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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May 10. 2024

중학교 시험을 망쳤는데, 특목고 갈 수 있나요?

특목고 갈 수 있다고 믿고 준비하세요. 못 가면 더 좋습니다.


오빠! 우리 첫째가 하나고를 가고 싶어 해.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1학년 지나면서 생각이 확고해졌대. 근데 2학년이 된 첫 시험 수학을 못 봤어. 1문제가 안 풀렸는데, 그걸 억지로 풀려고 하다가 남은 문제를 제대로 못 풀었대. 그래서 다른 과목은 아주 성적이 좋은데, 수학만 60점 대가 나왔어. 기말고사를 아무리 잘 봐도 B일 텐데... 하나고는 이제 힘든거지?  OO이가 시험 끝나고 많이 우는데, 어떤 말을 해줘야할지 모르겠어. 오빠가 전화통화해 줄 수 있을까?
  



지난 글에 고1 자퇴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며, 자퇴를 만류하는 양상의 글을 썼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에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고,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위 사례는 제 조카를 어떻게 지도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입시라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저는 나름 입시 전문가이기도 하고, 그 누구보다 칼같은 조언으로 입시와 관련한 판단을 내려줬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런 제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여동생입니다. 그런데 그런 엄격한 조언을 내리는 사람도 그 사안이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들에 대한 것일 때에는 일반적인 학부모처럼 불안하고, 속상해 하게 됩니다. 시험을 망친 조카가 울고 있으며, 위로의 말 부탁한다는 여동생의 요청에 즉각 전화할 수 없었습니다. 입시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으나, 이를 상황에 맞게 점검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입시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해봅니다. 그리고 조카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조카는 제 말을 매우 신뢰합니다. 어렸을 때는 그저 같이 놀기 좋은 삼촌이었을텐데, 이 삼촌이 자신이 가고 싶은 하나고의 선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제가 하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지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화 내용의 디테일을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조카는 저와의 통화 이후로 속상한 마음을 잘 다독였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카와의 통화를 위해 공부한 김에, 이번 글은 중학생대상으로 입시 관련 내용으로 써보고자 합니다.


"삼촌, 그러면 저 하나고에 갈 수 있는 거에요?"

"응. 그렇지. 남은 시험이 더 중요해. 평가자들도 위기 사항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를 게 평가하거든."

(말하지 않은 속마음: 만약에 나중에 하나고를 떨어지면, 그것도 참 좋아.)  


중학생부터 입시를 이야기하는 것은 일견 속상할 수 있습니다. 꿈많은 아이들이 공부에 치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매우 다양해서 마냥 노는 것이 즐거운 친구들도 있고, 공부를 통해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싶은 친구들도 있습니다. 십대 중반의 어린 나이이기에, 공부를 통해 폼나고 싶어하는 그 욕망 자체성장의 동력으로 응원해줄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다양한 형태의 고등학교를 부모님과 견학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그렇게 여러 고등학교를 다니다보면, 의외로 해당 학교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생깁니다. 어쩌면 그 친구들은 입시라는 공부를 시작할 것입니다.


입시에 국한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다소 빡빡한 고등학교를 목표로 공부할 것을 제안합니다. 여기서 빡빡한 고등학교란 일반적인 자사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선발 권을 가지고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영재고(과학고 제외)를 지칭합니다. 꼭 전국단위 선발이 아니더라도, 입결이 전국단위 자사고처럼 나오는 학교들을 통칭하여 전국단위 자사고로 하겠습니다. 전국단위 자사고에는 아래와 같이 10군데 학교가 있습니다.


영재고는 아래와 같이 9곳의 학교가 있습니다.

출처: 나무위키 2024학년도(2023년 실시) 영재학교 경쟁률


이 이외의 학교들은 중학교부터 목표를 두고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중 3 2학기 때 결정해도 되는 곳들입니다. 외고는 다소 특수합니다. 전국에 너무도 많은 외고가 있어서 예전만큼의 메리트가 없습니다. 또한 현재 대입에 있어서 문과계열의 실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시로는 대입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수시에서의 위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대입 결과가 좋은 특정 외고(대원외고, 명덕외고, 한영외고, 대일고 등등)는 여전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최상위 학생들이 전국단위 자사고나 영재고를 진학하는 상황에서, 중학 내신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외고 진학은 한편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 친구들이 자녀 진로 문제로 물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녀가 수학이나 과학이 약해서 공부를 기피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질문해 오면, '외고' 진학이라는 목표로 학습을 독려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학교들의 입학 전형에 대해서는 저는 잘 모릅니다. 심지어 6년이나 몸 담으면서, 실제로 입시를 주관했었던 하나고 입학 전형 조차도 가물가물합니다. 그러니 각 개별학교를 희망하는 경우 각 학교 요강을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입시 성과가 제일 좋은 집단은 전국단위자사고나 영재고를 합격한 친구들이 아닙니다. 저는 하나고만을 제대로 알기 때문에 하나고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많은 분들이 하나고처럼 좋은 고등학교에 가면 입시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고에 입학했지만, 입시가 안 풀리는 학생들이 속상하지만 제법 됩니다. 하나고가 이러한데, 다른 학교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다.


