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열기구 여행을 마치고 내려온 곳은 농경지. 여기서 투어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멤논 거상까지 걸어갔다. 도착하니 가이드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이름은 Ms. Neama.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바로 투어를 시작하였다.
이 여행사는 다른 곳보다 저렴했고 금액 안에 티켓 값과 점심도 포함되어 있어 제일 괜찮았다. 우리가 신청한 투어는 일일 개인 투어(서안/동안 단독 투어)였는데 승용차에 기사 그리고 가이드까지. 간식도 챙겨주고. 가격대비 가성비가 너무 괜찮았다.
포함된 입장료는 카르나크 신전, 룩소르 신전, 하트셉수트 신전, 왕가의 계속 총 4군데였다. 하부 신전은 따로 추가해야 했다. 당연히 단체 투어보다는 비쌌지만 시간이 없었던 우리에게 하루에 이 정도 가격이면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
첫번째 투어 코스는 멤논 거상(The Colossi of Memnon)
거대한 두 석상이 눈앞에 앉아 있는데 정말 굉장했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 훨씬 더 커 보였다.처음에 피라미드를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이 다시 새록새록 솟아나는 것 같았다. 도대체 몇 천년 전에 어떻게 이렇게 크게 만들 수 있었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이드가 영어로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정말 머릿속에 안 들어왔다. 오기 전에 간단히 공부는 하고 왔는데 금방 다 까먹어 버렸다. 한국어로 해도 이해가 될까 말까인데 영어로 하니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데 와서 보는 것만 해도 어딘가.
이 석상 앞에 서 있는데 내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얼굴이 많이 훼손되어 아쉬웠지만 초반부터 룩소르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너그럽게 자신의 몸 위에 앉아 있는 새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룩소르의 유명한 유적지 중 유일하게 입장료를 내지 않는 곳이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내가 룩소르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 바로 핫셉수트 신전(Temple of Hatshepsut)이었다. 룩소르 여행 가기 전 찾아봤던 사진 중에 제일 멋있었던 사진이 바로 이곳이었다. 정말 보자마자 감탄사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먼저 이곳에 도착해서 입장권을 사고 조금한 차를 타고 핫셉수트 신전 앞까지 갔다. 트랙터 같은 차에 사람이 탈 수 있는 차량을 매달고 가는데 점점 핫셉수트 신전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내 심장은 더욱더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진짜 트랙터 같은 차에서 나오는 매연만 아니면 정말 최고였는데.
산을 깎아서 터를 만들고 그 가운데 멋진 신전을 짓고, 그 신전은 정면으로 나일강을 내려다보고 있고. 정말 그 당시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아침 일찍 투어를 시작하여 사람이 거의 없었다.유명한 관광지 사진 보면 많은 사람들 때문에 사진을 찍어도 멋지게 안 나오는데 여기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직도 복원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었고, 주변엔 발굴 작업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아직도 발굴 못한 유적지가 엄청 많다고 하니. 그리고 벽면에 그려져 있는 벽화는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그 색을 유지하고 있었고,조각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고 하는 곳은 외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검은 천장과 더 화려한 색으로 칠해져 있는 벽면. 뭔가 경외심이 드는 공간이랄까. 한 장소에서 두 가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신전을 한 바퀴 다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너무 아쉬워 다시 뒤를 돌아 신전을 바라보았다. 이 유적지가 몇 십 년 몇 백 년이 지나도 끝까지 잘 보존되고 복원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중에 또 다시 올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다음 코스는 핫셉수트 신전 바로 뒤에 있는 왕들의 계곡(Valley of the king)이었다. 이곳 입구에는 전체 왕들의 계곡모형을 전시해 놓았는데 얼마나 많은 무덤이 발견되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덤 안을 어떻게 만들고 장식했는지 상세하게 그려 놓은 그림도 있었다. 정말 보면 볼수록, 가는 곳마다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기서는 다양한 입장권을 살 수가 있었는데 우리가 구입한 티켓은 3개 무덤을 갈 수 있는 티켓이었다. 그리고 무덤 안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추가요금을 내야 했다. 티켓값보다 비싼 요금 때문에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결국엔 사진 않기로 결정했다.
