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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지네언니 Mar 12. 2023

부활

사이비는 아니에요.

몸이 먼저인지 정신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몸도 마음도 다 아팠다. 투잡 시작하고 나서 몸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여유 자금이 생긴다는 생각에 마음은 가벼웠다. 돈 말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다른 일이 생기니 피곤이 배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망가진 생활패턴. 일단 제대로 된 음식을 챙겨 먹지 않고 업무 사이 빈 시간을 카페인으로 때웠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 됐고 먼지와 털이 쌓여가는 걸 알면서도 치울 기력이 나지 않았다. 입 안은 구내혈종, 구내염으로 너덜해졌고 눈 밑 점막이 알러지로 퉁퉁 부어 렌즈는 낄 생각도 못했다. 그나마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운동을 빼먹지 않은게 내가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일 것이다. 설상가상 다음달부터 일이 더 늘 예정인데 이쯤되니 차라리 잘됐다 싶다. 그래 뭐든 하나는 해야지. 몸이 거지면 돈이라도 벌어야 마음이 편해지지. 


올초에 사주를 봤는데 나한테 그러더라. 어차피 편하게 살 팔자 아니니 돈이라도 열심히 벌라고. 나는 집에서 슬슬 놀면서 살면 병난단다. 죽을 것같이 힘들어도 보약 지어 먹으면서 버티는 게 낫다고. 사주같은 걸 믿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상담 간다는 기분으로 한 번씩 보러 간다. 비슷한 건 오오- 하며 믿고 다른 건 에이- 하면서 무시하고. 내가 생각하는 거랑 비슷한 말이 나오면 역시 내가 옳았다며 이유없이 흐뭇해하기도 하고. 예전부터 일이 적으면 시름시름 앓는 인간이라 그렇구나- 했다. 


어쨌거나 새로운 일이 들어온다는 말과 동시에 돈 들어갈 곳이 우수수 쏟아져서 역시 몸보다는 돈이야. 돈이 곧 마음의 평화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고 개같이 부활했다. 고로 다음주부터 가열차게 살아볼 예정. 


열심히 벌고 재밌게 쓰면서 살자. 오늘도 다시 외워보는 진리의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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