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내신은 누적되는 성적이 중요한데, 첫 시험인 중간고사를 못 봤습니다. 남은 시험에서 전부 성적을 잘 받아도 제가 가고 싶은 학교에는 못 갈 거 같습니다. 정시로 대학을 가야 하는데, 학교 수업에서는 수능과 관련 없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자퇴를 하고 입시 공부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부모님이 자퇴를 반대하셔서, 설득해야 합니다. 자퇴를 해도 될까요?
지난 주에 대부분의 고등학교의 중간고사가 끝났습니다. 이제 고1인 친구들은 첫 시험을 마친 셈입니다. 보통 이러한 상황에서 제게도 여러 상담 요청이 들어옵니다. 자녀의 성적이 떨어져서 걱정이라는 상담부터 자녀가 자퇴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까지 있습니다.
우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내신 산출의 방법이 다릅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의 절대평가적인 성적 산출에서 모든 과목 A등급을 받았던 친구들과 학부모님들이 그 성적을 전교 최상위 성적으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90점 이상 A등급인 절대평가에서, A등급 비율은 각 학교마다 다르겠으나 적게는 20%부터 많게는 40%까지도 됩니다.
중학교 내신 등급
그에 비해 상대평가인 고등학교에서는 1등급 4퍼센트, 2등급 7%, 그러니까 누적 11%까지만 상위권 내신이라고 이야기하는 1~2등급이 됩니다. 간단하게 계산만 해봐도, 중학교 때 A등급을 받았던 친구들에는 진짜 상위권 실력이 아니었던 친구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내신 등급
1) 고등학교 내신 3~4등급을 받은 친구들도 => 중학교 내신은 A 등급입니다.
2) 고등학교 내신 2 등급을 받은 친구들도 => 중학교 내신 A 등급입니다.
3) 고등학교 내신 1등급을 받은 친구들도 => 중학교 내신 A 등급입니다.
따라서성적만을 두고 이야기하자면고등학생이 되어서 성적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중학교 때 성적을 토대로 자신의 실력을 잘못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 됩니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되어 성적이 떨어졌다는 상담에 대해서는 '성적이 떨어진 것이 아니니, 이 성적을 인정하고,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판단해서 제대로 된 방법으로 공부에 전념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퇴를 하겠다'는 강경파에 대한 상담입니다. 이 친구들은 보통 꿈이 크고, 가능성에 중독되어 있는데, 의외로 팔랑귀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자퇴를 각오한다고 해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들께서 간혹 자녀가 이렇게 강한 의지를 표력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 기특하다고 하시면서 응원해주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다지 강한 의지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저는 학생들을 자퇴하지 않도록 이야기합니다. 애써 설득하지 않고, 실상을 이야기하면 그 독해 보이던 의지가 팔랑팔랑 흔들린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은 일반론입니다. 제가 오히려 자퇴를 응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자퇴를 이야기하는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항목을 점검해보라고 합니다.
자퇴 이유 1. 자퇴를 하고 공부를 하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공감하며..
맞습니다. 고등학교는 학생의 전인격적인 성장이 핵심이지, 성적 향상만이 목표가 아닙니다. 따라서 다른 목표들을 제외하고 성적 향상만이 목적이라면, 최대한 빨리 자퇴를 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수능 성적을 더 빠르고, 더 많이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유튜브에는 이러한 자퇴를 하고 공부에 전념해서 성적을 올린 친구들이 제법 나옵니다. 이 유튜브들을 시청하다보면,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박>
(1) 자퇴를 하고 공부했는데, 입시에 실패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저는 학교를 그만두고, 입시도 삶도 더 힘들어진 친구들을 제법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친구들은 유튜브 상에 많이 안 나옵니다. 항상 그렇듯이 뭔가 이뤄낸 친구들이 유튜브상에 나오다보니, 학생들은 착각을 합니다. 그것은 정보의 불균형입니다. 유튜브 상에는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이 많습니다.
