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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지네언니 Feb 16. 2023

230210-16

적응중, 늙어간다는 것, 나의 경제력 이대로 괜찮은가?


고3 스케줄로 살고 있는 요즘이다. 정신없다가 아니라 영혼이 없다 수준. 인생이 달린 입시와 생존이 달린 먹고 살기의 문제. 정말 막상막하가 아닐 수 없다. 농담 같지만 너무 피곤해서 근처 의원에 비타민 맞으러 갈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소공녀 속의 수액 맞는 직장인이 남 일이 아니라 나의 현실이라니. 근데 우스운 건 너무 바빠서 신체 컨디션은 바닥인데 정신적 컨디션은 매우 좋아지는 중. 이 무슨 저주받은 체질이란 말인가. 생각해 보면 나는 바쁠 때는 안 아프다. 그러다 일이 확 줄면 그때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몸만 아픈 게 아니라 정신도 살짝 놓는다. 꼭 바람 빠진 풍선처럼 휘청휘청 사는 기분이다. 어른들은 부지런하게 사는 건 좋은 거라고 했고 친구들은 저주받은 노비 팔자랜다.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열심히 먹고사는데 요 모냥으로밖에 못 버는 게 좀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두고 사는 사람이라 무직보다는 바쁜 게 낫다는 주문으로 자기 위안 중이다.

 


매일 밤 세수하고 팩 붙이고 하는 것-흰머리 뽑기. 어제는 안경 끼고 눈 치켜뜨고 흰머리 뽑다가 내 신세가 처량해서 좀 울 뻔했다. 왜 인간은 아직도 흰머리를 해결 못하는가. 잘린 손가락도 붙이고 남의 심장도 이식하는데 왜 아직 흰머리는 해결 못하지? 흰머리가 일찍 나는 게 가족력이라 이미 30대 초반부터 흰머리 뽑기에 돌입했지만 이제 정말 나이가 들어 그런가 왜 더 서러운 걸까? 늘 나는 예쁜 할머니, 우아한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실은 할머니가 되고 싶지 않은 거였나 보다. 아직은 동안이야!라고 스스로 위안해 봤자 '동안'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이미 늙은 거라는 거 나도 잘 안다. 한 달 만에 급격한 노화가 왔을 리도 없는데 작년까지 되던 동작이 안 되는 걸 늙어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게 된다. (운동 쌤은 절대 들어주지 않지만) 자꾸 기초 화장품에 목숨을 걸게 되고 옷을 사면서도 핏이 달라진 것 같아 속상하다. 그래서 내가 벌써 갱년기가 온 건가 검사를 받으러 갈 생각도 해 봤다. 남들이 들으면 다 먹는 나이 혼자서만 유난 떤다고 하겠지. 철이 없어 그런가 생각하는데 친구가 애를 안 낳아서 그렇단다. 애 낳고 키우면 그것만으로 정신이 없어서 내가 늙는지 마는지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그러고 나서 어느 순간 정신 차려 보면 이미 늙을 만큼 늙어 있어서 현타를 맞을 틈도 없단다. 그런가. 내가 친구들처럼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으면 나도 그런 것에 이미 초연해졌을까?

그러나 여전히 결혼 생각은 개미 똥구멍만큼도 없는 나는 오늘 아침에도 어느 쪽 가르마를 타야 흰머리가 덜 보이는 지 거울 앞에서 무지 고민했었다고 한다


요즘 꾸는 악몽, 늙고 돈 없이 살다 고독사 하는 나를 보는 것. 나만 꾸는 악몽 아니겠지? 이렇게 벌어서 나는 과연 노후 준비가 가능할까? 나는 워라밸 같은 거 챙겨 가면서 산 적 없는데 왜 가난할까.

응 니가 막 썼으니까.

진짜 이제는 이렇게 살면 안 돼. 더 늙으면 어디 받아주는 데도 없다고. 한 푼 두 푼 모아서 떼부자는 못돼도 거지는 되지 말자.

라고 오늘 밤도 주문 외우면서 올영 세일을 검색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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