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가자"
시아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면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혼자 출근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하는 출근.
매일 새벽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잠자고 있는 아내와 시아를 뒤로한 채 문을 나서는 일상에서 다같이 눈을 뜨고 함께 출근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하루의 시작을 함께하는 생활이었다.
함께 차를 타고, 같이 가게를 열고, 오픈 준비를 하는 일상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다. 아내와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나에게 한공간에서 같은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행복이었다.
손님이 없을 때 향긋한 커피와 따스한 햇살 아래, 아내와 단 둘이서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육아휴직이 아이들을 위한 제도이지만 아내와 나도 그 혜택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시아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대화하는 것 만으로도 아내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여보야, 오늘 날씨가 너어어무 좋은데 가게 조금만 늦게 열자."
라고 내가 말하면
"그럴까?^^" 아내도 웃으면서 호응해준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아내와 지각도 할 수 있고, 땡땡이도 칠 수 있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내와의 시간이 더 중요했다. 거창한 외출도 아닌, 가까운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아기자기한 까페를 찾아 커피를 마시는 일탈.
아내와 같이 일하면서 제일 좋았던 시간이었다.
아내가 아프거나 친구들을 만날 일이 있으면 가게에 내가 있고, 내가 무슨 일이 있으면 아내가 보고, 서로의 시간도 챙겨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손님이 많으면 기분좋게 서로를 도와주고, 손님이 없으면 같이 재고도 살피고 가게 운영에 대해 이야기도 하는 파트너이자 동업자가 된 아내와 나.
싸우는 날은 함께 있는게 힘들었지만 함께 있기에 더 금방 풀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서로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 이야기 해야하지?'
'어떻게 사과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다 손님이 오면 금세 까먹어버리고. 서로 말없이 할 일을 찾아 어슬렁거리기를 반복하다 결국 먼저 사과하는 사람은 나였다. 대부분 내가 잘못하는 일이 많기에.
함께 한다는 것.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는다는 것.
하루의 대부분을 같은 일을 하며 보낸다는 것.
해외 생활로 인해 떨어져 있던 시간이 많았던 우리에게 이 시간은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평생 함께 할 아내와 하루, 일주일, 한 달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어려운 일 일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 반대였다. 싸울 때도 있었고, 의견이 안 맞을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은 잠깐이었다.
결혼을 한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서로에 대해 알지 못 하는 점이 아직도 많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하지않나. 평생동안 모를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먼저 행동해 준다는 것.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 시간을 통해 나의 아내, 시아 엄마가 아닌 일 파트너로서의 아내를 알게 되었다. 계속 직장에만 다녔다면 평생 알지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나의 주변 모든 분들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