과하는 순간 다시 한번 감탄사가 나왔다. 이제까지 봤던 기둥은 정말 애기 기둥들이었다.
이 기둥들을 보고 있는데 가이드가 여기 기둥이 총 몇 개인지 우리에게 물어보았는데 너무 많아 도저히 셀 수가 없었다.
그리고 높이도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높이였다. 기둥은 가장 높은 게 23m 그리고 개수가 134개라고 하였다. 정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제일 위에 만들어 놓은 받침대는 어떻게 안 부서지고 그 위에 있는 돌을 바치고 있는지 정말 신기했다.


이 거대한 기둥 숲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조금한 기둥들과 오벨리스크가 나온다. 이 기둥 숲에 너무 감명을 받은 나머지 그 안쪽의 모습은 약간 초라해 보였다. 그리고 길게 늘어선 기둥과 오벨리스크 사이 길 끝에는 이 길을 통과한 배를 모시는 곳이 있었는데 이 배는 의식을 치르는데 쓰였던 것이라고 한다. 이 신전에서 유일하게 지붕이 있는 곳이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신전 안에 호수가 있었는데 호수가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큰 신전인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우리가 돌아다닌 곳 외에도 끝쪽으로 가면 아직도 유물을 발굴하는 곳이 있었고, 아직도 복원 작업을 하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이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풍뎅이 동상이 있었다. 가이드 말로는 그 주변을 7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7바퀴 돌고 소원을 빌었다. 내가 빈 소원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룩소르 투어가 모두 끝났다. 단독 투어다 보니 우리 둘 밖에 없어서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그리고 후반에 조금 힘들어서 자세히 안 본 것도 있고. 투어가 다 끝나니 오후 2시. 정말 배가 엄청 고팠다. 새벽 4시부터 오후 2시까지.
중간중간 간식을 먹었지만 그걸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드디어 점심 먹을 시간.
가이드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라고 소개시켜 준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이집트 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았는데 아마도 대부분의 투어 회사들이 이곳으로 손님들을 데리고 오는 것 같았다. 음식은 무난한 고기와 밥이 같이 나오는 이집트 음식. 정말 허겁지겁 먹은 것 같다.


밥을 먹으면서 가이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그중 하나 기억나는 것이 투어 가이드만 15년째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이 일이 좋다고. 나도 이집트에 일을 하러 왔지만 일이 즐거울 때보다 짜증 나고 힘들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최대한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하지만 정말 쉽지 않다.


가이드의 이 말을 듣고 느낀 것이 많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만 있다면 최고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최대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
미래에도 즐겁게 일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다.

밥을 다 먹고 뭘 할지 생각하다가 가이드에게 비행기 표가 10시인데 몇 시간이라도 일찍 비행기표를 구할 수 없는지 물어보았다. 다행히 가이드가 이집트에어 사무실을 알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서 물어보자고 했다. 단 1시간이라도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이집트에어 사무실로 향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표는 있는데 비즈니스여서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650 EGP. 나중에 공항에 가서 알게 되었지만 한 사람당 650 EGP가 아니고 두 명 합쳐서 총 700 EGP였다. 표를 끊고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돈을 번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집트 공항은 입구에 경비원이 지키고 있는데 꼭 표 검사를 했다. 표가 없으면 못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너무 빨리 와도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표를 바꿔서 탈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이제 비행기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행히 우리 뒤에 항공사 직원이 있어서 우리 상황을 보고 자기가 안에서 비행기 표가 있는지 확인 후에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다행히 표가 있었고 그 사람이 경비원에게 이야기하니 그제야 들어갈 수 있었다. 휴.


안 그래도 몸이 힘든데 공항 들어가는데 경비원이랑 실랑이까지 하니 몸과 마음이 모두 다 지쳐버렸다. 하지만 비행기를 보는 순간 집에 간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힘든 여행을 즐겨하는 나지만 하루에 너무 많은 것들을 보는 것은 몸이 힘든 것과는 완전 달랐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거나,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백패킹을 하는 것은
몸은 힘드나 주변 자연환경 한 가지만 보기 때문에 마음은 항상 여유롭다.

하지만 유명한 유적지를 하루에 쉴 틈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정신적으로 마음적으로 힘든 것 같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부족해서 그런가. 이번 여행은 다른 어떤 여행보다도 힘든 여행이었던 것 같다.

여행은 우리가 하는 일처럼 바쁘게,
힘들게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살펴보고 즐기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넉넉하지 않은 시간 때문에 바쁘게 여러 유적지를 돌아다녔지만 너무 겉만 보고 온 느낌이었다. 한 가지를 보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이번 여행으로 내가 느낀 점이다.


다음에 아스완/아부심벨도 가볼 생각이지만 이렇게 짧게 가는 건 지양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룩소르라는 도시는 알고 갔으니 반은 성공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것 보다도 하늘 위에 올라가 해가 뜨는 룩소르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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