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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Dec 27. 2020

새해 다짐을 안 하기로 다짐한다.

좀 더 자유로운 나를 위한 삶을 위해

믿는다, 태양의 신!!!


매년 수많은 계획과 다짐, 각오는 언제나 결의에 찼다. 열정적으로 한 해를 꽉꽉 채워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1월 1일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빌었다. 사실 그걸 이루고 지키는 것은 순전히 내 의지에 달려있다만, 태양에게 빌면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지키지 않았을 때 책임을 전가할 수 있었다. 태양이 도와주지 않았어! 태양의 신 때문이야!라고. 그렇게 2020년에 태양의 신이 많은 내 바람과 소망, 희망들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믿으며 일 년을 보냈다. 참 편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내가 게을러서 하지 않았고, 핑계를 대고 안 될 거야 하며 미리 포기하는 일들이 많았으며 단순히 하기 싫어서 안 한 것들이었다.


바보야, 문제는 코로나가 아니야!


네 맞습니다..


이번 한 해는 사실 유례없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바람에 핑계대기가 좋았다. 바이러스 창궐과 함께 핑계도 창궐했달까. 내가 아니라 코로나 때문이야,라고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것들이 많기도 했지만 그건 일부에 불과했다. 이를 테면 합리적으로 책임 전가가 가능한 계획은 외국 여행과 같은 것들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환경의 변화로 인해 진행하지 못한 계획이다. 근데 이것은 나뿐만이 아니고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전 지구적인 문제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이러한 핑곗거리를 찾게 됐다. 작년보다 좀 더 많이 글쓰기, 책 읽기,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 보내기, 자격증 취득하기 등 사소하지만 내 의지에 달려 있는 것들도 실행에 옮기기 어려워했다. 사실 실행에 옮기기에 앞서 선행되어야 했던 것은, 내가 왜 그러한 활동과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자 이유를 찾는 것이다. 나는 무작정 다른 사람들이 다 하니까, 유명한 사람이 TV나 유튜브에 나와서 한다고 하니까,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멋있어 보이고 자랑스러워 보이니까 등과 같이 해야 할 이유도 외부에서 찾았다. 허영심과 허세, 복잡한 감정들이 뒤죽박죽 섞였다. 내가 할 행동과 하지 않았던 행동을 모두 외부에서 이유를 찾고 정작 내 목소리를 듣지 않았던 것 같다.


아미(Army)는 아니지만, BTS의 연설은 끝내줬어!


2018년 방탄소년단(BTS)은 유엔(UN) 연설에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그렇게 몇 년을 공허한 다짐과 계획을 하다 보니 당위성과 명분도 잃게 되고 열정과 욕심, 착각 들이 뒤얽히면서 왜 나는 맨날 작심삼일일까 하며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취급을 했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또 합리화하며...  

작심삼일이라도 반복하자! (출처 - 대학일기)


내가 세운 계획들이 언젠가부터는 강박관념으로 자리 잡았고, 그래서 안절부절못했다. 또 이루지 못하거나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다른 일정들이 생겨하지 못했을 때 괜스레 짜증도 났다(사실 흐뭇). '이거 해야 되는데... 해야 되는데...' 하며 염불을 외우듯이 했고, 결국 그것은 공염불에 그쳤다.


너도 다 계획이 있구나!


위와 같은 생각을 하던 중, 국민 MC 유재석 씨가 자기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는 것을 보게 됐다. 그는 계획을 세우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목표를 세우는 순간 그것이 족쇄가 돼서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더 이루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렇다. 이것은 스타일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한 해가 가기 전, 서점이나 스타벅스의 다이어리를 구입해서 일 년의 계획을 쭈욱 써놓고, 하고 싶은 것들과 계획들을 꽉꽉 채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별다른 계획은 없지만 하루하루 내 마음 가는 대로 보람차게 보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걸 서로 너는 왜 계획을 세워서 피곤하게 사냐라고 하거나 그러는 너는 계획도 없이 하루하루 보내냐고 손가락질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계획을 미리 세우건 안 세우건 중요한 것은 자기 나름의 인생관이 있으며 앞으로 살아갈 방향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아빠(송강호)가 아들(최우식)에게 너 나름대로 다 계획이 있다며 인정하고 그저 응원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무계획도 계획. 계획에 대한 철학적 시선.          출처 - 영화 <기생충>


그래서 나는 2020년 끝자락에서 2021년 서른 살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다짐한다.

내 스타일대로 새해 다짐 따위는 다짐하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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