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음식이 레스토랑보다 더 맛있을 때

Day 19. 겐트 (Ghent) 를 거쳐 네덜란드로

by 여행에 와 락

오늘은 미케와 이별하는 날이다. 나는 아무래도 우리가 수년 내에 다시 미케의 꼭대기층 아파트를 빌려 다시 오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브뤼헤 서쪽의 해안 마을과 안트베르프 ( Antewerp)와 겐트 ( Ghent) 등 벨기에의 유명한 도시도 꼭 가보자고 스티븐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마침 미케가 거든다.

“겐트는 네덜란드 가는 길에 있으니 꼭 들러봐요. 아직 대학이 시작하지 않아서 사람도 별로 없을 거에요. 겐트는 꼭 가봐야 할 곳이에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거든요. 가는 길에 꼭 들러요!”

예정에는 없었지만 겐트를 들러보기로 했다.


아무 정보 없이 도착한 겐트. 미케가 일러준 대로 올드타운 중심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지도도 없이. 운하가 보이는데 세상 예쁘다. 날씨까지 화창해서 강처럼 큰 운하 양편으로 꾸며진 노천카페에 사람과 꽃이 가득하다. 미케의 예상과는 달리 겐트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것도 아주 많았다. 우리는 사람을 피해 다니느라 걸으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다.


사람들을 따라 조금 더 가보니 커다란 성 ( Gravensteen, 1180)이 이 타운 중심에 떡 하니 서있는데 정말 장관이다. 중세 기사들이 갑옷과 창으로 무장을 하고 몰려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성이다. 성 입구를 돌아서 옆으로 가면 성의 뒤편을 둘러싼 운하가 보인다. 그 운하에는 대학 타운이라 그런지 젊은 남학생들이 웃통을 벗어던지고 패들 보드를 멋지게 타고 있다. 오~~ 생기 넘치는 젊은 타운이다. 관광객도 굉장히 많았지만 곳곳에 대학생들이 보여 대학 타운이라는 게 새삼 실감 났다.


그라벤스틴 성 ( Gravensteen , Ghent)


시간도 많이 없고 사람이 너무 많아 더 다니기가 망설여져서 서둘러 떠나기로 했다. 브뤼헤 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매력 넘치는 이 겐트에 다음에 꼭 오기로 다짐해 본다. 여기는 꼭 다시 와봐야 할 곳이다.


2시간 반 정도를 달려 암스테르담의 남쪽 암스텔빈 ( Amstelveen)이라는 작은 도시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암스테르담은 주차가 어렵고 주차비도 너무 비싸다고 해서 암스테르담 바로 못 미쳐 있는 이곳에 숙소를 잡았다. 앞으로 5박을 할 곳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 호텔로 주방이 있어 좋다. 이곳에서 암스테르담까지 10분을 비롯해서 웬만한 관광지는 20-30분이면 갈 수 있고 주차도 무료이다. 무엇보다 복잡한 시내를 매일 드나들며 주차 걱정을 안 해도 되니 세상 편했다.


체크인을 한 후에 동네 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마켓으로 향했다. 주택가였고 조용했다. 마켓에서는 주로 아침 식사할 재료를 산다. 달걀, 치즈, 버터, 빵, 잼, 그리고 과일. 딸기도 샀다. 독일의 딸기 시식 이후 프랑스에서도 벨기에에서도 딸기를 사서 먹었다. 독일 딸기가 여전히 가장 여리고 달고 맛있었는데 사실 프랑스와 벨기에의 딸기도 맛이 거의 비슷했다. 네덜란드의 딸기는 어떨까? 궁금하다. 마켓을 둘러보는데 2Kg으로 포장된 유럽 홍합이 눈에 띈다. 유럽의 홍합은 미국이나 한국의 홍합보다는 조금 작은 편이다. 이태리 음식에서도 홍합의 사이즈는 작지 않은가? 그 사이즈의 홍합을 보고는 엊그제 내가 해보겠다고 장담한 홍합찜이 생각나서 홍합과 마늘 한통을 샀다. 계산을 하려는데 꽃이 눈에 띈다. 꽃의 나라, 네덜란드에 왔으니 꽃 한 다발은 사 줘야지. 장미꽃 한 다발을 샀다. 튤립은 철이 지났는지 보이지 않는다.


주방이 있어 호텔에서 주로 식사를 해결했다. 식사는 다국적. 독일식 프랑스식 다 짬뽕이다.


아파트로 돌아와 독일에서부터 계속 우리와 여행 중인 리즐링 와인 한 병을 오픈해서 한 잔 따르고는 요리를 시작했다. 브뤼헤의 레스토랑에서 먹은 홍합찜에는 양파도 넣고, 파슬리도 넣고 셀러리도 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버터와 마늘로만 승부를 할 거다. 우선 마늘 5-6쪽을 편으로 썰고, 1 쪽은 크게 다졌다. 넓지 않고 목이 높은 냄비를 살짝 달군후 버터를 많이 넣고 편 마늘을 넣어 일단 마늘을 튀긴다. 버터와 마늘의 풍미가 주방에 퍼진다. 리즐링 한 모금을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버터향을 맡으니 요리가 즐겁다. 마늘이 지글지글 강한 풍미를 내기 시작하면 씻어놓은 홍합을 부어 넣기만 하면 된다. 이 홍합은 이미 해감을 했는지 불순물이 없고 껍질도 아주 깨끗해서 해감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홍합 위에 다져놓은 마늘을 뿌리고 약간의 물만 붓고 뚜껑을 닫았다. 중간에 한번 정도 위아래를 섞어주면 더 좋다. 홍합이 익어 껍질이 열리면 먹음직스럽게 통통한 오렌지색 살이 보인다. 과연 맛은 어떨까?


보기엔 이래도 맛은 죽여줬던 홍합찜. 역시 신토불이. 미국와서 다시 해보니 홍합이 달라서 그런지 같은 맛이 나질 않았다.


이 요리는 사실 미국에서도 자주 접하는 요리이다. 해안가 레스토랑에 가면 어김없이 내놓는 요리이다. 오래전에 캘리포니아 서해안에 있는 타운인 해프문베이 (Halfmoon Bay) 레스토랑에서 한번 먹고는 집에서 한 적이 있었는데 맛이 꽤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맛이 괜찮으려나...

괜히 큰소리친 건 아닐까...

조심스레 속에 있는 홍합을 골라 국물과 함께 먹어 보았다. 캬~~ 너무 맛있다. 화이트 와인을 부르는 맛이다. 리즐링을 한 모금 마시니 와인의 향도 더 좋아지고 홍합의 풍미도 더 좋다. 환상의 조합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홍합찜은 대 성공을 이루었고, 삼일 후 앙코르 오더를 받았다. 암스테르담을 떠나기 전에 한번 더 먹고 싶다고 한다. 어깨가 펌핑 펌핑.. 점점 올라간다.

까이꺼, 신선한 홍합을 구할 수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난 언제든지 준비된 셰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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