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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Nov 17. 2024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

초록색 푸딩과 함께 한 날에

하얗고 깨끗한 집으로 초대받은 우리는 깔끔함이 주는 공간의 분위기에 놀라 감탄사를 연발했다. 친구는 웨이브가 있는 긴 머리에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외모에 키가 크고 말랐다. 우리들 중에서는 제일 언니같았고 말하는 것도 또래보다 어른스럽게 말했다. 우리들이 평소 예쁘다고 말했던 그 친구가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다.


친구의 어머니가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푸딩 만들어 줄께. 재밌게 놀고 있어"


푸딩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눈은 똘망똘망 빛나고 있었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친구네 집까지 오는데 30분이 넘게 걸렸고 우리는 배가 몹시 고팠다. 당장 당충전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허기가 몰려왔다. 배고픈 배를 달래는 동안 친구 어머니의 손에 들린 접시에는 초록색의 푸딩이 담겨 있었고 달달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친구는 자주 먹어본 것 처럼 말했다.


"엄마~ 오늘 푸딩은 정말 잘 만들어 진 것 같아"


친구의 어머니는 기분이 좋은 표정을 지으며 푸딩을 먹기 좋게 잘라주었다. 선명한 초록색의 불투명하고 탱글탱글한 자태를 바라보는 우리들은 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의 할당량이 배급되고 달달한 향기에 먼저 취하고 한 입 베어 물었을때의 단 맛이란 배고픔을 부여잡고 있던 일쯤은 까맣게 잊고 행복감에 몸부림을 치고도 남을 만한 맛이였다.


당충전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그제서야 집의 분위기가 눈에 자세히 들어왔다. 먼지 한톨 보이지 않는 깔끔한 집의 이미지가 친구와 친구 어머니를 닮아 있었다. 예쁜 집에 예쁜 사람들이 사는 것 같았다.


친구는 예의가 있었고 성격이 털털했으며 친구들을 좋아했고 잘 챙기는 멋진 친구였다. 겉모습은 여성스러웠고 성격은 여성스럽지만 남자 친구들과도 두루두루 잘 어울렸고 사람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이였다. 그래서 그 친구가 매력있었고 마음이 갔다.


한번은 숙제를 엉뚱하게 해 쉬는 시간에 숙제를 한 적이 있었다. 시간이 많이 없어서 급하게 숙제를 하고 있는 나에게 슬쩍 숙제한걸 내밀며 말했다.


"그냥 내꺼 보고 대충 배껴. 언제 하려구.. 그렇게 정성스럽게 할 시간은 안될 것 같아. 오늘만 내꺼 보고 하자 응?"


친구는 융통성이 있었고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었다. 우리는 알았다는 눈빛을 교환한 후 빛의 속도로 숙제를 끝낼 수 있었다.  간신히 수업시간에 맞춘 나는 한숨을 돌리며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앞쪽에 앉은 친구가 뒤를 돌아보며 속삮였다.


"다 했어?"


나는 끄덕이며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 둘은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영문 모를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 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친구에게 다가갔다.


"고마워. 너 아니였으면 나도 혼났을거야. 생명의 은인"


생명의 은인이라 칭하며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은 행복했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게 행복했고 친구가 센스있고 멋진 사람이라는게 좋았다. 많이 닮고 싶은 친구였다.


그런 친구네 집에 초대받은 일은 행운이였다. 친구의 어머니를 처음 뵈었고 머니는 친구처럼 자상하고 따뜻한 분이였다. 무엇보다 불투명하고 예뻤던 초록색 푸딩의 환상적인 맛은 어머니의 인상과 더불어 최고였다. 우리가 기억하는건 하얗고 깨끗한 집과 초록색 푸딩, 그리고 친구 어머니의 따뜻한 인상이였다.


우리는 친구네 집을 나오며 계속 중얼거리며 기분좋다고 말했다. 다들 같은 말을 반복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집이 어쩜 이렇게 깨끗하지? 푸딩 색깔도 너무 예쁘고 또 정말 맛있어. 파는 것보다 더더더 맛있었어. 정말 최고였어"


정말 최고였다. 멋진 친구와, 그 친구의 어머니. 하얗고 깔끔한 집과 너무 맛있었던 초록색 푸딩과 함께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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