입시 성과가 제일 좋은 집단은 전국단위자사고나 영재고를 위해서 2년 이상 공부하며 준비하였는데, 떨어진 학생들입니다. 무엇인가 실패하는 것은 속상한 일입니다. 그래서 자녀들이 위에서 언급된 학교들을 준비했다가 떨어지고, 그것 때문에 속상해하고, 좌절감이나 패배의식에 사로잡히는 것이 속상하실 거라는 거 잘 압니다. 그러나 이런 패배감은 잘만 다독이면, 정말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제가 정신여고에서 하나고로 옮겼을 때, 정신여고 선생님의 자녀가 하나고를 지원했다가 불합격을 했었습니다. 당연히 그 아이는 너무도 속상해했고, 참 많이 울었을 것입니다. 이미 하나고에는 200명이 합격해있었으니, 그 아이는 자신보다 명확하게 낫다고 판단된 200명의 학생보다 뒤쳐져있다는 생각에 괴로웠을 것입니다. 이 아이는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났습니다. 이 아이는 서울대 의예과에 수시로 합격합니다. 그리고 그 해에 하나고에서 서울대 의예과 합격생은 3명이 나왔습니다. 하나고 200명 중에서 3명만이 서울대 의예과를 갈 수 있었습니다. 단언하건대, 이 아이가 하나고에 있었으면, 이 아이는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아이에게는 하나고를 불합격한 것이 더 도움이 되었던 것입니다.


혹시 자녀가 좋은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라면, 기꺼이 높은 고등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도록 독려해주십시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한 결과 희망하는 학교에 합격할 수도 있고, 불합격할 수도 있습니다. 합격한다면,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받겠죠. 불합격한다면 패배감이라는 쓴 경험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3년 후에 대학교 입시에 웃게 될 가능성이 높은 친구는 이러한 패배감을 먼저 경험한 친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학교 때 좋은 학교로 목표로 공부하도록 독려하시길 권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고등학교를 준비한 친구들이 일반계 고등학교를 진학했을 때의 좋은 점은 아래와 같은 1, 2 항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아래 공부는 중학생들이 미리 공부해놓으면 고등학생이 되어서 큰 도움을 받을 영역들입니다.


1. 중학교 공부의 핵심은 영어입니다. 수능 영어는 중학교 때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중 2까지 수능 영어 2등급(80점~89점)을 받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면 됩니다. 이상하게 단계를 세분화하여 진행하는 영어 프로그램은 필요 없습니다. 토플이나 텝스, 토익 등을 위한 공부가 필요없다는 뜻입니다. 중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수능 영어 안정적인 2등급(중3 때는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실력과 영어 원서를 읽어낼 수 있는 경험입니다. 영어 공부를 고등학생이 되어서 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일단 위의 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 부분이 잘 준비가 됩니다.


2. 독서력(양과 질)이 필요합니다. 입시는 상대평가입니다. 또래 집단에서 상대적인 위치가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일 터인데, 갈수록 독서와 관련한 양과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최근의 시대가 인쇄 매체의 시대가 아니라 영상 매체의 시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입시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인쇄 매체에 대한 경험치가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는 국어 점수보다 인쇄매체에 대한 경험치를 쌓는 시기가 되어야 합니다. 책은 누군가가 억지로 읽힌다고 읽히는 것이 아닙니다. 내적인 동력이 필요합니다. 어딘가를 가고 싶다, 무엇인가를 해내고 싶다는 성취 욕구는 그러한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 고등학교를 가고 싶다는 학생들에게 점수가 아니라, 읽어야 될 책의 목록으로 과업을 주십시오. 이 과업을 해낸 친구들은 엄청난 능력치를 장착하게 됩니다.


3. 생각보다 수학의 선행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입시의 영역에서는 그렇습니다. 그것은 수학이라는 과목이 입시에서는 점수와 련한 상방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을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친구도 수학 점수 최대치는 원점수 100입니다. 수학을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친구도 원점수 100일 것입니다. 그런데 실력적으로 그 친구들보다 훨씬 더 수학을 못하는 친구지만, 원점수 100인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그런데 마치 세계에서 가장 수학을 잘하는 친구가 되겠다는 양상으로 수학 선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공부는 대학에 가서 하면 됩니다.


4. 입시판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국어는 너무 안해서 문제. 수학은 너무 많이 해서 문제. 영어는 이상하게 공부해서 문제. 일견 설득력이 있습니다. 국어를 인쇄매체 경험치로 정의하면, 국어를 너무 안해서 문제라는 말은 옳습니다. 수학과 영어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평가를 못하겠습니다만, 위의 1,3의 서술 내용으로 대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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