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쫌따리 짧은 역기획 모음집
<목차>
1. 카카오톡이 이모티콘 구독 모델을 만든 '진짜' 이유
2. 마켓컬리의 서비스 방향성이 UI 디자인에 미친 영향
3. 브런치에서는 왜 키워드를 3개까지만 선택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거 왜 했을까? 많은 아티클에서 1)플랫폼에서 공급자로서의 자리매김 이라든가 2)톡 지갑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을 이유로 꼽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필자는 이모티콘 매출 감소에 따른 성장 견인책으로서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생각한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언뜻보면 2012년부터 지금까지 쭉 성장해온 건실한 비즈니스처럼 보이지만, 이 그래프는 '누적 구매자 수'다. 즉, 단순히 위 그래프만을 토대로 연간 구매자 수를 측정해보면 아래와 같다.
연간 구매자 수로 보면 300만에서 400만명이던 이모티콘 매출은 2019년 100만 명으로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모티콘 매출 감소는 예건된 것이기도 하다. 이모티콘은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번 구매하면 기간 제한없이 계속해서 쓸 수 있다. 물론 유행이 바뀌면서 새로운 이모티콘이 나오면 구매하기도 하지만, 한 사용자가 구매할 수 있는 이모티콘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 필자만 해도 예전에는 이모티콘을 자주 구매했었지만, 모든 이모티콘을 채팅하면서 사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구매하는 빈도도 많이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사업적인 비즈니스 모델 수정을 사용성 개선의 기회로 풀어내다.
이모티콘 구독모델은, 수익 창출이 아닌 UX 관점에서 봤을 때에도 좋은 개선안이었다. 기존 사용자들은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마다 본인이 구매한 이모티콘 set 중에서 알맞는 스티커를 찾느라 불편감을 느꼈다. 이모티콘을 찾는 동안 시간이 지체되어 적재적소에 전송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모티콘 플러스를 구독하면 메시지를 작성하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키워드를 인식하고 스티커를 추천해준다. 이는 이전에 있던 Pain Point를 오히려 극복해낸 것으로, 사업적인 비즈니스 모델 수정을 사용성 개선의 기회로 풀어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켓컬리와 쿠팡. 두 서비스 모두 기라성같은 이커머스 기업이지만, 걷고 있는 노선은 확실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두 기업이 어떻게 다른지는 이 아티클에서 굳이 다루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래서일까. 서비스의 색깔이 서비스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는듯 하다. 쿠팡을 포함해 생필품을 판매하는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에서는 정방형으로 상품을 전시한다. 정방형으로 상품을 전시하면 사용자가 많은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정방형은 효율적이다.
그런데 마켓컬리의 상품 카드는 마치 패션 커머스의 그것에 더 가깝다. 상품을 정방형이 아니고 직사각형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런 디자인은 보통 상품의 모양을 자세히 보아야 하는 패션 커머스에서 볼 수 있다.
식료품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마켓컬리는 생필품 커머스의 전형을 따르기 보다는, 효율보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패션 업계의 UI를 가져왔다. 이런 디자인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서비스 상품을 더 자세히 볼 수는 있어도, 여러가지 상품을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사각형 디자인을 채택한 것은 마켓컬리가 지향하는 브랜드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
“우리한테 다 있으니까 어디 한번 골라봐. 자신있어”가 아닌,
“우리가 이렇게 엄선했으니까 어디 한번 자세히 비교해보고 사봐. 자신있어”
마켓컬리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마켓컬리가 다른 식료품 커머스에 비해 차별화된 지점은, 서비스 내에서 판매되는 상품 선별이 매우 까다롭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마켓컬리는 각 식품 카테고리 전문 MD가 엄선한 상품만을 100% 직매입해 판매한다. 마켓컬리 MD 인터뷰
여담이지만, 마켓컬리처럼 이렇게 가격과 서비스 품질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을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한다. 반대로 스마트 스토어처럼 가격과 서비스 품질 통제권을 공급자가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마켓플레이스'라고 한다. 더 알아보기
다시말해 마켓플레이스는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철저한 서비스 품질 통제를 통해 사업을 영위라며, 이러한 서비스 방향성이 UI 디자인에도 녹아있다고 볼 수 있겠다.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그 중의 하나는 브런치의 키워드 정책이다. 브런치 사용자는 브런치 서비스가 규정한 키워드 풀 안에서만 3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정책을 정했는지 역기획을 해보았다.
1) 왜 규정한 키워드 풀 안에서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할까?
브런치 내 작품 큐레이션 운영을 위해서라고 추측한다. 브런치 내 '키워드 글모음'을 보면, 사용자가 지정한 키워드를 베이스로 자동으로 카테고리 내에 브런치 글이 추가된다. 만약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키워드를 지정할 수 있다면, 키워드에 대한 경우의 수가 많아져서 작품들이 각 키워드 글모음에 추가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IT 관련 카테고리는 'UX'라는 키워드가 붙은 아티클을 자동으로 긁어온다고 해보자. 사용자가 키워드를 붙일 때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UI/UX'나 'User Experience'와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게 되고, 이런 글들은 IT카테고리에서 노출될 수 없게 된다. 이는 큐레이션 운영 당사자인 브런치 입장에서도, 아티클을 작성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떨어지게 된다.
2) 왜 3개만 입력할 수 있을까?
지극히 어뷰징 방지를 위함이라고 판단했다. 본인 글과는 전혀 무관한 인기 키워드를 마구잡이로 추가하다보면, 모든 아티클 카테고리 내에 상관없는 글이 노출되게 되고 이는 분명 큐레이션의 물을 흐리게 된다.
사용성을 개선할 수는 없을까?
그래도 브런치 작가로서 불편하다. 작가들 입장에서는 본인 글을 완벽하게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가 없어서 고민하게 되고, 브런치 기획팀 입장에서도 어떤 키워드가 독자들과 작가의 니즈를 만족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키워드 추천 기능.
지금 당장 원하는 키워드를 사용할 수 없다면, 브런치 기획팀에게 본인이 쓰고 싶은 키워드를 추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렇게 하면 1)브런치 작가에게는 적어도 브런치가 작가의 니즈에 귀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 브런치 기획팀은 VoC를 통해 어떤 키워드에 대한 니즈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하다 더 제안한다. 자유로운 태그 기능
또 한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은 아무래도 키워드가 브런치가 제공하는 키워드 중 3개밖에 허용되지 않다보니 글의 주제가 정형화된다는 이슈다. 동일한 키워드로 묶이는 '키워드 글모음'이 좋은 큐레이션인가? 어쩌면 영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엄마의 이야기와 판교 IT 기업에 다니는 26세 여자사람의 이야기는 '노동요'라는 키워드로 묶일 수 있다.
글을 대표하는 키워드 외에도, 사용자가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는 '태그' 기능이 있다면, 보다 풍부한 글감을 제공함과 동시에 브런치 내 작가진들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