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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Apr 22. 2024

#13. 준비했던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을 읽습니다.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세상은 변수로 가득하다.

작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수업이,

더 많은 것을 준비했고,

분명 더 잘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수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학생들이 얼마 모이지 않더니,

수업 진행 또한 이상스레 작년보다 훨씬 어렵다가...

결국에는 아이들이 빠져나가서,

흐지부지 종결된다.

이러한 흐름이 여러 수업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

가장인 나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해서,

내 스스로를 더 괴롭혔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 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의 수치스러움을 견디되..

시간이 생길 때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렇게 1달 조금 넘게 지났다.

그렇게 하루 2편~3편 정도의 글을 쓰면서

마음은 조금씩 회복이 되어 간다.


그런데 세상은 참 변수로 가득하구나.

그렇게 산산이 조각나서 흩어진 수업이,

여기저기서 어떤 연유인지도 모른 채 다시 시작되려고

일시에 연락이 온다.


모르겠다. 그냥 산산조각이 난 상태를

억지로 해결하지 않아도...

가끔씩은 그냥 그렇게 있어도...

거기에도 또 살아갈 길이 생기는구나.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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