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이 되다

한걸음 한걸음

by 시아파파

어느 정도 장사를 알아갈 때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업체에서 물건을 받아서 파는 것이 아닌 우리 라니시아만의 것이 필요했다.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여보, 나 서울 올라가서 물건 사올께. 우리가 업체한테 납품받는 물건들 중에 동대문에서 싸게 가져올 수 있는 게 많아."

"진짜? 근데 시간이 되겠어? 같이 가면 좋은데."

"아마 여보도 가면 눈 돌아갈걸." 아내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이렇게 서울 올라갈 날짜를 찾던 중 처남이 가게를 며칠 동안 쉬어야겠다고 했다. 주방장 아버지께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서울에 올라가야 한다고. 그리고 지금까지 휴일 없이 일해왔는데 이참에 우리도 휴가를 갖자고.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드디어 다 같이 서울을 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3박 4일 동안.


동대문은 아내가 가끔 뜨개실을 사기 위해 다녔던 곳이다. 그리고 결혼하기 전 벨리댄스를 했던 아내에게 이곳은 옷과 장식품을 살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저렴하고, 다양했기에. 그랬던 곳을 이제는 우리 가게에서 팔 물건들을 고르기 위해 온 것이다. 올 때마다 상황은 달랐지만 목적은 같았다. 예쁘고, 좋은 물건을 싸게 산다는 것.


서울에 올라와서 처갓집에 먼저 인사를 드리고 부모님 집으로 갔다. 인사도 드리고 시아를 맡기기 위해. 동대문에 시아를 데리고 다니기에는 돌아다닐 곳이 너무 많아 어쩔 수가 없었다. 안 그러면 시아를 계속 안고 다녀야 하는데 짐도 많고...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다. 다행히 고모가 시아랑 잘 놀아주어서 걱정 없이 맡기고 갈 수 있었다.


동대문으로 향했다. 이번엔 차가 없어 지하철을 타고 갔다. 차가 제주도에 있으니. 오랜만에 아내와 단둘이 지하철을 타니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 연애할 때 빼고 결혼 이후로 단둘이 지하철 탈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 대부분 차를 타고 다녔으니까. 나란히 자리에 앉아 가서 구경할 곳, 구매할 물품들을 확인했다. 꼭 이것을 사야 한다는 것은 없었지만 제주스러운 것이 보이면 다 사기로 했다.


아내는 동대문 도매 상가 지리를 아직도 잘 알고 있었다. 많이 다니지도 않았고, 다닌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도 말이다. 조금한 상가들이 몇 백개 아닌 몇 천 개는 되어 보였다. 각자 비슷하면서도 다른 물건들, 집집마다 다른 가격은 우리를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열쇠고리, 가방, 머리띠, 머리끈 등 정말 아내가 말한 데로였다. 귀여운 것이 너무 많아 전부 다 사고 싶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가격. 업체에서 받는 가격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완제품이 아닌 우리의 손을 거쳐야 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는 신세계였다.


아내는 이런 곳을 어떻게 알았을까? 아내가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이렇게 우리가 발품을 팔아 산 물건들. 제주도에 가져가 다 팔 자신이 생겼다.

그리고 예전에 개인으로 왔을 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장님들이 가게 명함과 인스타 사진을 보여주니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말투가 상냥하게 바뀌더니 서비스도 한가득이었다.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새삼 또 한 번 느꼈다.


아내와 돌아다니며 물건을 구경하고, 흥정하고, 구매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감귤이 그려져 있는 머리띠, 동백꽃이 그려져 있는 가방, 흑돼지 그립톡 등 제주스러운 제품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것만 찾고 있어서 그런 것이었을까?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우리가 딱 그랬다.


물건 구매가 끝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너무 신나게 돌아다녀서 점심시간이 지난 줄도 몰랐다. 이렇게 쇼핑하는 게 재미있는 줄 이번에 알았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지금까지 산 물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게 예뻤고, 저건 어떻고, 이건 이렇게 만들어서 팔고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 시간만큼은 아내가 아닌 사업 파트너였다. 같은 목표를 갖고 함께 갈 수 있는 사람.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힘들었지만 뿌듯한 시간이었다.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게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에 더 뿌듯했다. 평생 나와 함께할 사람. 그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간이 바로 그것을 찾아낸 시간이었다.


장사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혼란스러운 시간도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실행에 옮겼다. 이것이 진정 장사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