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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퍼문 Sep 20. 2023

밥 빨리 먹는 순서로 채용하는 이상한 회사

이상한 회사가 있다. 그 회사의 채용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몇 가지 살펴보자. 



1. 밥을 빨리 먹는 순서대로 채용을 한다.

2. 목소리가 큰 사람을 채용한다. 

3. 오래 달리기 잘하는 사람을 채용한다. 



참으로 이상한 회사다. 이 회사는 1973년 지방에서 4명 명이 모여 창고에서 시작했다. 이 작은 회사는 2020년대, 직원수 10만 명 연매출 20조 원을 기록한다. 이 회사는 '일본전산'(Nidec)이다. 



나도 예전에 저렇게 사람을 뽑는 회사가 있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신기하네' 정도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전산 이야기'를 읽고 흥미로운 부분들을 기록해 본다. 



아무리 특이한 회사라도 어떻게 저런 방법으로 채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채용된 사람들이 저렇게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채용방법을 먼저 들여다보자. 



1. 밥을 빨리 먹는 순서대로 채용한다. 



성장하던 일본전산이었지만 지방의 이름 없는 회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응시자에게는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라고 공지하니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160명이라는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1차적으로 서류와 면접을 통해 반정도를 합격시킨 후 점심 식사가 준비된 장소로 안내한다. 



특별히 준비된 음식은 이렇다. 



 돌처럼 단단한 설익은 밥, 말린 오징어, 멸치볶음, 콩자반 같이 씹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당연히 1차 합격자들은 실망했다. 대부분의 1차 합격자들은 부실한 밥과 반찬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모두 점심식사를 마치자. 담당자는 시험이 끝났다고 알렸고. 1차 합격자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창업자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부실한 밥과 반찬을 보고 재미있다는 표정, 활기찬 표정으로 빠르게 먹어치운 사람을 최고로 판단한 것이다. 



눈치나 보고 시간만 끌고 있는 친구들은 자신감도 없을 것이고, 일을 시켜도 시원찮다는 결론이었다. 



이 시험에서 도시락을 10분 이내에 먹은 33명을 합격시켰다. 이 33명은 모두 일본전산의 간부로 성장했다. 나가모리와 일본전산의 문화로 간부로 성장시킨 것이다. 



밥 빨리 먹기 시험을 한 이유는 이렇다.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을 일하는 것도 빠르다는 판단에서 기인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결단력이 빠르고, 동작이 빠르며, 일하는 속도도 빠르다. 그리고 위도 튼튼해 소화도 잘 시킨다. 



나가모리는 이제까지 진행한 채용에서 가장 획기적이고 성공적이었던 것이 이 채용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2. 목소리가 큰 사람을 채용한다. 



나가모리가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떠올려보니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목소리가 크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실력에 믿음이 있고 최선을 다한다는 증거라고 한다. 



이 채용과정은 이렇다. 



"이번에 일본전산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게 된 아무개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위와 같은 문장을 주고 읽게 한다. 물론 큰 소리로 읽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읽은 다음 책상 앞의 전화기를 들고 다른 부서로 전화를 걸어 말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명료하고 예의 바른 태도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 있는 큰 목소리로 말했느냐 이다. 



나가모리는 이렇게 말한다.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수했을 때 반성도 빠르다. 그것은 곧 진보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표출된다.'



3. 오래 달리기 잘하는 사람을 채용한다. 



시험방식은 이렇다. 거리는 20대의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완주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로 정했다. 그것을 완주하는 것이 1차 요건이다. 



하지만 응시자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숨겨진 요건이 있었다. 그것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걷건 뛰건 기어서 가건, 중간에 주저앉아 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다. 



아무리 빨리 들어왔어도 중간에 주저앉아 쉰 사람은 탈락시켰다. 



비록 기록이 늦더라도 한 번도 주저앉지 않고 움직인 사람은 합격시켰다. 



이 시험은 남보다 뒤지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속하는 습관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채용에 합격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나가모리는 이렇게 말한다. 



결국 승패는 누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 반짝 잘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이 시험을 통과한 만큼 여러분은 '인내심'과 '끈질김'을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이 자질을 잘 발휘한다면, 우리 회사에서 뿐 아니라 어딜 가도 성공할 수 있다. 이 시험을 볼 때의 초심을 잃지 말기 바란다. 