여기서도 핫셉수트 신전에서 탔던 노란 버스?를 타고 입구에 도착했다. 시간이 지나서일까 이곳은 관광객이 정말 엄청 많았다. 역시 유명관광지 다웠다. 하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산으로 둘러싸인 길을 걸으며 왕들의 무덤을 찾아 나섰다.
처음 들어간 무덤은 람세스 4세 무덤이었다. 이곳에서는 몰래 사진을 찍었는데 알고 봤더니 중간중간에 핸드폰을 검사하는 사람이 있었다. 의심을 받으면 핸드폰을 꺼내 사진첩을 확인했다. 이곳 사진이 있는지 없는지. 다행히 걸리지 않았는데 주변에 걸리는 사람을 몇몇 보았다. 미안하다고 하고 돈을 조금 주면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벌금을 문다는 이야기도 있고. 난 이 사진을 이후로 찍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돈을 내고 사진 많이 찍을 걸. 조금 후회가 됐다.
무덤 안에는 벽화가 아주 잘 보존되어 있었다. 색깔도 선명하고 그림도 아주 정교하게 잘 그려져 있었다. 대부분의 유물이 도굴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 벽화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 보면 볼수록 이 벽화에 빠져들었다.
이 무덤 이후로 람세스 9세와 3세의 무덤을 차례대로 갔다. 사진이 입구 사진밖에 없다. 왜 내가 사진 티켓을 사지 않았을까. 정말 너무 후회가 된다. 이것 때문이라도 꼭 다시 이곳을 와야겠다. 다음번엔 꼭 가족과 함께.
서안투어의 마지막.
하부 신전(Medinet Habu Temple)으로 갔다. 첫 입구를 지나 안쪽 끝까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안에서 밖으로 천천히 둘러보며 나왔다. 가이드는 쭉 설명을 해주고 우리가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총 3개의 방이 있는데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높아지게 지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겉에서부터 지은 것이 아니라 제일 안에서 밖으로 건물을 지어 나갔다고 한다.
제일 안쪽은 성스러운 나룻배를 모셨던 성소가 있던 장소라고 한다. 특이하게 사람 몇 명이 두 팔을 쫙 벌려 잡아도 잡힐까 말까 한 큰 기둥이 누가 자른 것처럼 반듯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가이드는 지진으로 인해 한번 부서진 적이 있었고, 칼로 자른 것처럼 잘려나간 부분은 다른 곳의 건물을 짓기 위한 자재로 가져갔다고도 했다.
특히 이곳의 그림은 굉장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는데 돌을 파서 만든 것들이 정교하게 잘 그렸져 있었다. 그 당시 화가와 조각가들의 실력이 굉장한 것 같았다. 멋있는 그림 조각은 제일 안쪽 방을 빠져나와 바로 있는 기둥과 벽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아직까지 색도 그대로 남아있어 그림조각과 색이 잘 조화되어 멋진 모습을 연출하였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방에는 파라오의 조각들이 쭉 늘어서 있었고 넓은 탑문에 그 당시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그림은 대부분 파라오가 시리아와 누비아의 이민족들을 통치한 업적을 그려놓은 것이라고 했다.
다 둘러보고 빠져나오는 길. 많은 어린이들이 구경을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아마 견학 온 학생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도 초등학교, 중학교 때 수학여행이나 견학을 경주로 가는 것처럼 이집트 학생들은 이런 역사적인 유적지로 오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유적지 한 군데 두 군데를 지나쳐 갈 때마다 옛날 이집트 사람들에게 정말 경외감이 느껴진다. 지금 저렇게 지으라고 해도 이렇게 정교하게 짓기가 힘들 것이다. 현재 우리는 기술력도 좋고 장비도 좋지만 정교함은 옛날 사람들보다 못한 것 같다. 계속해서 부실 공사가 발견되고, 몇 십 년 지나지 않은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정교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정말 제대로 지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옛날 사람들에 비해서는 정말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아마도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건물들은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건물들을 보면서 한없이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