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마의 생일이었다.
어버이날과 가까워 해마다 한 날에 식구들이 모이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너도 나도 쉬는 어린이날에 오빠네 집에서 다 같이 만나기로 미리 얘길 나누고, 엄마가 오빠네로 올 버스표를 미리 끊어 엄마에게 카톡으로 보내놨다. 그리고는 다시 엄마가 집으로 돌아갈 차표를 놓고 며칠을 고민했다.
오빠네서 만난 날 집으로 바로 가시게 할지, 아니면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와 한 밤 주무시고 가시게 할지. 이게 며칠씩 고민할 일인가 싶지만 나한테는 그런 일이긴 하다. 어차피 연휴 끝나면 출근해야 하니 여러 날 계시라고 하기도 그렇고, (여러 날 계신다고 하면 몸도 마음도 부담인 것도 사실)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밥 먹고 두어 시간 놀다가 헤어지면 엄마가 서운해하실 것도 같았다. 그렇다고 다 저녁때 우리 집으로 오셔서 하룻밤 주무시고 바로 다음날 모셔다 드리기엔 의미도 없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을 거라 생각했다.
어쩌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서 일단 표는 끊어두자 마음먹었다. 필요 없어지면 취소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놓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다 다다른 생각, ‘오빠도 올케언니도 내 남편도 엄마에게 딱 그만큼인데 나마저 딱 그만큼이면 엄마 너무 외롭겠다.’
암만 생각해 봐도 한 발짝 안쪽에 있을 사람은 나뿐이더라. 응당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어찌되든 상관없이 혼자라도, 아무 날 아니어도 한 번씩 엄마집에 다녀와야겠다는 아주 기특한 생각에까지 다다랐다.
오빠네서 모이기로 한 날 아침, 눈 뜨자마자 남편에게 그랬다.
“이따가 엄마 모시고 오려고, 내일 고속터미널에 모셔다 드리자. 버스표는 취소하는 게 좋겠지? “
“그래, 알았어. 근데 엄마한테 안 여쭤봤잖아. 이따 물어보고 취소해.”
“그런가? 엄마가 안 간다 하시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일단 놔두지 뭐.”
식당에서 만나 밥 먹고 오빠네로 이동하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바로 가실 거예요? 우리 집에 가서 한 밤 주무시고 내일 가세요.”
“아유, 뭘 그래. 내 집에 가야지. 내 집이 제일 편한 거야”
의외의 대답이었다. 물론 나도 내 집이 제일 편하지만 당연히 못 이기는 척 “그럴까?” 하실 줄 알았다.
우리 집에서 하룻밤 주무시고 집으로 가셔서는 교회분들께 아들네도 가고 딸네도 다녀왔다 자랑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가신다고 하셨다.
중간중간 몇 번을 다시 물었는데도 그러겠다 하셔서 취소하지 않은 버스 시간 맞춰 일어났다.
막내와 버스 탑승하시는 것까지 보고 나는 우리 집으로 엄마는 엄마집으로.
내가 아직 집에 도착하기 전, 엄마는 잘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러고 며칠 전 진짜 엄마의 생일이었다.
아이들 학교 보내 놓고 전화했다.
“생일축하해요. 아침에 맛있는 것 좀 드셨어요?”
“응, 고마워. 반찬 여러 가지 놓고 먹었어. 어제는 목사님이랑 둘이 저녁 먹었고.”
여느 날처럼, 엄마 주변 분들 얘기를 한참 듣고 우리 식구들 안부 전하고 ‘그래 잘 지내’로 생일 인사를 마무리했다.
바쁜 5월 지나고 나면 진짜로 한번 다녀와야겠다.
우리 엄마 여든 넘어 혼자 지내고 계신 거 잊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