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by 진주

일요일 밤이 아쉬워 퀭한 눈으로 채널을 돌리던 와중에 우연히 명작 영화 <타이타닉>을 봤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잭과 로즈의 절절한 이야기에 감동을 먹었었다. 그리고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너무 아까웠고!


나는 영화를 볼 때 주연만큼이나 조연에도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영화에선 조연이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선 주인공이니까. 그래서 갑자기 죽임을 당하는 역할을 보면 안타까워 마음속으로 조용히 애도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눈길을 사로잡은 건 침몰하는 배에서 악기 연주를 하던 예술가들이었다.


처음 든 생각은 이거였다.

'뭐지?... 빨리 구명조끼를 입고 살 궁리를 해도 뭣할 판에 바이올린 연주라니.

도대체 어떤 삶을 살면 저런 마음이 들 수 있는 거지?'


이후 며칠 동안 드문드문 생각해 봤다. 어쩐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은 그 무엇. 삶과 죽음의 아수라장 속에 그들의 연주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떤 이들은 지나가며 '이 와중에도 저렇게 연주를 하다니, 상류층은 남다르군!' 이라며 비웃기도 했다. 대체 그들은 왜, 연주를 한 걸까.


의문이 풀리지 않던 주말이었다. 동네 근처에 하천이 있어서 그 길을 따라 산책을 나섰다. 시선이 닿는 대로 눈부시게 빛나는 나뭇잎들을 바라봤다. 바람이 스산하게 흔드는 소리, 멀리서 지고 있는 해, 날아가는 새들, 조용하지만 굳건하게 서 있는 나무들.


'아, 자연물들은 이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존재하는구나. 그렇게 그냥 존재하고 각자 역할을 열심히 할 뿐인데, 어느 날 지나가는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 힘이 되고 힐링이 되는구나.'


그런데 순간, 팟! 하며 지금의 느낀 점과 그때의 의문점이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그들은 연주했고,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사람들이 몰라봐도 연주하는 그들은 음악을 듣고 있었던 거잖아. 그걸로 스스로를 위로했고, 그 모습을 통해 누군가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 글의 가장 첫 독자는 바로 나다. 그러니 우선 나를 위해서 쓰면 된다. 그리고 내가 읽고 싶어서 쓰는 글들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된다면 더욱이 선물 같은 순간일 것이고.


우리는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나만 행복하다고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다. 그런데 놀라운 건 나를 위해 밝혔던 촛불이 때론 타인의 어둠도 물러가게 한다는 사실이다.


"오늘 밤 자네들과의 연주는 정말 즐거웠네"
실존 인물 '월리스 하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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