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종종 아이들과 함께 갈만한 제주맛집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추천하는 곳이 있다.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고, 남편이 제주에 오면 꼭 가는 단골식당이다.
오늘은 마당이 있는 식당에 가고 싶어!
마당이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 폴딩도어를 열면 마당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이 피부에 와닿는 곳, 지글지글 소리가 들리는 삼겹살집. 우리 가족이 제주에서 제일 많이 갔던 그 식당, 바로 <제주돗>이다.
제주돗의 마당
이곳에 걸음을 한 지가 3년인데, 식당의 테이블을 둘러볼 때면 관광객들과 제주 도민들이 사이좋게 그 비율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식당임에는 틀림없다.
단골손님으로서 나는 이 식당을 갈 때는 몇 가지 준비물을 챙겨서 간다. 아이가 먹을 반찬 두 세 종류를 도시락통에 담고, 비눗방울과 모자를 챙긴다. 분명 외식을 하러 나가는 길인데 소풍 가는 기분이다.
차를 타고 구억리에서 저지리를 지나 조수리로 향하는 그 모든 풍경을 바라보면, 삼겹살 먹으러 가는 길이 이토록 낭만적일 수 있나 싶다. 쨍했던 하늘이 소라색으로 바뀔 무렵, 짙어진 나뭇잎들이 초저녁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드러낼 때 조수리에 도착한다. 무성하게 자란 풀과 나무가 돌담에 그림자를 드리운 탓에 저 돌담 안에 있는 것이 집인지 혹은 창고인지 싶은 풍경이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돌담을 시원하게 비워내어 어서 들어 오라며 활짝 열어둔 제주돗이 있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이는 넓은 마당이 아이들을 반긴다.
식사를 하며 마당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
식당에 도착하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적는다. 이른 저녁 시간에 가면 바로 자리에 앉을 수도 있다. 주문했던 분홍색 삼겹살이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아이들은 마당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모래놀이를 한다. 어느 날은 사장님이 가게 한편에 마련해 주신 비눗방울을 불며 뛰놀기도 한다. 그날 비눗방울에 재미 들린 탓에 가끔씩 비눗방울을 따로 챙겨가는데, 오늘은 모래성 만들기 삼매경이다. 한참 모래밭에서 땀 흘리던 중 테이블을 지키고 있던 남편이 식사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린다. 드디어 맛있는 식사시간이다.
노릇노릇 구워지는 삼겹살
땀을 뻘뻘 흘린 후 잘게 자른 삼겹살에 밥 한 숟가락 떠먹으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식사다. 사장님께서 어린이 손님들에게 주는 '김'으로 야무지게 싸서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아이의 식사가 이러한데 어른들은 어떻겠나. 이 집의 별미인 묵은 백김치와 삼겹살을 쌈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외식할 맛 난다. 고기를 먹은 후, 칼칼한 김치찌개에 라면사리까지 추가해서 호로록 입으로 넘기니 어느새 배가 꽉 찬다.
식사를 다 했으니 다시 마당에 나가 놀자는 아이를 따라 나간다. 모래놀이를 하려나 싶더니 이번에는 축구를 하자고 한다. 무거워진 몸으로뛰어다니니 식후운동이 따로 없다. 그러나 그러한들 어떠하랴, 배부르고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이 우리 가족에게는 또 하나의 추억이 될 텐데. 이 공간에 함께 있는 다른 가족들역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