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아파파 Sep 19. 2024

"격" 출간 이야기

기자: 안녕하세요. 추석 잘 보내셨나요?가을인데 여름같은 추석을 보냈네요


나: 안녕하세요. 예 맞아요. 얼마 전까지만해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었는데 늦더위에 열대야까지 다시 온 것 같아요. 아주 무더운 추석을 보낸 것 같아요.


기자: 시원한 추석을 원했는데 정말 너무 덥더라구요.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들도 만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역시 추석은 날씨와 상관없더라구요.^^


나: 맞아요. 저희는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는데 정말 신나게 놀다왔어요. 조개도 캐고 바베큐도 해먹고. 연휴가 길어 마음이 너무 편했어요.


기자: 그럼 긴 연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번주 다시 달려볼까요?




오늘은 작가님께서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지난번 작가님 이야기 때 호주자전거여행 경험이 지금하고 계시는 일로 이끌었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그럼 먼저 제가 하고 있는 일을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현재 제 직업은 플랜트시운전 엔지니어예요. 플랜트는 정유공장이나 석유화학공장 등 거대한 공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여수나 대산, 울산 등에 이러한 공장들이 많아요. 바닷가 근처 숙소를 잡고 건너편 지역에 환한 불빛이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실 거예요. 그 불빛이 바로 거대한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이에요.



아~ 그 모습이 공장이었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서해로 놀러 갔을 때. 뭔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네요.


이러한 공장을 건설하고 운전하는 일을 시운전엔지니어가 해요. 제가 그 일을 하고요. 공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공장을 다 지으면 저희 시운전팀이 건네받아 공장을 확인하고 원료를 투입해 상품을 생산하는 일을 하죠. 그래서 저는 제가 하는 일을


공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


이라 생각해요.


공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 너무 멋진데요.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처음 현장에 가면 고철 덩어리밖에 보이지 않아요. 뜨거운 태양아래 서있지만 뭔가 차가운 느낌이 많이 들어요. 아직 미완성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숨 쉬지 않는, 차갑게 죽어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 친구들 몸속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기계 장치 하나하나 잘 돌아가는지 테스트를 하고 제대로 설치되어 있나 확인을 해요. 플랜트를 이루고 있는 모든 장치들을 확인하면 원료를 넣고 생산품이 나올 때까지 각각의 장치들이 잘 돌아가는지, 어디 세는 곳은 없는지, 생산품의 품질이 맞게 나오는지 등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아무 문제 없이 공장이 잘 돌아가게 하는 일을 해요.


정말 사람을 살리는 의사처럼 공장을 살리시는 일이네요. 이런 직업이 있는지 몰랐어요. 단순히 '저런 공장이 있구나'만 생각했지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이루어지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작가님은 현장이 모두 외국이었잖아요. 한국에는 이 일이 없었나요?


아니요. 한국에도 당연히 있죠. 하는 사람이 다를 뿐이죠. 우리나라는 제가 하는 시운전 일을 공장주인이 직접 해요. 저희 건설사 직원들보다 훨씬 잘하거든요. 그래서 저희에게 일을 맡기지 않아요.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게 플랜트 운전을 잘해요. 그래서 현재 지어져 있는 공장에서 운전하시던 분들이 새로 공장을 짓게 되면 그 공장을 돌리게 돼요. 경험이 많으시니 새로운 공장 운전도 문제가 없어요.



아하~ 그럼 해외는 다른가 보네요?


기존 플랜트 산업이 발달한 유럽이나 미주 지역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공장주인이 직접 시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플랜트 산업이 발달하고 있는 중동이나 동남아 같은 경우에는 건설사에게 시운전까지 맡기는 경우가 많죠. 그들도 한국이 공장을 잘 운전한다는 것을 알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해외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그럼 해외에 오래 계셨겠네요. 엄청 큰 공장을 돌리려면 그만큼 시간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왜 '격'이라는 책을 쓰셨는지 이해가 되네요. 일로 인해 오랫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 그동안의 그리움, 미안함을 쓰신 거군요.


예 정확히 맞아요. 이제 저에 대해 너무 많이 아시는 것 같아 살짝 무서워지려고 하는데요. 농담이에요^^


한번 해외현장에 나가면 1년은 기본이었어요. 첫 현장이 1년, 두 번째 현장이 3년, 세 번째 현장이 2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긴 게 아니에요. 저보다 더 오래 5년 넘게 한 현장에 계신 분들도 고 현장에서 다른 현장으로 바로 가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전 오래 있었다고 말도 못 꺼내요. 그만큼 해외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어떻겠어요. 특히 저처럼 첫 직장이 해외에서 일하는 일이고 오랫동안 있어야 하는 일이면... 더욱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연애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와 같이 놀기도 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떨어져 있으니....... 또 마음이 아파지려고 하네요.


하지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혼자인 경우에는 너무나 좋은 직업이에요. 해외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해외여행 다니기 아주 좋아요. 휴가를 3개월에 한 번 2주를 주거든요.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2주라는 시간 동안 여행을 다니며 지친 몸을 회복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다 큰 부장님들은 해외를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어요. 돈도 돈이지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많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술도 편하게 마실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 있으면 사모님 잔소리 들어야 하잖아요~ㅎㅎㅎ


장단점이 너무 극명한데요? 결혼 안 한 솔로들에게는 좋은 직업이지만 가정을 꾸린 남편, 아빠들에게는 조금은 힘든 직업이네요.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 일을 해오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직업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보였어요. 당연한 결과였죠. 연애할 때 떨어져 있고, 시아가 태어났을 때도 떨어져 있고, 시아가 점점 커가는 시간에도 떨어져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쉽사리 이 일을 버리지는 못 하겠더라고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고 싶다는 저의 첫 마음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한다는 것, 고철덩어리의 거대한 공장을 돌린다는 것이 제 가슴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아요. 공장이 돌아가고 첫 생산품이 나왔을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요. 그 짜릿한 맛을 한두 번 보니 계속 맛보고 싶은 마음이 끊임없이 솟구쳐요.

그래서 조금은 힘들어요. 가족을 위해서라면 한국에 있는 것이 맞는데 저의 일에 대한 감정은 해외에 나가 멋지게 공장을 돌리는 일이니..... 저도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요.


듣고 보니 정말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일과 가정. 정말 둘을 다 잡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평일에는 일 때문에 주말에는 힘들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소홀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아빠, 엄마들이 다 마찬가지죠. 기자님만 그런게 아닌데요. 저도 마찬가지고, 다른 부모님들도 다 똑같아요. 우리 모두 힘내시죠^^




오늘은 작가님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마지막에는 서로의 신세 한탄이 되어 버렸네요ㅎㅎㅎ


일과 가정,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작가님께  박수를 보내요. 앞으로 또 어떤 난관들이 닥칠지 모르지만 작가님은 잘 헤쳐나가리라 믿어요.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로 교보문고에서 구매 가능해요^^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7811590




이전 08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