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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Apr 14. 2024

이제 야곱을 읽고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모든 덕을 구하지 마라.

  저는 모태신앙이었지만, 지금은 교회를 다니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신앙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회색인인 거 같습니다. 떠돌이, 탕자, 잃어버린 영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교회에서 함께 중고등부 시절을 보냈으며, 가장 소중한 친구의 형님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 고통 속에서도 제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자.' 이 편지를 몇년간 외면해왔지만, 이제는 이 편지에 가타부타 제대로 답을 해야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성경을 읽으며, 생긴 온갖 종류의 생각들입니다. 글을 쓰는 목적은 잘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을 정리하며, 형님의 요청에 정직하게 답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열하나. 창세기 29장 20절


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년 동안 라반을 봉사하였으나 그를 연애하는 까닭에 칠년을 수일 같이 여겼더라.



한 사람에게 모든 덕을 구하지 마라. 교직에 있는 동안 나를 버티게 해주었던 공자님의 말씀이다.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성경에서 만나는 수많은 신앙 선배들에게도 치명적인 결점들과 실수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여러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를 온전히 서게 한, 강력한 한가지 덕목을 찾는 것이 현명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곱... 거짓말쟁이, 술수쟁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인물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 호되게 당했던 지난 2년의 시간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곱에게서 덕을 찾으면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욕망에 철저하게 충실했던 인물로, 모든 것을 던지는 저돌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장자가 되고 싶고, 축복받고 싶은 욕심이 많은 사람.. 그런데 그렇게 하자면, 아버지도 속이고, 형도 속여야 한다 .착한 동생이자 아들이 되는 길은 포기해야 한다. 이러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행했다. 그로 인하여 그는 집을 떠나서, 외삼촌네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라헬을 만난다. 예뻤다. 그녀에게 자신의 삶에서 7년을 기꺼이 던진다. 그러면서 라헬을 사랑하기 때문에 칠년을 수일같이 여겼다고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숫자에 민감하고, 계산에 빠른 야곱이 이런 모습을... 그건 라헬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도 좋을 만큼, 그녀가 좋았다는 야곱스러운 고백이다. 이후 외삼촌에게 속아서 라헬과 결혼하기위해 다시 7년을 봉사하게 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14년의 시간을 온전히 던질 수 있는 남자. 그런 남자라면... 결혼할만 하다. 야곱 윈!


그래도 나는 젊은 시절의 야곱 싫다.




열둘. 창세기 35장 1절


하나님이 야곱에게 이르시되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서 거기 거하며 네가 네 형 에서의 낯을 피하여 도망하던 때에 네게 나타났던 하나님께 거기서 단을 쌓으라 하신지라



위기에 처한 중장년의 야곱.. 기껏 고향으로 돌아와 형 에서와 감동적인 화해를 하고, 정착에 성공하나 싶었으나, 여동생 디나의 강간으로 인하여 격분한 시므온, 레위가 인근 히위 족속 추장 세겜 일가를 전부 도륙하는 계획적 보복을 벌인다. 이 일로 인하여 굴러 들어온 돌인 야곱 가족이 그 지역 족속들에게 보복의 대상이 된다. 두려워하는 야곱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셨다. 네가 힘들었을 때, 나를 만났던 곳.. .바로 그 자리를 기억하고, 그곳으로 가라.


야곱에게 그곳은 벧엘이었다. 야곱은 그 자리를 기억하고, 그곳에서 단을 쌓았다. 위기의 순간... 하나님을 만났던 그곳으로 돌아가라. 나에게 돌아가야 할 벧엘은 어디일까? 그곳을 기억해서... 나도 그곳으로 돌아가 단을 쌓아야하지 않을까.


행동파였던 야곱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밤이 새도록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한다. 그 모든 인간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야곱은 자신의 삶을 어설픈 관조로 탐닉하지 않고, 늘 행동으로 채워갔다. 사색이라는 이름으로, 신중파라는 이름으로 결단의 시간에 우유부단함을 보이기 일쑤인 나라는 인간은 야곱의 이런 행동력을 철저히 배워야 하리라. 나님은 관념 속에서 계시는 분이 아니라, 행동 속에서 계시는 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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