(2) 상방의 가능성은 과도 상향되고, 하방의 위험성은 과도 축소됩니다. 저는 수능 시험 대비 강사입니다. 나중에 수능 시험 강사의 삶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강사들의 수입 상방은 모든 직업군의 수입들을 압도합니다. 대치동 1타 기준, 연 최소 36억의 매출을 올립니다. 현우진이나 강민철, 조정식 등등 흔히 1타 강사로 불리는 이들은 1타가 아니라 '특타'로 분류됩니다. 이들의 매출은 연 100억은 무조건 넘습니다. 대치동 기준 2타 강사의 매출도 연 10억을 넘깁니다. 3타 강사의 수입도 2억~3억이 됩니다. 이렇게 보면, 의사에 비해 괜찮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상방의 수입만을 비교해서 그렇습니다. 의사보다 강사가 과연 좋은(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직업입니까? 하방의 수입을 비교하면, 강사와 의사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때, 상방의 가능성만 고려하면 안됩니다. 당연히 하방의 위험성이 어떻게 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자퇴하고 수능에 전념하는 것은 입시적으로 봤을 때 상방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신으로 못 갈 대학을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더불어 하방의 위험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자퇴하고 인생계획이 꼬여서 방황하며 후회하는 친구들을 여럿 알고 있습니다.
(3) 선발인원 50명인 학과가 있다고 봅시다. 수능 성적을 받은 지원자들이 전부 지원한다고 가정하고, 수능성적으로만 선발인원을 채운다고 하면, 지원자 중에서 50등 안에 들어야 합니다. 입시 선발이 정시로만 이뤄지면, 수능 성적으로 50등 안에 들면 이 학과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능 성적을 최저기준으로만 활용하든가, 안보든가의 양상으로 정원의 50%인 25명을 수시로 선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25명에는 수능을 아주 잘 본 친구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을 것입니다. 보통은 높지 않습니다. 대략 정시로도 해당학과를 갈 수 있는 수시합격생이 5명 정도 있다고 계산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정시 선발 인원은 25명이 되었고, 정시로도 이미 해당학과에 갈 수 있는 친구들 5명이 이미 수시로 갔다고 계산한다면, 수능 성적으로 30명 안에 들어야 해당 학과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수능 성적으로 50명 안에 들면, 해당 학과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수험생 중에 N수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지요. 정시로 대학에 가기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보다 더 좋은 수능 점수를 받아야 된다는 뜻입니다.
자퇴 이유 2.정시가 어려운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시로는 제가 갈 수 있는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없습니다. 내신은 1번이라도 못보면 안되는데, 이미 못봤습니다. 어려운 것은 알지만, 정시에 집중해야 합니다
공감하며..
일견 동의가 됩니다. 수시에서 내신의 영향은 매우 중요하고, 그 성적은 누적되어 계산되기 때문에, (재학생 기준) 총 5학기(10회의 시험)의 시험에서 1번이라도 못 본 시험이 있다면, 전체 내신은 안 좋아지는 게 맞습니다.
<반박>
1. 수시에서 누적되는 내신이 중요한 게 맞습니다. 그런데 입학 가능 내신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어떤 연유로 희망하는 대학을 갈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정량평가인 '정시'와 정성평가인 '수시'에서 수치로 계산되는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는 양상이 다릅니다. 정량평가인 '정시'에서는 수능성적이라는 수치는 모든 것을 좌우하는 핵심 KEY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정성평가인 '수시'에서도 내신이라는 수치를 정시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학측에서는 수시에서 내신 순으로만 학생을 선발하지 않습니다. 내신은 중요한 반영요소이지만, 내신을 수치화하여서 어느 내신은 입학이 가능하고, 어느 내신은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간의 수많은 DB를 통해서 우리는 예측할 따름입니다. 제 생각에 수시에서 내신은 일정한 그룹을 묶는 요소입니다. 학생들을 내신으로 줄을 세우데, 세밀하게 세우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뽑아야 되는 1그룹(최상위 내신집단), 뽑힐 가능성이 있는 2그룹, 뽑을 필요가 없는 3그룹 정도로 그룹화하는 듯합니다. 핵심은 뽑힐 가능성이 있는 2그룹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이 그룹이 포함되고 나면, 그 후부터는 내신 성적은 그 그룹 내에서는 변별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내신을 계속 잘 받아서 최상위 내신집단이 된다면, 무조건 뽑아야 되는 그룹이 될 수 있겠죠. 이 친구들은 합격할 것입니다. 그런데 내신 시험을 삐긋해서, 총 내신을 산출하고 나니, 뽑힐 가능성이 있는 2그룹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 친구들은 대학을 못 갑니까? 아닙니다. 이 그룹도 합격할 수 있습니다. 어느 인간이 1번의 시험을 망치면, 내신 성적이 안좋아서 대학을 못간다는 이야기를 한 겁니까. 핵심은 대학측이 학과별로 내세우는 뽑힐 가능성이 있는 2그룹의 내신 커트라인입니다.
