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숲 속

Day 28. 신비함 속으로

by 여행에 와 락


아침부터 준비를 서둘렀지만 전기 고치러 오는 사람들이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는 오후 1시가 넘어 하이킹을 출발했다. 차로 약 20분 정도 달려 나라에서 관리하는 자연보존 지역의 ( Ronno Nature Reserve) 숲을 왔다. 숲이라고 하지만 산은 아니었고 거의 평지인데 약간의 굴곡이 있는 딱 내 스타일의 산행이었다. 나는 등산을 싫어한다.


숲 속의 오솔길, 여린 나무 잎이 드리운 작은 길, 인적이 드문드문 느껴지는 길의 사이사이 돋아나 있는 잔디의 생명력, 크리스마스트리가 주욱 늘어서 있는 길, 아주 예전 아주 아주 가난하게 살았던 스웨덴 주민들이 살았던 집터, 화덕이 거의 차지하는 4 평 남짓 되는 집에 6-8명의 식구가 함께 살 정도로 가난했던 이 사람들이 미국으로 많이 이주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덴마크의 영토였다는 증거인 국경을 뜻하는 커다란 바위 등등 열심히 설명해 주는 올레를 따라 신기한 숲 속 여행을 했다.

이 큰 돌이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옛 국경의 표시였다고 한다.

이 숲 속에는 멧돼지, 사슴, 무스, 여우, 링크, 그리고 작지만 무시무시한 우버린이 산다고 한다. 앵커리지의 한 레스토랑인 사이먼 앤드 시푸드라는 레스토랑에서 작은데 이빨을 무시무시하게 드러낸 괴상한 동물 박제를 본 적이 있다. 처음 보는 눈에 익숙하지 않은 이 동물 이름을 물었더니 바로 우버린이라고 한다. 휴 잭맨이 나왔던 영화 우버린, 나는 그냥 상상 속의 동물인 줄 알았는데 실존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이 아기자기하고 야리야리하고 동화 같은 스웨덴 숲 속에 곰도 없고 호랑이도 없는 이곳, 사슴이 우아하게 풀을 뜯고 토끼가 뛰놀 곳 같은 이곳에 그런 무시무시한 동물이 산다니, 역시 야생의 세계에는 늘 포악한 동물이 존재해야 생태계가 유지되는 모양이다.


걷는 중에 이끼와 풀이 예쁘게 나있는 나무 사이사이에 가끔 땅이 뒤집혀 있는 곳이 보였다. 마치 기계나 사람이 삽으로 씨나 모종을 심으려고 파헤쳐 놓은 듯, 풍덩풍덩 땅이 뒤집혀 있었다. 멧돼지가 주둥이와 뿔로 파헤쳐 놓은 것이라고 한다. 상태를 보니 아주 최근에 왔다간 듯 이 물질이 생성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이런 숲을 혼자 다니는 건 역시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사람 넷에 보더 콜리 한 마리와 함께 다닌다고 생각하니 쫄보인 나는 마음이 한결 놓였다.


스웨덴의 이지방은 그래도 덴마크보다는 날씨가 좋다고 한다. 우리가 떠난 날도 덴마크는 흐리고 비가 온다고 했는데, 스웨덴에 와 보니 해가 쨍쨍 났다. 그래도 흐리고 비 많이 오기로 알려져 있는 북구 유럽 답게 이 숲도 아주 습지가 많았다. 푸른 이끼가 작은 돌이며 땅을 신비롭게 덮고 있어서 마치 동화나라에 온 것 같았다. 심지어 습지를 넘어 늪지까지 존재했다. 늪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좁다란 다리를 만들어 통과할 수 있게 해 놓은 곳이 세 군데나 되었다. 그중 한 지역은 아주 긴 다리를 통과하는 광활한 늪지였다. 길쭉하게 퍼져있는 작은 갈대 같은 식물들이 늪지 위로 피어있어 그냥 보면 풀인 줄 알고 발을 내딛을 수도 있을 법한 곳이다. 더 신기한 것은 그 늪지에 본사이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본사이부터 2미터도 넘는 큰 본사이까지 군데군데 수 백 그루가 자라고 있다. 그 늪지는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이 거의 없어서 약 50 센티미터 자라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저렇게 큰 본사이가 되려면 대체 몇 년의 세월을 저렇게 서 있었던 걸까?

