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집 또 없습니다.

Day 29. 올레와 도르테의 집, 홀테( Holte) , 덴마크

by 여행에 와 락


정오에 서머 하우스를 떠나 똑같은 길을 다시 달리고 페리를 타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서너 시에 도착한 우리는 그냥 집에서 맥주도 마시고 밥도 먹기로 했다. 잘됐다. 그동안 바빠서 정원에 나가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오후는 늦게까지 정원을 만끽하련다. 거실에서 정원으로 난 창가에 앉아있노라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예술이다. 커피 한잔 들고서 이곳이 앉아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마치 모든 시름없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마치 나만의 서머 하우스에 와 있는 것 같다. 서머 하우스라고 하면 일단 현실과 동 떨어진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꿈같은 공간, 일상과 근심은 뒤로 하고 오늘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곳, 나와 스티븐에게는 올레와 도르테의 집이 서머 하우스이다.


호수앞에서 본 집의 뒷 마당. 가운데 있는 사과나무가 인상적이었다.



뒤뜰에 나가 앉아 있기도 하고 하염없이 호수를 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 고요와 아름다움을 마음속 깊이 내 뇌리 속에 깊이 새겨 두고 싶다. 이렇게 아름다운 집에 사는데도 서머하우스가 필요했던 올레와 도르테가 언뜻 이해가 안 가기도 했지만 그들도 현실을 부정하고 꿈처럼 시간을 보낼 공간이 필요했던 거지 싶다. 현실의 집이 저택이던 초막이던 우리는 모두 현실을 떠나고 싶어 하는 방랑의 본능이 있나 보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도 세컨드 하우스를 가지고 있는 집들을 많이 본다. 주로 2-4시간 걸리는 호수가 있는 곳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듯하다. 자주 들어보지도 못한 곳인데 세컨드 하우스를 갖고 여름에 몇 주씩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세컨드 하우스는 휴양을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니라 에어비앤비를 운영해서 부수입을 얻기 위해 구입한 것인데, 비즈니스가 목적이라서 그런지 우리는 주로 집을 고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휴양이 아니라 스트레스이다. 조만간 영업은 중지하고 그냥 세컨드 하우스의 기능을 제대로 즐겨보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그런데 이 하우스가 있는 파인 마운틴 레이크 ( Pine Mountain Lake) 커뮤니티에 3500 가구가 있는데 70%가 세컨드 하우스라고 한다. 이것만 보아도 미국인들이 얼마나 여유를 즐기고 가족의 휴식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올레와 도르테의 집은 아주 드문 집이다. 이런 집이 또 있을지 궁금하다. 요즘음 나도 집을 이사하고 싶어 이 지역 저 지역을 눈여겨보며 온라인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는데, 올레와 도르테의 집 같은 곳이 있는지 자꾸 생각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 어느새 나의 이상적인 집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았는가 싶다. 올레와 도르테의 집에는 자기만 볼 수 있는 개인 소유의 호수가 있다. 이 호수가 꽤나 크다. 개인 집의 뒤뜰에 있는 제법 큰 연못 수준이 아니라 중간에 타원형의 섬까지 있는 작지 않은 호수이다. 호숫가에 집이 세 채가 있는데 이 호수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올레의 집이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서 호수와 섬의 반 이상은 올레의 소유이다. 호숫가에 작은 보트를 매단 것을 보니 가끔씩 보트도 타고 돌아보는 모양이다. 올레와 도르테의 집 잔디 마당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섬은 푸르고 푸르다. 호숫가에는 자연적으로 자라난 풀들과 꽃들, 집마다 작은 배가 앞에 있어 그 모습도 참 멋지다. 이런 힐링되는 곳에 앉아 있으면 따로 리조트도 서머 하우스도 갈 필요가 없을 것만 같다. 나는 시간만 되면 이 뷰를 기억하려고 또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한다.


뒷마당 끝에 호수가 보린다
뒷마당 옆쪽에서 본 호수와 섬


올레와 도르테의 집은 정원이 엄청나게 크다. 드넓은 정원 끝 호수 앞에 곧게 솟은 아름드리나무가 있고 곳곳에 아름다운 꽃들과 풀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나 무척이나 예쁘다. 그 외에도 사과나무, 무화과나무들도 있는데, 뒤뜰 중앙에 있는 사과나무에 몽글몽글 매달린 것은 따뜻함이다. 주인을 닮은 따뜻함이 매달려 있다. 이 집은 아무리 봐도 어디서도 다시 찾아볼 수 없는 집이다. 이 집이 위치한 길은 덴마크에서 가장 비싼 거리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이 길에 있는 집들의 가격의 합계가 덴마크 어느 거리보다 비싸다는 거다. 홀테 (Holte)라는 마을로 코펜하겐 시내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부촌이다. 이 거리 중간에 다리가 하나 있는데 다리 밑으로 호수가 양옆으로 통한다. 이 호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수다. 지난번에 우리 부모님과 함께 왔을 때는 우리 모두 함께 걸어서 이 큰 호수 주변을 산책했던 기억이 난다.

뒷마당에서 호수로 내려와 전망 좋은 곳에 파라솔과 테이블을 두었다. 모닝 커피 마시기에 환상적인 곳이다. 테이블은 모로코 스톤으로 만든 것이라고 자랑하던 올레의 모습이 그립다.



이런 정원과 호수를 올레와 도르테도 많이 즐기는 것 같다. 20년을 살았어도 시간만 있으면 마당 곳곳에 마련된 의자와 테이블에 와인 한잔과 맥주 한 캔을 들고나가 앉아있는다. 정원으로 나와 와인 한잔 하는 여유, 커피 한잔 하는 여유, 음악 듣는 여유,,, 좋아 보인다. 킹스 가든, 퀸스 가든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뒷마당 곳곳에 부부가 앉을 수 있눈 의자가 두개씩 놓여있다.


집의 내부. 자연스러움를 추구하는 도르테의 품성이 묻어있다.

저녁은 올레와 도르테가 테이크 아웃을 해서 가져왔다. 나는 오랜만에 팟타이를 먹었는데 맛은 별로였다. 원래는 우리가 좋은 레스토랑에서 대접하려고 했는데 이 레스토랑이 내년 4월까지 열지 않는다고 한다. 나중에 스티븐과 함께 이 레스토랑을 구경하러 갔는데 바다가 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인테리어며 주변 경관이며 나무랄 데가 없는 곳이었다. 내년 4월에 우리가 다시 오면 그때는 우리 넷이 꼭 와야겠다고 생각이 든 곳이다. 식사 후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다가 영화를 보았다. 짧은 여행 후 편안하고 나른한 기분으로 영화를 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게 이렇게 만족감을 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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