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_1. 만남

1.1 우리의 강렬했던 첫 만남_상편

by 크렁 아저씨

우리의 공식적인 첫 만남은 코로나가 거의 끝나갈 무렵, 스위스 제네바를 출발하여, 경유지인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루어졌다. 보통 한국 방문을 할 때 선호하는 항공사나 경유지는 가장 최단거리 비행 노선이었던 뮌헨을 거쳐가는 루프트한자항공을 주로 이용하였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에는 기존 항로 대신에 더 남쪽으로 항로를 변경하거나 아예 북극을 경유하는 항로로 바꾼 상태이고, 잦은 연착과 비행 편 취소가 많이 발생했던 시기라서 선호하는 항공사나 노선을 고집하기 어려웠던 시기가 바로 내가 헬싱키를 경유하는 핀에어를 이용한 2022년 12월이었다.


코로나 시절, 나라 간 이동에 유독 제약이 많았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한국 방문은 늘 설레기에 더 길어진 비행시간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기대로 조금도 꺼려지지 않았다. 유럽 내에서 여행하는 여느 때처럼, 제네바에서 헬싱키로 갈 때는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3 좌석씩 있는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보통 우리 4 가족이 비행기 여행을 할 때면, 작은 비행기인 경우, 즉 좌석이 1열에 6 좌석이 3개씩 나누어져 있을 때는, 나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이 함께 앉고, 나는 따로 앉는 식이었다. 그래도 보통 나에게 주어진 좌석은 통로 쪽이 되곤 하여서, 전혀 불편함은 없었다. 출발날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배정된 좌석은 다행히 통로 쪽이었다. 집을 한 달가량 비워야 하니, 이른 아침부터 처리할 것들을 서둘러서 정리하고, 마지막 짐을 여행가방에 쑤셔놓고, 비행기에 오르니, 금방 피곤함이 몰려왔다. 덕분에 비행기 이륙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이륙하고 나서 30분 정도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옆에 앉은 젊은 여성 분의 계속된 기침 소리에 눈이 떠졌다.


그때만 해도, 유럽은 아주 특별한 공공장소가 아니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때였었고, 비행기 안에서도 이것이 적용되던 때였다. 원래 건강과 청결에 유난을 떨던 나였기에, 비행기에서도 KF94만 고집했었고, 비행 중 중간중간 새것으로 바꿔 쓰려고, 가방 안에는 가족 수 4배가 넘는 마스크를 준비했던 나에게 이 상황이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여자분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연신 기침을 해대고, 코를 풀면서, 입을 가리거나 손을 소독하는 배려는 전혀 없었다. 나중에 나에게 일어난 일들로 미루어 짐작건대, 코로나 환자임에 틀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나에게는 마스크를 더 단단히 착용하고, 고개를 최대한 다른 쪽으로 돌리고 있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바이러스 전염이란 공포로 인해 낯선 이를 만나면 서로서로를 믿지 못해 경계를 해야 했던 참 암울했던 시기였다.


내가 이렇게 유난을 떨었던 이유 중에는 한국에 계신 아버지께서 그 전 몇 해 전에 큰 폐수술을 하셨고, 비결핵항산균으로 인해 폐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으셔서, 감기나 코로나와 같은 호흡기 질환이 치명적이라서 자칫 내가 옮길 수 있다는 불안함도 크게 한 몫을 담당했다. 혹시나 모를 전염에 대한 공포에 마스크를 최대한 눌러쓰고 몇 시간을 버티니, 호흡이 좀 불편했지만 그래도 견딜만했다. 이렇게 불편한 비행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던 나는, 헬싱키 반타 공항에 도착해서 한국행 비행기 게이트 쪽으로 걸어가며 들려오는 익숙한 한국어가 더욱더 반갑게 느껴졌다. 게이트를 먼저 확인하고, 여전히 시간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스타벅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단 것을 좋아하는 나는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쵸코라테를 마셨던 것 같다. 예상보다 이른 탑승 안내 방송에 휘핑크림까지 벌컥벌컥 마시고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행 비행기는 보통 때보다는 좀 더 작았고, 한 열에 9 좌석이 있었고, 3개씩 나누어져 있었다. 10시간이 넘도록 혼자 떨어져서 가야 하는 나를 위해서 가족들이 통로를 사이에 두고 둘씩 앉기로 예약을 했었다. 딸과 나는 가운데 섹터에 앉았는데, 내가 가운데 자리로 들어갔다. 옆에는 몸집이 큰 남성분이 앉아계셨다. 내가 인사를 건네자 본인의 다리 쪽을 가리키시며, 개가 함께 있으니 놀라지 말라고 알려주셨다. 2번째 열이었지만, 가운데 좌석에 앉아서 그런지 좀 불편하고 답답함이 느껴졌다. 나에게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모든 승객이 탑승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졌다. 평소에도 잦은 소화불량이 있었던 터라, 처음에는 느껴진 답답함이 서둘러서 먹은 점심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승객이 탑승하기까지 기다렸던 순간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계속된 답답함은 혹시 탑승 전에 벌컥벌컥 마신 쵸코라테 때문일까, 아니면 쵸코에 들어있는 카페인 때문일까에 이르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답답함의 원인을 찾고 있었다.


드디어, 모든 승객들이 탑승을 마치고...


스위스 제네바 상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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