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의 풍미와 부드러운 감자의 조합으로 즉시 행복해지는 맛
재료 : 감자, 양파, 치킨스톡, 물, 우유, 버터
1. 양파를 채 썬다
- 아무렇게나 썰어도 상관없지만, 빨리 흐물 하게 볶을 수 있도록 잘게 써는 것이 좋다.
2. 자른 양파를 냄비에 넣고, 버터 적당량과 함께 볶는다
- 버터는 마음 가는 대로! 많이 넣을수록 맛있다.
- 양파가 투명해지고 버터와 함께 윤기 나게 버무려졌다면 다음 단계로 간다.
3. 감자를 댕강댕강 잘라 넣는다.
- 감자 역시 빨리 익을 수 있게 작게 잘라 넣는 게 좋다
- 버터 냄새와 함께 타지 않도록 계속 저어준다.
- 물을 조금씩 넣어주면서 끓이면 된다. (물은 타는 걸 방지하는 용도로만 넣으면서 끓인다)
4. 어느 정도 익기 시작하면 (감자가 부드러워지면) 물을 더 넣고 치킨스톡을 넣는다
- 치킨스톡을 맛보면 살짝 짭짤한 느낌이 드는데, 풍미와 함께 간을 해준다 생각하고 양에 맞게 넣으면 된다.
- 이후, 간이 약하면 소금으로 간을 더 하면 된다.
5. 보글보글 섞어주다가 불을 끄고, 믹서기 혹은 핸드 믹서 같은 것을 이용해서 감자와 양파들을 부드럽게 갈아준다.
6. 다시 불을 켜도 되고, 여기다 그냥 바로 우유를 조금 섞어가며 수프의 농도를 맞춘다. 이때, 최종 간으로 소금을 좀 더 넣어도 된다.
7. 끝이다. 이제 이 감자수프를 상온에 식히거나 냉장고에 넣어서 차게 먹으면 된다!
차가울 때 먹으면 더 맛있는 감자수프.
감자랑 양파 비율은 크기 기준으로 1대 1 하였는데, 넣는 감자와 양파 양이 곧 수프의 양이 되므로 잘 조절하면 된다. 우유를 조금 더 넣어도 되지만, 치킨스톡 넣고 나서 맛을 보았을 때도 이미 훌륭한 감자수프였다.
내가 지금껏 먹은 수프 중에 최고로 맛있었던 수프. 먹고 나서 행복감에 기절할 뻔했다. 내가 만들었지만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수프보다 정확히 구억구천만 배 정도는 더 맛있었다.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먹고 만족할 때 흔히 외치는 단골 멘트인 "이제 외식할 필요가 없겠다"를 외치며 감자수프 한 그릇을 원샷했다.
각종 요리 프로도 많고 먹방도 많은데, 그런 미디어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시대 속에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의식적으로 핸드폰 사용 시간을 줄이려고 하거나, 주말엔 온전히 나 자신으로 있는 시간을 누리기 위해 핸드폰을 멀리 두기도 한다. 아주 많은 정보를 스크롤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핸드폰을 덮고 나면 생각나는 건 1%도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무엇이 그리 궁금해서 핸드폰을 했을까? 사실 궁금한 건 없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와 내가 당장 마주한 현실 혹은 고민들일 텐데, 천만리 타향의 누군가의 삶을 엿보기 위해 또는 조작되고 왜곡된 미디어에 현혹되어 유튜브나 인터넷만 계속 보는 것은 사람을 점점 피곤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로서 머물 방법을 찾아야 한다.그래서 나는 요리와 글쓰기를 택했다. 요리는 즉시 지금 이 순간에 머물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이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하므로, 고민과 스트레스를 떠올릴 시간이 없고 고로 잡념이 날아가 행복해진다.
다음에 또 감자와 양파를 사 와서 요리할 생각에 너무 신난다. 이런 신남은 직장생활 속의 작은 희망이 된다. 내일 출근해야 하고 난 매주 매주 월요일 출근이라는 끔찍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지만, 이번 월요일 출근은 조금 더 괜찮을 예정이다. 왜냐면 고이 모셔둔 감자냉수프가 아직 냉장고에 있기 때문이다.
감자냉수프와 함께하는 월요일 아침,
나에게 작은 행복은 이미 보장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