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게 뭔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 때 그때 다르겠지만 꽤 높은 확률로 대답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운동'이다. 10대 때는 아예 할 생각을 안 했었고 20대 초반에는 술 먹고 노느라 운동 같은 건 딴 세상 이야기였다. 그러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 1년 좀 넘어 요가를 했었다. 이사 때문에 요가 선생님이랑 헤어진 후에 헬스 PT를 받아보기도 했는데, 그 해 최악의 소비 1위를 찍은 후 헬스장은 쳐다보지도 않게 됐다. 그렇게 어영부영 운동이랑은 먼 삶을 살아오다 진짜 딱 죽겠다 싶은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젊음으로 눌러왔던 질병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다. 딱 목 아래까지 번진 아토피로 진물이 줄줄 흘러 옷이 젖을 정도였고, 환절기 비염은 자다가 숨을 못 쉬어서 벌떡 일어날 만큼 나를 괴롭혔다. 한약에 주사에 온갖 방법을 써도 안되더라. 한의사 분이 맥을 짚어보고는 체력이 50대 수준이라고 했을 때 아, 내가 정말 몸을 막 썼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상태로는 약 먹어도 소용없으니까 깨끗한 음식 먹으면서 운동하라고, 이러다 나중에 기력 없어서 걸어 다니지도 못한다고 그러더라. 그날로 당장 직장 근처의 요가 센터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동작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분명히 그전에 다 했었던 동작들인데. 겨우 요가다운 요가를 할 무렵 빌어먹을 코로나가 터졌다. 1년 가까이 겁나서 단체 운동을 못 가고 대신 등산을 다녔다. 그러다 마스크가 익숙해질 즈음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체력은 좀 올라왔는데 거북목이랑 턱관절 통증으로 자는 것도 앉아 있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한 선택이었다.
처음엔 솔직히 좀 만만히 봤었다. 유연성은 없지만 나름 버티는 힘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필라테스 첫 수업을 마치고 나는 결국 택시를 탔다. 정말 속된 말로 온 몸이 '조져진' 느낌이었다. 누가 이거 우아한 운동이랬니? 티비 속에 나오는 필라테스는 예쁜 옷을 입고 늘씬한 팔다리를 자랑하는 운동이었는데 애초에 거기서부터 실패였다. 코로나 핑계로 실컷 먹고 찌운 군살들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으며 애초에 우아한 동작은 시작도 못해봤다. 그냥 선생님 손에 끌려서 기구에 바들바들 매달려 있는 게 고작인 첫 수업이었다. 다음날부터 시작된 근육통은 더 끔찍했다. 재채기도 가려가며 할 정도이니 말 다했지 뭐. 근데 신기하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때가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겨우 일어나던 때여서 그랬는지 통증이 오히려 잡생각을 잊게 해 줘서 좋았다.
나는 좀 장비충이라 요가할 때도 매트며 레깅스를 꽤 사 모았었다. 같은 옷을 입으니 돈 쓸 일 없겠네 했는데, 있었다. ‘토삭스’ 이른바 발가락 양말이다. 맨발로 해도 된다는데 위생상 삭스를 권했고 물욕 넘치는 나에게 안 사도 되는 건 없었다. 꽤 여러 가지 종류를 신어봤는데 제일 좋았던 게 토삭스코리아의 것이다. 저렴한 맛에 신은 것들은 금세 올이 풀리거나 늘어나 벗겨지기 일쑤였다. 제법 값이 나가서 큰맘 먹고 사야 했지만 신어보니 이만한 게 없더라. 발바닥 고무가 탄탄해서 자세잡기가 좋고 잘 벗겨지지 않아 운동할 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전문가도 아닌데 사진 찍으려고 옷 입는 거 아니냐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레깅스에 삭스를 챙겨 신는 게 좋다. 꼬물꼬물 발 사진을 찍는 재미에 운동 가는 길이 즐겁다. 이런 걸로 동기부여된다 하면 비웃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러라지 뭐. 나는 예쁜 양말 신고 운동하는 게 조크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