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소품샵 안에 또 다른 상점이 생겼다.
"엄마, 이 자리 내가 써도 돼?"
"그럼, 근데 뭐 하려고?"
"나도 엄마처럼 사람들한테 물건 팔 거야. 그러려면 내 가게가 있어야 하잖아. 여기가 내 가게야.
종이에 '페롱페롱'이라는 글씨를 쓰고, 테이프로 테이블 가장자리에 붙였다. 페롱페롱 무슨 뜻일까? 시아에게 물어봐도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그냥 갑자기 생각난 예쁜 이름이란다.
이렇게 한 지붕 두상점이 문을 열었다. 시아는 상점에서 팔 물건을 만들기 위해 며칠 동안 색종이도 접고, 그림도 그리고 아주 열심히였다. 만든 작품에 가격표도 붙여 놓고. 가장 싼 가격이 1,000원이었다. 아직까지 돈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 때여서 5,000원, 10,000원 짜리도 간혹 보였다. 그러면 나와 아내는 비싸다며 가격을 낮추자고 시아에게 제안했고 시아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팔 물건들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을 때쯤 또 한 장 메모지를 들고 왔다. '오픈'이라고 큼지막하게 쓰고 테이블 다른 한쪽에 야무지게 붙였다. 드디어 페롱페롱 상점의 시작이었다.
"어서 오세요. 페롱페롱 상점에 예쁜 물건들이 많아요."
"귀여워라. 이건 얼마예요?" 소품샵에 온 손님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건 2,000원이고요.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이에요."
처음엔 부끄러운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넘쳐났다. 하지만 시아의 작품을 사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약간은 실망한 시아. 하지만 꿎꿎하게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었고 열심히 홍보했다. 지켜보는 내내 어찌나 귀엽던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빠, 엄마가 장사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 하는 것이 좋은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 생각도 오락가락했다. 어렸을 때부터 돈을 어떻게 버는지,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 아는 것은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친구들과 놀아야 할 시간에 가게에서 혼자 가게놀이를 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법. 시아의 저런 모습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현실을 바꿀 수 없으면 최대한 더 좋은 방향으로 시아가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느꼈다. 시아에게 어떻게 하면 물건을 더 잘 팔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작품을 만들 때 도와주기도 했다. 엄마, 아빠가 같이 해주니 시아도 더 좋아했다.
저녁엔 페롱페롱 2호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옆 흑돼지 집에서도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에 가게를 오픈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삼촌과 주방장, 직원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손님이 몰리면 페롱페롱은 문을 닫아야 했지만 시아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하루는 내가 일이 끝날 때까지 시아도 같이 있었다. 시아도 저녁에 가게 문을 열었다. 야간상점. 마지막 손님이 계산을 하고 페롱페롱 상점 앞으로 갔다.
"물건 사세요. 제가 직접 만든 예쁜 물건들이 많아요."
시아의 목소리가 귀여웠는지 젊은 커플은 시아에게 다정스레 가격을 물어봤다.
"이 그림 얼마예요? 너무 예뻐요."
"이거요? 이건 제가 제일 아끼는 그림이라 비싸요. 3,000원이에요."
"그래요? 그럼 사야겠네요."
여자 손님은 같이 온 남자 친구에게 현금 있냐고 물어보았고 남자친구는 지갑에서 천 원짜리 3장을 꺼냈다. 오랜만에 물건을 판 것이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아직도 그때의 시아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우리도 덩달아 손님에게 연신 "감사합니다."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엄마, 아빠 나 팔았어."
시아의 흥분된 목소리. 우리 모두 "잘했어. 우리시아." 칭찬해 주었다.
가게를 하면서 제일 크게 느끼는 점은 '시아가 너무 많이 커버렸구나.'라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가게에서 엄마, 아빠 눈치 보느라 성숙해져 버린 시아. 눈칫밥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이었다.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시아는 잘 극복해 나갔다. 바로 페롱페롱 상점이 시아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이건 본능이지 않았을까. 힘든 상황을 좋은 상황으로 바꾸고자 하는.
나도 하기 힘든 일을 어린 시아가 해낸 것이다. 매일매일 힘들다고만 했지 즐겁게 만들어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웠다. '페롱페롱'은 시아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많은 힘을 주었다. 내가 시아에게 배운 것이다. 어떻게 힘든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지.
지금은 페롱페롱 상점도 문을 닫았다. 시아가 붙여놓은 '휴무'라는 글씨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믿는다. 이 일로 인해 시아도 배운 점이 많았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일을 잘해나갈 것이라는 것을.
다시 '오픈'이라는 글씨가 테이블에 붙여지는 그날이 올까? 아마 페롱페롱이 아닌 다른 일의 시작에 '오픈'이라는 단어가 나타날 것이다. 시아의 행복한 미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