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숲 곶자왈 공원>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몸의 반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셨어요. 말도 어눌해지셨지요. 더 이상 아버지의 인생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이 숲 역시 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셨어요. 그리고 죽은 땅이나 다름없던 숲에 길을 만드셨어요. 맨손으로 숲길을 열어 마침내 환상숲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는 완치를 하셨어요. 서울에서 일하고 있던 저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다시 제주로 왔어요. 그리고 숲에 오시는 분들에게 이 숲을 해설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에 우리 숲이 TV 프로그램에 소개되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그중에 한 중년부부가 저에게 아들을 소개해주고 싶어 하셨지요. 그리고 그분들의 아들이 지금의 제 남편이고, 그분들은 지금의 시부모님이시자 여전히 저희 숲의 왕팬이세요. 이 숲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는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