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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케 Nov 17. 2022

2-3. 새로운 직원들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

2-3. 새로운 직원들


그 사건 이후 일개 사원이었던 내 지위는 조금 더 상승했고 신규 인원을 서너 명 보충하면서 나는 그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됐다. 전수받은 스킬을 적용해 부동산 관련 게시물을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많이 업로드하게 됐고 그렇게 회사는 점점 커져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그리 성실하지 못했다. 반복적인 업무에 지루함을 느끼거나 불만을 갖는 사람도 있었고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한 직원은 20대 후반에 남편과 같이 입사한 여직원으로 영업직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냈다. 쾌활한 성격이라 나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언니'라고 부르며 편하게 어울렸고 종종 사람들 사이에 들리는 가십거리들을 전해주곤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아는 것이 결코 좋지만은 않다는 사실. 말을 옮기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 도는 소문들, 뒷말. 불평, 불만까지 쉽게 들을 수 있었고 몰라도 될 이야기들을 자꾸 듣게 되면서 나까지 회사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다.


홍콩 파인애플 쿠키


그중엔 이런 내용있었다. 당시 나는 여름휴가로 홍콩 여행을 다녀왔는데 월급을 탈탈 털어 다녀온지라 기념품을 살만한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작은 쿠키 상자를 사 와서 낱개로 하나씩만 돌리게 됐다. 크진 않지만 잘 다녀왔다는 인사의 목적으로 기념품을 나눴는데 한 직원이 그 기념품이 너무 적다며 투덜댔다는 것이다. 해외까지 다녀와서 고작 이런 거 하나만 주느냐는 식의 어투였는데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전해 들은 내용이 상당히 불쾌했다.  순간 '아, 나도 모르는 새 뒷말이 돌고 있을 수 있겠구나'를 느꼈다. 관심이 없어 몰랐던 속 이야기들을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인 걸까.


이런 말들을 전해준 그 언니는 회사 운영 방식에도 불만이 굉장히 많았고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남편과 함께 퇴사를 했다. 더 이상 말을 전하는 이는 없었지만 그땐 나도 이미 크게 영향을 받은 상태였고, 새 팀장님과는 업무 스타일이 잘 맞지 않아서 뒤따라 퇴사 통보를 하게 됐다.

평온한 마음에 돌을 던지던 그 직원이 없었다면 나는 계속 다닐 수 있었을까? 그때보다는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내 멘토가 되어주던 사수가 사라진 마당에 그 자리에 계속 있었던들 내게 득이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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