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마시고 제일 먼저 책상 앞에 앉는다. 아무것도 할 게 없어도 일단 앉는다. 커튼을 걷지 않아 어둑한 방 안에 스탠드 불빛이 비치면 멍하니 불빛만 바라보고 앉아있을 때도 많다. 늦은 밤 설거지를 다 끝내 놓고 불을 끈 후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일기를 쓸 때도 있고 그냥 고양이를 안고 노닥거리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큰 책상을 가지는 게 로망이었다. 무게감 있는 원목의 커다란 책상. 스탠드와 펜꽂이만 올려진 말끔한 책상. 그 앞에 앉으면 뭐든 술술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로망이 현실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지만. 지금의 내 책상은 아직 작고 초라하다. 그럼에도 기쁘게 앉는 이유 중 하나는 너무 예쁜 내 스탠드 때문 아닐까.
마음에 드는 스탠드를 구하고 싶어 꽤 오랫동안 여러 사진들을 보면서 책상 위에 올라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앤틱한 실크 갓을 쓴 것부터 미드센츄리 스타일까지. 그러다 찾은 게 지금의 뱅커스 램프다. 어릴 적 브라운관 티브이 속 주말의 명화에서 본 것 같은 초록색 유리갓과 황동색 바디. 평범한 책상이 스탠드 하나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그럴듯해 보이는 건 내 눈의 콩깍지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마음 같아서야 진짜 앤틱 제품을 갖고 싶었지만 지갑 사정상 카피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플라스틱 갓이 아닌 유리갓이고 바닥도 밀리지 않게 마감되어 있어 마음에 든다. 배송받은 날 딸깍하고 불 켜지는 소리가 좋아서 몇 번이나 껐다 켰다 하며 책상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날 하루는 책을 읽어도 일기를 써도 뭔가 특별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아닌 내가 싫어질 때면 일단 책상에 앉아 스탠드를 켠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켜지는 순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내가 된다는 주문을 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