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중년여성 성장기-그녀들의 몰입
<그녀들의 '덕질', 삶에 기꺼이 스며든 색깔에 대하여>
요즘 길을 걷다 보면,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덕질'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특히 한때는 '빠순이'라는 다소 폄하 섞인 단어로 불리기도 했던, 특정 대상에 열광하는 행위가 이제는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꽤나 흔하고 당당한 취미 생활로 자리 잡는 분위기죠. '덕후', '오타쿠' 같은 단어들도 예전보다는 훨씬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말이죠, 대체 왜 그럴까요? 그저 젊은 시절 못다 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을 넘어, 그녀들이 '덕질'을 통해 자신의 삶에 기꺼이 어떤 색깔을 입히고 일상을 생생하게 만든다는 데서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져볼 만합니다.
우리는 종종 이런 뉴스들을 접합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콘서트 티켓 37만원짜리가 2분 만에 매진된다는 소식이나,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에 동시 접속자가 20만 명을 넘어선다는 이야기처럼요. 심지어 30년 경력의 소위 '빠순이'들도 티켓 구매가 어렵다고 하소연할 정도니, 이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실감할 수 있죠.
이런 현상들은 단순히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연을 보러 가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엄청난 가격과 경쟁률을 뚫고 기어코 티켓을 손에 넣으려는 그 집념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내 삶에 내가 원하는 색깔을 입히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반복되는 일상, 어쩌면 의무감으로 가득했던 삶 속에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과 감정을 투자하는 행위인 거죠.
왜 하필 중년 여성들일까요? 이 시기는 많은 여성들이 자녀養育(양육)이나 사회생활이라는 큰 짐을 어느 정도 내려놓거나, 혹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때입니다. '엄마'나 '아내', '직장인'이라는 역할 뒤에 숨겨져 있던 '나'라는 존재의 욕구와 마주하게 되는 거죠.
'덕질'은 바로 이 시점에서 '나'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 대상을 향한 깊은 애정과 몰입은 잊고 지냈던 순수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든든한 공동체 의식을 심어줍니다. 외로움을 덜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거죠. 또한, 덕질을 통해 얻는 성취감(예: 티켓팅 성공, 굿즈 구매)이나 새로운 지식(예: 아티스트의 역사, 작품 분석)은 자존감을 높이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어쩌면 '덕질'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파편화되지 않고,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과 세계를 구축하며, 삶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소비 행위를 넘어선 정서적 투자이자, 자아실현의 한 형태인 셈이죠.
그러니 중년 여성들의 '덕질'을 단순히 철없는 행동이나 과소비로만 볼 것이 아닙니다. 이는 오랜 시간 타인을 위해 살아온 그녀들이 이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잃어버렸거나 혹은 미처 몰랐던 자신의 열정과 감정을 되찾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려는 건강한 몸부림입니다.
임윤찬과 임영웅의 팬덤에서 드러나는 폭발적인 에너지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려는 중년 여성들의 뜨거운 심장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녀들의 덕질은, 삶에 기꺼이 스며든 찬란한 색깔이며, 그 자체로 빛나고자 하는 몸짓입니다.
#덕질 #임윤찬콘서트 #임영웅콘서트 #중년여성덕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