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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매거진 숏버스 Mar 25. 2023

감정이 있어서 인간인 거지

영화 <보통의 감정> - 민소정 감독

기계와 달리 인간은 감정이 있다. 이것은 필히 인간에게 감정이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거다. 우리는 이걸 꼭 명심해야 한다. 인간이 미적지근한 그저 그런 보통의 감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은 기계와 다를 게 없다. 생각해보자, 기쁨. 슬픔. 환호. 절망. 이 모든 게 구분되지 않은 인간의 모습. 그렇게 기쁘지도 그렇게 슬프지도 않은 보통의 감정을 가진 인간의 삶은 과연 의미 있을까? 


보통,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감정,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낌.



나는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말도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감정은 시시각각 치솟았다 뚝 떨어져 버리는 롤러코스터마냥 변한다. 근데 감정에 보통이 있다고? 그건 로봇에게 있는 거지. 인간에게 있는 건 아니다. 보통의 감정으로 사는 인간의 삶? 상상만 해도 별로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는가. 슬픔이 있는 건 기쁨을 또렷하게 하기 위해서 라는 말. 감정의 존재는 삶을 재밌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는 건, 감정이 보통으로 정해져 있으면 삶이 무료하고 재미없어질 거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인간의 모습을 그려놨다.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기계장치의 도움으로 조절하는 황량한 미래 사회를 보여 주며 감정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인간의 격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기계가 상용화된 세상에서 주인공은 기계에 의지해 직장도, 사랑하는 연인도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에서 보통의 감정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고 주인공은 힘들어한다. 작품을 보다 보면 냉정한 감정들 속에서 일하는 사무실 직원들의 풍경이 그리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너무 소름 돋지 않는가. 미래적 상황을 그린 황량한 풍경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게. 



나는 이 작품을 보고 난 뒤 내가 예전에 감상했던 이퀄스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이퀄스라는 작품도 보통의 감정처럼 감정을 억압 당하며 사는 인간의 삶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이 두 작품 모두 영상 속 색감이 푸른빛을 띈다. 푸른색하면 차갑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두 작품 모두 이런 푸른색을 써서 감정없는 이들을 차갑게 표현했는데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나는 작품을 볼 때 색감을 중요시 여기고 그 색감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걸 좋아한다. 그런 거에 있어서 보통의 감정과 이퀄스는 내 그런 소소한 취미에 잘 맞아 드는 작품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두 작품 다 감상해보고 나름대로 비교해보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싫다면 보통의 감정을 감상하고 감정에 대해서 사람이 감정을 가진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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