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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케 Nov 28. 2022

2-4. 퇴사하기 좋은 날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

2-4. 퇴사하기 좋은 날


퇴사하기로 결심하고 나니 언제 말해야 하나 마음속으로 수십 번, 수만 번 고민이 됐다. 결정을 번복할 생각은 없었으나 이전 퇴사자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 당장 말하는 건 섣부르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던 중 면담을 위해 팀장님의 부름이 있었고 이때다 싶어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필 이때, 팀장님은 내게 승진 제안을 하려고 하셨던 것 같다. 타이밍도 참! 하지만 더 시간을 끌면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생각에 단호히 No라고 대답했다. 이미 마음속에 이런저런 불만 요소가 자라나고 있었고 여기서 더 이상의 비전을 꿈꾸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에 내 의지를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마주한 얼굴 위로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이 스쳐가는 게 보였으 이내 결심한 듯 알겠다고 하셨고 통보 후 한 달간은 더 근무하기로 했다.


면담 당일, 퇴근 시간이 되어 짐을 챙겨 나오는데 갑자기 팀장님이 따라 나오셨다. 무슨 일일까 싶어 돌아봤고 회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보 위에 선채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요지는 퇴사 결심을 했다면 내일부터 그만 나와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아퇴사자가 있어 내부 공유 파일 비밀번호를 모두 바꿔야 하는데 한 달 뒤 또 반복하는 게 번거롭다는 게 이유였다. 예상보다 빠르게 직장을 정리하게 되었지만 예의상 연장했던 기한이었기에 그러겠노라고 말했고 나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 짐을 챙겨 회사를 떠났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에게 인사를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쉬웠지만 아주 후련한 기분이었다.


며칠 뒤, '띠링~' 휴대폰이 울렸다.

남은 급여를 입금했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확인해보니 내가 계산한 금액과 달랐다. 이게 뭐지? 계산해보니 주말을 제외한 날짜만 체크하신 것 같아 재고를 요청했다. 4대 보험 가입 없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라 수기로 계산했는데, 30일로 나눈 일급 계산이니 당연히 주말도 포함해야 하는 게 맞으니까. 몇 번의 메시지가 오간 후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추가 급여를 입금해주셨다.


월급까지 챙겨 받고 그렇게 두 번째 직장도 퇴사하게 되었다. 아주 속전속결이었고 나는 또다시 자유의 몸이 된 나.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입사했던 직장이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퇴사 후에는 제주 여행을 하며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제주 3대 폭포를 비롯하여 섬 한 바퀴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을 가졌던 여행. 그러는 동안 수술부위도 완전히 낫고 뛰어다닐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고 여행과 쉼으로 에너지를 열심히 충전한 덕분에 힘을 내서 다음 인생을 계획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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