 오래 달리기로 채용을 한 이유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특이한 방법들로 채용을 했지만 일본전산은 글로벌 모터기업이다. 특히 자동차 브레이크용 모터 부문에서 세계 점유율 50%도 1위다. 현재 140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10년 장기불황 속에서도 일본전산은 10배의 성장을 이뤄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결국에는 기업문화다. 일본전산의 특이한 채용이야기는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여실히 말해준다. 학력을 보지도 않고 특이한 방법으로 사람을 뽑아도 일본전산 기업문화 속에서 사람은 날개를 피게 된다. 



기업문화는 창업자의 생각에서 시작한다. 창업자의 생각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핵심가치이다. 

일본전산의 핵심가치를 알아보자. 



핵심 가치 : 정열, 열의, 집념



일본전산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나가모리의 생각이 느껴진다. 그의 생각은 마치 앞에 놓인 거대한 산을 당연한 디딤돌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의 생각에는 불가능이란 없다. 



그의 말을 몇 가지 들어보자. 나가모리가 직접 한 말들이며 그의 생각의 결정체를 느낄 수 있다. 






"세상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유별나게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없습니다.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의 능력이란 다 거기서 거깁니다. 문제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 관념을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기로 한 것은 결국 해냅니다. 그래서 강합니다."



"비결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특별할 것도 없다. 우리 회사는 단지 위에서 말단까지 ‘정열, 열의, 집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뿐이다. 그것을 ‘할 때까지, 될 때까지’ 계속하는 것뿐이다. 임직원들이 그렇게 임했기 때문에 창업 이래 지금까지 못해낸 것이 없다. M&A를 한 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될 때까지 하는 것이 전부다. 도중에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던 것뿐이다."



"삼협정기를 매수한 직후, 나가모리 사장은 전 임직원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일하는 조직으로서, 적자를 낸다는 것은 큰 죄를 짓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는 하물며 공기업이라도 적자를 내는 것을 수치로 생각할 때입니다. 열심히 일한 것이나 대단히 훌륭한 업적을 이룬 것, 그것만으로 기업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기업이 적자를 내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훌륭한 기술도 화려한 업적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훌륭한 전통과 기술력이 있으니, 우리는 반드시 훌륭한 실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자신하건대, 우리는 사상 최고의 수익을 기록할 것입니다. “



"몸에 새기고 진지하게 임하면 정말 이루어집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고, 이왕 할 바에는 철저히 한다."


 

"회사에 꿈과 비전이 없다면 역동적일 수 없다."



"인재는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나 기술은 적은 사람과 많은 사람의 격차가 고작 다섯 배정도 날 뿐이다. 하지만 의욕이나 적극성, 의식은 100배의 차이를 낳는다.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해도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성과를 낼 수 있다. 쓸 만한 똑똑한 인재가 없다고들 한탄하지만, 의식을 높이고 가장 기본적인 것을 철저하게 지키면 어떤 회사든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다."



"안 된다는 논문을 쓰는 기업은 망한다. 된다는 논문만 필요하다.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차라리 되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낫다."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존재한다."



"고민하면 문제는 풀리고 일은 해결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고민거리를 붙들고 늘어지지 않는가?"



"비즈니스 정글에서 애초에 승패나 승률의 차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처음의 아주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고, 결국 점점 더 큰 갭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문제 해결 습관이다. 그것은 천성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도 아니다. 문제를 만날 때마다 무슨 수가 있어도 그것을 꼭 해결하고 마는 습관을 몸에 ‘주입’하면 된다."



"똑똑한 사람들은 이론을 들이대면서 못할 이유를 열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이론을 들이댈 시간에 한 번 더 시도하고 백번 더 실험해서 만들어냅니다. 그것밖에 없습니다."



"실패하는 것이 곧 개선하는 것"



"회사 다니기 싫으면 그만둬라! 불황이니 뭐니 지껄일 그 시간에 일을 해라. 주말도 반납하고 일하고자 하는 열의만 있으면, 어떤 회사도 살아날 수 있다. 우리는 남들이 어렵다 할 때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직원들도 더 많이 가져간다. 앓는 소리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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