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1 크뢸러-뮬러( Kroller-Muller) 뮤지엄
암스테르담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크뢸러-뮬러 뮤지엄 ( Kroller-Muller Museum)은 반 고흐의 작품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소장한 미술관이다. 페인팅은 90점에 이르고 드로잉은 180점에 이른다고 한다. 이 컬렉션은 크뢸러-뮬러 부부가 1908년부터 1929년 사이에 사모은 작품들이며 특이하게도 이 미술관은 암스테르담 남동쪽의 더 호헤 벨루에 국립공원 (De Hoge Veluwe National Park)에 위치하고 있다. 숲 속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서 미술관 박람 후 주변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로 국립공원을 돌아보아도 좋다. 우리는 한 군데의 입구만을 이용했지만 이 방대한 국립공원은 입구도 많고 며칠을 둘러보아도 모자랄 만큼 크기가 큰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관람을 마치고 나왔는데 초록의 숲이 보이니 기분이 남달랐다. 보통 대도시의 유명 박물관들을 나오면 빌딩이나 인위적으로 조경한 정원이 보이거나 커다란 주차장인 경우가 많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미술관이라니... 뒷문 정원에는 조각 공원도 있어서 산책하며 조각을 감상하다 보면 예쁜 야외 커피숍에 이른다. 빽빽한 나무의 초록 숲을 배경으로 커피를 한잔 마시는 것도 운치 있고 좋았다.
이 미술관에는 물론 다른 그림들도 볼 것이 많다. 모네, 쇠라, 피카소, 몬드리안의 그림뿐 아니라 중세부터 모던 아트까지 전시된 규모가 개인 미술관치고는 굉장하다. 그중에서도 반 고흐의 작품이 많은 이유는 부부 중 특별히 아내인 헬렌느 ( Helene Kroller- Muller)가 반 고흐의 예술성을 사랑하여 그의 작품을 많이 수집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90점 이상의 반 고흐 작품이 그의 작품 활동 시기에 따라 전시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그의 초기 작품들과 작품 활동했던 지방과 나라, 프랑스에서 활동한 시기의 작품들 등등으로 분류되어 있으니 시기별로 나타나는 공통점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고, 그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도 잘 볼 수 있었다. 이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유명한 작품이 아주 많았다. 감자 먹는 사람들, 해바라기, 자화상 등등.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인 그의 말년 아를 ( Arles)에서 그렸던 노란 카페의 테라스 ( Terrace of Cafe at Night)을 볼 수 있었다.
아를은 내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다. 네덜란드와 파리를 거쳐 반 고흐가 아를에 왔을 때는 1888년 그의 나이 35세였다고 하는데 그는 이곳의 바람과 빛과 모든 구석구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1년 동안 200여 점의 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그는 아를에서 이 카페의 테라스를 그렸고 그 고장의 산과 들과 하늘을 그렸다. 그는 올리브나무, 쑥 솟아 자란 싸이프러스 나무와 밀밭을 그렸으며, 귀를 잘라 병원에 입원도 했었고 그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을 그렸다. 나는 그곳에 가면 황금빛 밀밭을, 구불구불한 올리브 나무를 위가 뾰족하게 자라나는 싸이프러스 나무를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꼭 보고 싶다. 이 노란 카페는 아직도 그대로 있다고 하니 그곳에서 카페 라테를 마셔볼 수 있을까?
그의 작품을 90점이나 본 것은 처음이었다. 여러 나라의 대 도시에 가면 반드시 뮤지엄을 방문하는데 대개 반 고흐의 작품을 몇 점씩은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작품을 보니 얼떨떨했다. 그런데 귀중한 그의 명작품들을 그냥 휘익하고 지나온 느낌이다. 나름 한 작품 한 작품 유심히 살펴보고 스트로크까지 열심히 본다고 봤지만 그래도 현실감이 전혀 없다. 반 고흐가 10년 정도밖에 안 되는 활동 기간 동안 그린 그림은 900점이 넘는다고 한다. 그 그림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흩어져 있다. 그러니 다른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는 한 작품을 주옥처럼 대하며 감격하며 보는데 이건 90점이나 되니 소화가 안 되어 딸꾹질이 나는 것 같다. 한 바퀴 더 돌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나왔다. 다음에 또 기회가 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든다. 그때는 이 뮤지엄에서 4시간 정도는 너끈히 있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