2. 문제는 이 대학측이 학과별로 내세우는 뽑힐 가능성이 있는 내신 커트라인이 비밀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이건 학원에서 알 수 없습니다. 학원에 가스라이팅당하지 마십시오. 우리 사회는 이상하게 학원의 전문성을 학교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수시에 있어서 전문가는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 있습니다. 각 학교별로 뽑힐 가능성이 있는 그룹이 커트라인 내신을 오로지 각 학교의 과거 DB를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DB를 통한 예측 또한 입시적 변수로 인해 요동칠 수 있게 되지만, 그래도 그 어떤 자료보다 더 강력한 것입니다. 따라서 각 학교 입시담당 선생님, 고3 담임 선생님보다 더 잘 알고 계시는 분은 없습니다. 따라서 그분들과 상담하지 않고, 자신의 내신으로 된다, 안된다는 걸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물론 무조건 뽑아야 되는 그룹이나, 뽑힐 가능성이 없는 그룹의 커트라인 내신 또한 각 학교를 통해서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학교를 다닌다면, 학교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십시오. 학교 선생님께서 동의하시면, 자퇴해도 좋습니다.
3. 학교에 믿을 만한 선생님이 없다구요. 그렇게 함부로 단언하지 마십시오. 학교에 전문가 선생님들은 반드시 계십니다. 학생들이 모를 뿐입니다. 선생님들 중에 학생의 고민에 귀기울여주는 선생님이 반드시 있습니다. 학교에서 그런 선생님을 못 만났다면, 그게 바로 여러분이 학교를 더 다녀야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상관없지만, 잘 모르는 학교와 선생님에 대해서 함부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일 것입니다.
4. 내신은 누적입니다. 만약 특정 시험을 못 보게 되면, 무조건 꼽아야 되는 그룹에는 해당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당 대학을 못간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큽니다. 모든 시험을 잘 봐서, 2.15 정도의 내신을 받은 친구와 1학기 중간고사를 못 보고 나서, 그외 시험을 열심히 치뤄서 2.3 정도의 내신을 받은 친구가 있다면, 어차피 이 친구들은 최상위 1그룹이 아니라, 뽑힐 가능성이 있는 2그룹에 소속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2.3 정도의 내신을 받은 친구가 회복 탄력성 측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입시적으로 나쁠 거 없습니다.
4. 만약 의대를 희망하면, 1회의 실수도 안됩니다. 의대는 그런 곳입니다. 의대만을 생각한다면, 1번의 시험을 못 받다면, 자퇴하는 것이 맞습니다. 단, 정시로 의대는 수시보다 더 치열합니다. 정시 의대를 할 수 있으려면, 입시 머리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우선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소속 고등학교 내신 시험에서 전교1등을 하십시오. 많이 양보해 아깝게 3등까지는 가능(일반고 기준)합니다. 그 성취를 해내는 친구들은 정시로 의대를 가겠다는 목표로 자퇴해도 됩니다. 그런데 겨우 이런 성취도 못해 내면서, 정시로 의대를 가겠다고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정시 의대는 그런 곳입니다.
5. 학생들의 꿈은 바뀝니다. 의대가 아니라면, 문과인 경우 서울대 경제나 사회학과 정도가 아니라면, 내신에 있어서 압도적인 내신 성적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합격이 가능한, 2그룹에 소속될 수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