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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케 Nov 13. 2022

2-2. 떠나는 사람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

2-2. 떠나는 사람


사실 이곳은 사장님 두 분이 동업으로 세운 회사였고 한 명은 영업, 한 명은 홍보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구조였다. 직급은 사장 대신 팀장으로 통일했는데 내 사수였던 홍보팀 팀장님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반면, 영업팀 팀장님은 꼼꼼하고 까다롭게 하나하나 챙기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온전히 주관적인 내 시선에서 해석한 부분이라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참고!)

내가 입사한 뒤 대략 8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갑자기 큰 변화가 생겼다. 나와 함께 일하던 팀장님이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내 자리도 영업팀 사무실로 옮겨야 한다는 사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말씀하셨던 내용을 유추해봤을 때 팀장님 두 분의 의견 차이가 컸던 것 같다. 어딜 가나 그렇듯 직접적으로 실적을 내는 팀의 입김이 훨씬 세기 마련이고 홍보팀의 역할에 대한 불만이 크게 제기되면서 그걸 감당하기 어려웠던 홍보팀 팀장님은 회사를 떠나기로 하신 것 같았다. 이럴 수가!


그렇게 사무실은 하나로 합쳐졌고 나도 영업팀 옆 구석 자리로 짐을 옮겼다.

팀장님이 떠나던 날. 고급 뷔페에서 점심을 사주시면서 혼자 남겨두고 가서 미안하다는 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말을 남기셨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애써왔던 자리에서 떠나는 사람의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고 남겨진 직원에 대한 미안함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내 걱정을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하루 이틀 전에 급하게 통보받은 이별이다 보니 마음 정리할 새 없이 그저 슬픈 마음으로 마지막 만찬을 나누어야 했다.


뷔페에서 먹었던 마지막 만찬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팀장님은 곧장 짐을 챙겨 떠나셨다.
내 시선으로 봤을 때 여러 날을 함께 일했던 영업직 직원들도 모두 한 마음으로 몰아내는 듯한 느낌이었고, 떠나는 사람을 위한 위로의 말이나 따뜻한 송별회도 없이 순식간에 한 사람의 자리가 비워졌다.


그리고 나는 새 팀장님의 지휘 아래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마케팅 실무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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