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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May 24. 2023

서울로 올라갈 결심

아내의 눈물

가게를 시작한지 거의 일년이 되어갈 무렵. 사업에 대한 꿈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처남과 어떻게하면 사업을 더 키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손님들을 더 찾아오게 만들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더 잘해보고 싶었다.


매출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나왔을 때, 손님들이 꽉 차있는 가게를 볼 때마다 나의 목표는 점점 더 높아져갔다. 라니시아 2호점, 3호점도 생각했었고, 어느 곳에 시작하면 좋을지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도 많이 돌아다녔다. 특히 아내와 동대문을 다니면서 도매로 물건을 사와 우리가 조금만 예쁘게 꾸며 다른 소품샵에 납품하는 계획까지도 생각했다. 그만큼 나에게는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아내는 아니었다. 항상 서울을 그리워했다.

"여보, 이제 우리 결정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애. 육야휴직도 얼마 안남았네."

"자기는 어떻게 하고 싶어?"

"난 회사 그만두고 더 해보고 싶어. 여보야 우리 여기서 10년만 해보자."

이 말 끝나기가 무섭게 아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얼마지나지 않아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어찌된 일이지...


10년.

사업을 시작했으면 10년은 해야하지 않을까.


그만큼 아내는 제주도 생활을 힘들어했다. 그전에도 가끔씩 육아휴직 끝나면 서울로 가자고 했던 아내였다. 가장 큰 이유는 시아였다. 시아와 함께 있고 싶어 왔지만 많은 시간을 같이 못 보내는 것,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놀지 못하는 것, 앞으로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야하는데 주변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것 등. 대부분이 시아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친구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저녁에 밖에 돌아다니거나 야식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시골에서의 삶은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친구가 없는 제주도에 밤 8시 9시만 되면 암흑이 되어버리는 동네는 더욱더 아내를 지치게 만들었다.


"난 서울 갈꺼야. 시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여기서 더는 못살아." 아내가 울면서 이야기했다.

"알았어. 올라가자. 올라가는게 맞는 것 같다." 더이상 할말이 없었다. 아내를 위로해 줄 수도 응원해 줄 수도 없었다. 그냥 옆에 서서 눈물 흘리는 아내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옆에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내가 왜 육아휴직을 하고 제주도에 왔지?'

바로 가족 때문이었다. 아내와 시아. 그런데 반대로 아내와 시아를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이건 아닌데. 내가 생각했던 것은 이게 아닌데.'


아내를 꼭 안아주고 밖으로 나왔다. 혼자 있고 싶었다. 주변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해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너 뭐하는거야!'

'그럴려고 내려온거야!'

'너 그러면 안돼!'

온갖 화살들이 나에게로 향했고, 그 모든 화살들이 내 마음에 박혔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었을까. 내 자신에게도 너무 화가 났다.


다시 가게로 들어가 아내와 다시 이야기를 했다. 서울로 올라가자고, 가게도 정리하고, 처남하고도 잘 이야기 해보자고. 다시 돌아가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처남과의 관계가 걱정되었다. 계속해서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만 두겠다고 해야했으니. 그리고 가게도 금방 정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다른 한편으론 홀가분했다. 처남, 가게에 대한 생각은 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지만, 아내, 시아와 함께 다시 서울생활을 한다는 것은 나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나는 힘들어도 되지만 아내와 시아는 힘들면 안돼. 더는 망설이지 말자.' 이 생각뿐이었다.


밖으로 나가 라니시아 주변을 서성였다. 가게를 준비할 때부터 지금까지의 추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정말 많이 정이 든 곳이었다.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해준 곳이었고,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준 곳이었기에.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지난 일들이 떠올랐다. 웃음이 나는 곳도 있었고, 눈물이 나는 곳도 있었고, 화가 나는 곳도 있었다. 이 모든 곳이 우리의 삶이었다.


육아휴직이 끝나기 전까지 얼마남지 않았다. 길어야 3개월. 앞으로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만 남았다.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마무리 해야 하는데. 하루하루 시간은 지나갔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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