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행사가 많은 달이다. 라니시아를 시작한 달이고,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이고, 가장 중요한 시아 생일이 있는 달이다. 그래서 10월이 가까이 오면 시아 입에서 무한반복 되는 말이 있다.
"엄마, 아빠. 며칠있으면 내 생일이야."
"진짜 며칠 안 남았네. 우리 시아 이번 생일엔 어떤 선물 받고 싶어?"
"음......나도 가게에 내 현수막 걸어줘. BTS 삼촌들처럼."
"뭐?..... 알았어. 해줄께^^"
정말 아내와 나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 바로 BTS. 내가 해외현장에 있는 동안 홀로 시아를 보면서 유일하게 힘이 되어준 그들. 아내가 그들로 인해 조금이라도 힘든 일들이 사라졌기에 나는 적극 응원해주었다. 노래를 듣고, 콘서트에 가고, 음반을 사고, 굿즈를 사고. 아내의 유일한 낙이었다.
"나 카페하면 방탄이벤트 할꺼야."
아내가 가게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야기 했었다. 나는 막지 않았다. 아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소품샵도 아내 공방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기에 아내가 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다.
BTS 멤버의 생일이 되면 아내가 이벤트 물품을 준비하고 그 중 하나가 가게 앞에 붙이거나 세우는 현수막이었다. 시아도 이걸보고 자기도 똑같이 해달라고 한 것이다. 처음엔 어이가 없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제주도에서 특별한 생일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다.
먼저 현수막에 들어갈 예쁜 시아 사진을 찍는 것부터 시작했다. 시아가 그렇게도 원하던 하얀색 드레스를 사고 실컷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을 갔다. '사진놀이터' 건물안과 밖에서 다양한 컨셉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었다. 시아 사진을 찍기에 딱 맞는 곳이었다.
파랑, 하양, 노랑 등 다양한 색깔의 방들이 있었고, 파티장, 꽃밭, 세탁소 등 생각지도 못한 방들도 꾸며져 있었다. 각 방들을 들어갈 때마다 시아의 비명소리가 우리의 귀를 찢었다. 얼마나 좋아하던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포즈를 취했다. 얼마나 찍었을까. 정말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지칠만도 한데 시아는 지치지도 않았다.
정말 평생 남을만한 작품같은 사진들이 많았다. 정말 이곳에 온 것이 운명같았다. 시아에게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려고 그랬던 것 같았다.
이제 더 힘든일이 남았다. 이 예쁘고 귀여운 시아 사진들 중에서 현수막에 넣을 사진을 고르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예전에 시아 돌 앨범 만들 때도 며칠을 고민하며 골랐는데 이번엔 더 많은 사진과 밖에 걸린다는 생각에 더 고르기가 힘들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사진을 들여다보며
"이게 이쁘다. 아니 이것도 예쁘네. 이건 너무 귀엽게 나왔다. 무조건 해야해."
끊임없이 감탄사를 뿜어냈다. 그렇게 고민고민해도 고르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러웠다. 이보다 더 어려운 시험이 있을까.
며칠을 고민한 끝에 현수막에 넣을 사진 2장을 골랐다. 우리 세가족 모두 동의한 아주 값진 사진들이었다. 이제 이 사진들이 커다랗게 프린트되어 가게 창문에 붙여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아내는 현수막에 적을 내용을 고민했다. 뭐라고 적어야 할지. 생일 날짜를 적고 사랑한다는 말도 적은 후
"또 뭘 적어야하지? 이것만 적기에는 뭔가 아쉬운데."
아내가 계속 읊조렸다.
#나는야 모델 #공주 #세젤귀 #세젤예 #내가최고야
아내의 아이디어는 해시테그였다. 정말 시아에게 잘 어울리는 말들로 현수막에 넣기 딱 좋은 단어들이었다. 단어를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초안이 나왔다. 아내가 포토샵으로 예쁘고 귀엽게 만들었다. 직접 사진찍고 찍은 사진 보정하고 현수막 도안까지 직접 우리 손으로 다했다. 아내가 한 일이 더 많았지만 우리 둘이서 시아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을 만든 것이다. 이 도안은 시아에게 생일날까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가게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직접 보게 하기 위해서. 서프라이즈.
시아 생일 전날 주문한 현수막이 도착했고 시아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때 쯤 가게 창문에 붙여 놓았다. 주차장에서 가게로 걸어가는데 드디어 시아 눈에 멋진 현수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며 뛰어가는 시아.
현수막을 보자마자
"우와~ 너무 예쁘다. 근데 나 맞아? 너무 예쁘게 나온 거 아니야? 나야 원래 이쁘지."
뒤에서 지켜보던 아내와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너무 좋아하는 시아를 보면 정말 뿌듯했다.
생일날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잔치하고 싶다고 했는데 가게에 나가야하니 해줄 수도 없고, 그냥 선물만 주고 생일을 보내기에는 너무 미안했는데 시아가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서 마음이 가벼웠다. 누가 이런 생일 선물을 받아봤을까. 커다란 사진을 큰 창문에 붙여놓고 생일을 기념하는. 정말 이 때는 시아가 연예인이라해도 의심힌지 않을 것 같았다.
시아의 환한 웃음. 생일이라서 더 그랬나. 아님 엄마, 아빠의 선물에 너무 기뻤나. 유난히 더 얼굴에서 환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게 부모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제주도에 내려와서 힘든 일도 많지만 이런 이벤트 하나하나가 시아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을.
과연 내년 생일에는 뭘 해달라고 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하지만 이것도 행복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