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TS Apr 06. 2024

수시는 비겁하게 대학을 가는 건가요?

누가 그래요? 수시로 붙을 수 있으면 수시로 가는 게 최선입니다.





수시로 대학을 간 사람이 정시로 대학을 간 사람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시는 실력이 없는데, 비겁하게 대학을 붙은 건가요? 저는 비겁하기 싫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수시보다 정시로 대학을 가겠습니다.

  


입시판은 참으로 많은 소음들이 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입장에 따라 참으로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수시와 정시. 이 다툼 가운데에서, 최근에는 정시로 대학가는 것이 워낙 어렵다보니, 수시로 대학을 가는 이들이 정시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데 수시라서 대학을 붙은 거라고 조롱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한 입시적 소음입니다. 이 소음들을 잘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판단 기준 의외로 심플합니다. 특정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해당 주장과의 이익관계가 어떠한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입시판에서 수시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정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팽팽히 대립됩니다. 많은 경우 공교육쪽에서는 수시를 지지하는 입장이 주가 되고, 사교육쪽에서는 특히 재수 종합반에서는 정시를 지지하는 입장이 주가 됩니다. 특히 재수종합반과 수능대비 단과 시장에서는 수능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 나라를 망치는 불공정한 제도라며 공격합니다. 그것은 수능이 그들의 밥벌이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재수종합반의 강사입니다. 따라서 정시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 저의 밥이에는 훨씬 더 유리합니다. 그러나 저는 수시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제도이며, 수시 선발된 학생들이 매우 뛰어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수시 중에서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불공정함을 지적하는 것이 유행인 듯합니다. 학이 얼마나 변질되어서 운영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변화가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지금 학종에 대한 보도들은 다분히 의도적입니다. 그것은 공정성이라는 하나의 잣대(실상 공정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겠으나)를 절대 명제로 삼아 학종과 같은 전형이 수능과 같은 객관화가 전제된 시험을 통한 학생 선발보다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설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시에 있어서 결과의 공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은 바로 학교를 살리는 데 있어서, 어떠한 방향이 더 긍정적으로 기여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학에 관한 기사가 달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공하게 수능으로 뽑자”입니다. 이러한 글을 볼 때마다 답답해집니다. 공정하게 수능으로 뽑는 시대가 과연 좋았습니까?그리고 더불어 첨언하자면, 정성 평가 요소를 반영하는 학종은 불공정하다고 과도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78년 생으로, 수능으로만 대학을 갔어야 했던 세대입니다. 특차라는 특별한 입시가 한정적으로 있기는 했지만, 보통은 공(?)하게 수능 성적으로 대학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때 학교에 문제가 없었습니까. 창의성없는 교실. 질문이 없는 교실. 생기 없는 교실... 이러한 문제들이 매번 언급되었던 시대입니다. 그때의 학교를 떠올려보면, 학교에서의 친구들과의 생활은 즐거웠지만, 수업에 있어서 즐거웠던 기억은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고3의 기억... 기계처럼 수능문제집을 미친 듯이 풀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그렇게 대학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문제풀이의 달인을 만드는 수업이 교육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 쯤은 솔직히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제 밥벌이에 전혀 도움이 안되지만, 수시라는 제도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저의 주장일 뿐, 수시 입학생이 정시 입학생보다 뛰어나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증거들은 이미 연구가 완료되었습니다. 만약 수능 점수를 똑똑함의 기준으로 내세운다면, 정시로 대학을 간 친구들이 더 뛰어납니다. 그런데 수능이 아닌 대학에서의 학점, 그리고 그 이후의 성취를 토대로 평가해 보면,수시 입학생과 정시 입학생 중에서 누가 더 뛰어난가에 대한 판단은 이미 완결되었습니다. 수시 입학생이 성적과 태도를 비롯한 모든 측면에서 정시 입학생을 압도합니다. 그러니 더이상 성취도의 측면에서 수시라는 제도를 공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학입학처는 제한만 없다면, 정원 전부를 수시로 뽑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니 수시로 대학을 가는 것은 정시로 대학을 가는 것보다 절대로 비겁한 것일 수 없습니다.


인터넷상에서는 수시로 대학간 것을 인정하지 않고, 정시만이 진짜 실력이라는 이상한 이야기들이 번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실력=수능 성적이라는 단일한 잣대를 지니고 있는 친구들의 발언이 주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여나 이러한 소음들에 수시로 지원하는 것을 망설이는 친구들이 있다면, 수시로 대학에 가는 길 또한 정당한 실력의 영역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대학은 수시로 갈 수 있으면, 수시로 가는 것이 최고 좋습니다. 수시를 위해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