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게도 엄마에게 상처받고 화 내고 툴툴거리고 난 후, 내 마음은 내내 그랬다. 당연히 일상을 살지만, 마음 한 구석에 그렇고 그런 감정이 계속 남아있었다. 아니 처음보다 조금 더 복잡한 마음이었다. 엄마에 대한 섭섭한 마음과 동시에 나는 아직 불편한데 엄마는 괜찮나?라는 마음으로 며칠이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딱 일주일을 보내고,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발신자 ‘엄마’ 쓰여 있는 걸 보고 잠깐 쳐다보다 전화를 받았다. 세상 건조하게.
“네.”
“응, 별일 없지? 아니 누구를 찍어야 돼?”
“엄마는 누구 찍고 싶은데요?”
“글쎄, ㅇㅇㅇ은 어때?”
그렇게 누구는 어떻네 누구는 어떻네 대통령 후보에 대해 한참 얘기하고 결론도 내렸다.
“그래, 그 사람으로 해야겠다.”
‘투표’가 불편한 일주일을 깨는 계기가 된 거다.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엄마는 막상 투표하는 날 몸도 안 좋고, 다른 일로 마음도 안 좋아 투표장에 못 갔다고 한다. 그날 왜 마음이 안 좋았는지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를 한참 하고, 그에 대해 나이 든 딸의 잔소리를 한 바가지 들으셨다. 잔소리덕인지 시간이 약이 된 건지 그다음 날은 또 생기발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셨다.
“아유, 그럼 괜찮지. 지금 ㅇㅇ와 거기 가려고 나와 있어. 저기 차 온다.”
“네, 좋네요. 잘 다녀오세요.”
80이 넘은 엄마의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어제는 한 없이 너그러웠다가 오늘은 또 아이처럼 뿔따구가 났다가 한다. 어쩌면 그게 자연스러운 일일 텐데 나는 엄마가 ‘의연한 할머니’였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