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브라우닝의 <봄날 아침>을 읽습니다.
-로버트 브라우닝
시절은 봄날
봄날의 아침
아침 일곱 시
이슬 맺히고
종달새 날고
달팽이 기고
주님 계시니
세상 좋아라.
The year's at the spring,
And day's at the morn;
Morning's at seven;
The hill-side's dew-pearled;
The lark's on the wing;
The snail's on the thorn;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기본적으로 시인들은 우울함이 기본값이다.
세상에 대한 낙관은
조선시대 살기 좋았던 몇몇 작가들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참 보기 힘들다.
그래서 무언가 기분이 좋을 때...
행복할 때... 뿌듯할 때...
그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내와의 며칠 간에 걸린 불화가 해결이 되고,
여전히 완전히 편안한 상태는 아니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라는 존재를 불편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내가 느낄 수 있을 때,
참 행복하다.
그리고 그 행복감은 세상과 내 일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낙관을 품게 한다.
물론 안다.
태생이 깊은 우울을 품고 있는
나라는 인간은 이런 낙관과는 거리가 멀기에,
일상을 겪으며,
곧 우울감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래도 중요한 것은
나는 지금 행복하고,
이 행복감을 누리고 싶다는 것이다.
세상 좋아라.
누군가는 이 세상을
마냥 낙관적으로 보는 이 표현이 불편할 것이다.
나는 자주 그러했다.
그런데 오늘은 마냥 낙관적인 시가 참 많이 땡기는 날이다.
덧. 그런데 이 시를 쓴 로버트 브라우닝의 삶은
그렇게 평탄하지 않았다.
15세 때 말에서 떨어져서 신체가 불편했던 그는,
당시 시인으로서 이미 유명했던 엘리자베스 배럿을 사랑하게 된다.
물론 그녀의 아버지는 둘의 교제를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고,
결혼 후 남편인 로버트 브라우닝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 된다.
이 남자 결혼을 참 잘 했다.
R. 브라우닝은 남편, E. 브라우닝은 아내.
위대한 시인 부부다.
더불어 이 시는 1841년에 발표한
'Pippa Passes'라는 극시에 나오는 한 부분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어린 여직공 Pippa는
쉴 새 없이 365일을 일하다가 하루 휴일을 얻는다.
그날 아침 행복감에 넘쳐서 부르는 노래가 바로 위 작품이다.
그러니 이 작품을 단순한 낙관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세상이 편하고 좋아서가 아니라,
불행한 삶 속에서도
자신에게 순간순간 주어지는 행복을
마땅히 누리며 감사하는 인물을 통해
세상을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아름다움으로 포착해 내고 있다.
그래서 나도 감히 빌어 써 본다.
세상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