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상갈역에서 전철을 탔다.
기흥아카데미 평생 교육프로그램 강좌에 가기 위해서다
아내는 합창반에 나는 문학 교실 수필 반에 참여한다.
상갈역에서 신갈역까지는 두 개의 역 5분 거리이다
많이 붐비는 시간 때라 내리기 쉽게 출입문 입구에 자리 잡았다
기흥역이 가까워지자 경로석에 앉아있던 세 사람이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얼핏 보니 자리가 비어있는데 아무도 앉지 않는다
사람들이 출입문 쪽으로 우르르 몰리는 것이 기흥역에서 다 내릴 모양이다
웬 떡인가 싶어 아내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사람들 틈을 비집고 경로석에 덥석 앉았다.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반대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똥 똥 조심해요’ 외쳐댔다
그 소리에 내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똥을 피해서 일제히 흩어졌다.
앞을 보니 온통 똥 천지다. 분명 그 똥 밭을 나와 아내가 지나왔다.
사람들이 한 할머니를 손으로 가리키며 쑥덕댄다.
지팡이를 짚은 팔십은 족히 넘은 듯한 노인이 출입문만 응시한 채 넋을 잃은 듯 서 있다, 행색으로 보아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같이는 안았다.
얇고 옅은 베이지색 바지가 밑단까지 축축하게 젖어있다. 냄새가 역겨웠다. 얼마나 참다가 그랬을까---
기흥역에 차가 멎자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밀려 함께 하차했다.
사람들이 다 피한 텅 빈 바닥에 여러 개의 설사 똥물이 체념한 듯 질서 없이 너부러져 있다
아내가 툭툭 치며 혹시 휴지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휴지가 없다.
솔직히 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쭈그리고 앉아 똥을 치울 용기는 없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말 못됐다.
전철은 신갈역에 도착하고 우리는 역에서 내렸다.
마치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온 자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왔다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초라한 할머니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도와주었을까, 아니면 홀로 애태웠을까---
다행히 누군가가 도와주었다 해도 수치심에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두 얼굴을 가진 나 자신이 미웠다.
아내와 같이 따라 내려서 도와주었어야 했다
혹 정신이 온전치 않았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더 절실했을 것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몹쓸 병으로 많은 시간 고통을 받다가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많다.
수십 년을 병원에서 병마와 싸우다가 죽음에 이르는 사람도 있다.
암과 같은 불치의 병으로 고통과 함께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다.
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치매로 처자식조차 누구인지 모르는 채 딴 세상에서 살다가 외롭게 죽어가는 이도 있다
나는 아니라고 뉘라서 장담할 수 있을까!
육신은 건강을 지켜주는 잘 빚은 정교한 그릇이다
나이 들수록 쓸모없는 그릇이 되지 않게 적절하게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정신 또한 늘 닦고 기름칠하고 잘 정돈하여 맑게 유지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내박쳐 둔 컴퓨터처럼 관리하지 않으면 그 기능은 상실되고 만다.
개인적으로 내가 믿는 하나님을 믿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죽음 복은 결단코 저절로 굴러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2024. 9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