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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만년필 Aug 26. 2024

편도 항공권을 사고싶다

터키-발칸반도 여행기(1)


    스무살 첫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로 줄곧 기한에 정함이 없는 ‘편도여행’을 가고싶었다. 한달이 넘는 긴 시간동안 여러 도시를 여행했음에도 시간에 쫓겨 하고싶은 바를 다 하지 못했던 기억들이 모여 다음에는 꼭 편도항공권만 가지고 여행을 떠나봐야지 생각했던 이후로 16년동안 단 한번도 편도로 여행을 떠나보지 못했다. 대게 한국에서의 삶이 특정 나이에 해야하는 것들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나도 그 나이에 해야할 것으로 보통 예상되는 일들을 해 내느라 3개월이 될지 6개월이 될지 모르는, 심지어는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여행을 감히 시도해보지 못했다. 직장을 잡고 첫 출근 전까지 약 3주간, 연휴를 끼고 휴가를 사용해서 2주간 길게 다녀오는 여행은 더러 있었지만 그 방식으로 내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고 지금에 도래하게 되었다.


    최근 몇년간 해외 프로젝트 담당자로 일해왔고, 마지막 1년간은 독일에서 체류하면서 일 외적으로 다양한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그 중 알프스에 스키를 타러 간 여행에서 만난 두 친구들이 잊고있었던 내 ’편도여행’에 대한 갈증을 깨워주었다. 한 친구는 미국에서 해외인턴을 하고 육개월째 여행중이었으며, 다른 한 친구는 하던일을 접고 독일에 워킹홀리데이로 넘어와서 10개월째 여행중이었다. 그들이 지니고있던 백팩을 보며 부러운 마음을 가졌었는데, 우연히도 나에게 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허락되었다. 이런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최근의 깨달음 덕분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랜 갈증을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다.


    여행을 가겠다는 결심이 선 뒤로 약 2주동안은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최근 1년정도 유럽에서 체류했기때문에 일단 그 외 지역으로 가고싶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었다. 다만 여행중 만나고싶었던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유럽에서 너무 먼 곳도 제외했다. 처음엔 인도양에 몰디브나 발리같은 곳을 생각했지만 휴양지를 돌아다니자니 백팩을 매고 다니는것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외했다. 출장을 많이 다녀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많이 쌓인 덕분에 주로 그 항공사를 이용하는데 직항편 취항도시목록을 보고 마음에 담아두고 며칠 지냈다. 여행 내공이 깊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본인이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을 꼭 가보고 싶은데 못가봤으니 그쪽을 한번 살펴보는건 어떠냐고 귀띔을 해줬다. 이후 여러모로 따져보니 흥미가 생겼고 이스탄불 행 항공권을 결제하게 되었다. ‘편도‘로.


    여러모로 따져보고 결정한 여행지였지만, 딱히 재즈 페스티벌 외에 아는바가 없어 항공권을 구매한 뒤로는 여행에 대한 생각이 시들했다. 스무살시절 여행 준비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며칠간 여행책을 보며 어떻게 할지숙고했었는데, 발걸음을 옮겨 도서관으로 가지는 않고 Youtube에 여행 영상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여행기가 고화질 영상으로 업로드되어 있었고, 흥미가 가는 영상부터 시청해 나갔다. 단연 제일 많은 양의 컨텐츠는 터키 먹거리에 관련된 것들 이었다. 백종원씨의 여행 먹거리 탐방 관련 컨텐츠들은 매우 맛있어보였고 꽤 많은 조회수를 가지고 있었다. 시청한 영상에 영향을 받는 Youtube 알고리즘 특성상 계속해서 식도락 컨텐츠들이 추천되었고 한동안 터키에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며칠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이스탄불 외에 계획이 전혀 진전되지 않아 집근처 구립 도서관을 결국 찾게 되었다. 나에겐 낯선 나라였지만 다양한 여행기와 안내서가 있었으며 대략 어느 도시들을 거쳐가는지 스캐치를 해볼 수 있었다. 다만 마음에 드는 장소가 생기면 충분히 체류하겠다는 내 여행 컨셉에 맞게 최초 이동 동선을 제외하고는 예약을 하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들의 각자 여행법이 있을테지만 내 방식은 철저히 현지에서 파악하는 정보들을 기반으로 유연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호한다.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들은 유용하지만 현지 감각이 없는채로는 그저 흘러가는 정보가 되기 십상이고 모든 경우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가능한 선택지에 대해 조사하되 예약을 하거나 하지는 않고 여행지에서 많은것들을 결정하곤 한다. 따라서 출국일이 다가오며 상세한 계획을 세우는 일 보다는 여러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짐싸기에 집중했다. 장기 출장때와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물건들로 짐을 꾸렸다. 유사시 기내수하물로 가지고 탈 수 있을만한 백팩과 소분한 생필품들, 체온유지와 아플때를 대비한 옷가지와 의약품들 그리고 각종 케이블들. 이번 여행에는 짐 분실을 대비한 Airtag도 하나 구비했다. 짐을 다 꾸리고 로켓배송으로 구매한 오뎅국물 티백이 도착하자 터키 출국일이 도래했다.


터키 여행서적에 표시된 맛있는 현지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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