이 폭이 좁은 다리 위로 광대한 늪을 건넌다



하늘로 솟아 있는 본사이 나무. 아래는 모두 늪지이다.

어떤 지역은 빽빽한 나무 그늘 아래 돌이며 땅이 모두 푸른 이끼로 가득 덮여있는 곳도 있다. 정말 신비한 기운이 넘도는 곳이다. 이곳 어딘가에서 반지의 제왕을 찾으러 가는 프로도와 친구들을 만날 것만 같다. 나무반 블루베리 반인 이곳에 사슴이 블루베리와 잎사귀를 먹어치운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이 남기고 간 블루베리를 따 먹느라 손바닥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것도 몰랐다.

야생 블루베리가 지천이었는데 이미 사슴들이 훑고 갔는지 드문 드문 남아있는 곳도 많았다. 맛은 좀 덜 달았다.

이끼는 습해야 생기는 식물이고 버섯 또한 습지에 생기는 곰팡이의 일종인지라, 이 이끼 나라에 버섯이 엄청 많이 피어 있다. 그런데 그 버섯들이 정말 만화나 동화에서 본 그런 버섯들이다. 반짝반짝한 빨간 지붕에 하얀 점들이 박혀있는 예쁜 버섯, 신비한 분홍 내지는 보라색의 버섯, 오렌지 색 파라솔 같은 버섯, 노랑, 갈색.... 작고 예쁜 이 버섯집에 작은 요정들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보름달이 뜨는 밤에 이 색색의 버섯 집에서 뾰족한 모자와 신발을 신은 요정들이 톡톡 튀어나와 파티를 하는 건 아닐까, 버섯의 종류가 이렇게 많고, 이렇게 예쁜 버섯이 실제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나는 버섯에 푹 빠져 버렸다. 이 구역에서 버섯은 먹는 게 아니고 보는 거였다. 이런 다양한 버섯들이 이 신비한 이끼 나라에 동화처럼 펼쳐져 있다.





스웨덴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수년 전에도 페리를 타고 건너와 헬싱보그를 잠깐 들러 본 적이 있었다. 조금 높은 지대에 올라가서 도시 전경을 보기도 하고 다운타운 구경을 마치면서 작은 커피숍에서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고는 바로 돌아갔던 아주 찰나의 경험밖에는 없기에 스웨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번에 며칠 스웨덴에 왔다 갔다고 해서 좀 더 안다고 할 수도 없다. 나는 거대한 땅의 아주 지극히 작은 점만 한 지점을 다녀왔을 뿐이다. 내 학생의 가족은 몇 년 전에 스웨덴의 가장 북쪽 마을에 가서 아이스 호텔에서 묵고 레인디어 썰매를 타고 황홀한 오로라를 보고 왔다. 제대로 북극 경험을 하고 온 셈이다. 그렇다 해도 그들도 스웨덴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내가 본 이 스웨덴 숲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숲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이 숲은 마치 동화나라 같았고 이 산행은 동화나라를 다녀온 여행 같았다는 내 느낌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스웨덴 숲 속은 정말 매력이 넘치는 신비한 곳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어서 오라고 반기는 듯한 숲길에 발을 내딛는 순간 마법의 나라, 동화의 나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상상이 끊임없이 떠오르는 숲의 나라이다. 프로도와 함께 반지의 제왕을 찾아다니다 올란도 블룸 같은 요정을 만날 것만 같은, 본사이 나라, 푸른 이끼 나라, 버섯 왕국이 존재할 것 만같은, 안데르센의 동화 속 주인공들을 만날 것만 같은 그런 숲 속이다. (안데르센은 덴마크 사람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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