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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만년필 Aug 28. 2024

역사맛집 이스탄불

터키-발칸반도 여행기(2)

6월 19일 인천에서 이스탄불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기를 타고 튀르키예로 떠났다. 매번 프랑크푸르트행 항공편만 이용하다가 그보다 가까운 이스탄불까지만 여행을 하니 상대적으로 가깝다고 느껴졌다. 이스탄불 여행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Old town과 공항은 약 2시간 정도의 거리이고 공항버스나 공항철도를 이용해서 이동할 수 있다. 이스탄불의 대중교통은 우리의 교통카드 시스템과 유사하게 이스탄불 카르트(Istanbul Kart)를 구매해 카드에 요금을 충전해두고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조사했기때문에 공항철도 역에서 이것부터 구매하기 위해 판매기기앞에 섰다. 영어로 된 안내에 따라 어렵지 않게 카드를 구매할 수 있었고, 신용카드 Contactless 결제를 지원하기 때문에 여행때 주로 사용하는 트래블월렛을 이용해 카드를 구입하고 200리라정도를 충전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공항철도를 타고 가다가 일반 지하철로 한번 갈아타야 하는 서울로치면 합정역 정도의 위치에 잡았는데, 지하철로 환승할때 구매한 카드가 인식이 되지 않아 당황하는 일이 있었다. 당황해하며 다시 지하철 티켓머신에서 다시 카드를 구입하고 충전해 남은 여정을 이용했는데 알고보니 공항철도에서 구매한 카드는 이스탄불카르트가 아닌 국철 이용 카드에 해당하는 카드였기 때문에 이용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공항에서 카드를 구매할때 티켓 머신을 잘 확인해 이스탄불 카르트를 판매하는 기계를 선택했어야 했던 것이다.

지하철을 내려 갈라타 타워 근방에서 호텔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밤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임에도 갈라타 타워 근방의 거리는 사람들로 매우 붐볐다. 한낮의 날씨가 매우 더워 주간에 활동을 하지 못하니 해 진 이후부터 심야까지 활동을 하는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수많은 사람들 사이사이로 길고양이들도 많이 보였는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아 신기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한 숨 돌리니 이슬람 기도를 알리는 방송이 온 도시를 덮어왔다. 생전 처음듣는 제3세계의 기도소리와 지나오며 만난 사람들과 고양이들이 이국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튀르키예의 첫인상을 만들어주었다.  

이 도시를 공부하며 옛 콘스탄티노폴리스를 Old Town으로 칭하고 다리건너 Galata Tower근처를 상대적 뉴 타운으로 파악했는데, 2천년된 올드타운에 비해 뉴타운이라는 이야기이지 다녀보니 이곳 역시 매우 오래된 도시였다. 갈라타 언덕 아래와 위를 이어주는 트램/지하철을 보면 피부로 와닿는데, 국내 모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문세윤씨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이라고 설명했듯 이곳 역시 꽤 오래된 유서깊은 지역이었다.

이 멋진 갈라타지역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사람들이 극찬해 마지않는 카이막을 맛보러 향했다. 서울에서 치즈김밥 하는집이 매우 많은 것처럼 이곳에서 카이막 역시 흔한 음식이기에 구글맵에서 카이막 하는 가게를 찾아 방문했다. 유명 관광지 근처라 그런지 한국의 많은 촬영팀도 다녀간 곳을 가게 되었는데 문앞에 개그맨 박명수씨 사진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이사람들 장사 잘하네, 하는 생각을 하며 들어갔다. 카이막과 수주쿠 유물타(소시지 계란오믈렛)를 주문해 맛보았는데, 유지방의 풍성함과 꿀의 단맛이 어우러지니 이건 맛이 없을수가 없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카이막은 여행중 보일때마다 사먹고 마트에서도 사먹기도 했다. 수주쿠 유물타는 소세지의 짠맛이 오믈렛맛과 어우러져 아침식사로 꽤나 잘 어울렸다. 음료로는 차이(홍차)를 마셨는데 터키사람들은 중국사람들이 녹차마시듯 계속 차이를 마시는 것 같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 이 역시 여행중 거의 매일 마시게 되었다.

훌륭한 첫 아침식사를 마치고 동네를 탐방하려 언덕밑으로 내려가는길에 재미난 일을 겪었다. 왠 구두닦이 아저씨가 솔을 떨어뜨리고 가길래 불러세워 떨어진 솔을 주워줬더니 고맙다며 내 하얀 운동화를 닦아주겠다고 했다. 순진하게도 순전히 고마움의 표시일거라고 생각한 나는 내키지 않지만 신발을 내어줬는데 닦는내내 본인의 불우한 경제사정을 이야기하더니 신발닦아준 값을 달라고 요청해왔다. 선의로 조금이라도 사례하려했던 마음은 돈달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사라졌고, 황당한 마음에 몇리라 주고 그를 떨쳐냈다. 내려와서 커피한잔하며 생각해보니 클래식한 수법에 당한 것 같아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이후 여행내내 조심하게 되었기에 액땜했다 생각하고 말았지만 역시나 기분상하는 일이었다.



이스탄불은 1500만명의 인구를 갖고있는 유럽에서 보기 드문 큰 도시다. 이 도시가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대형화되기 시작한 것은 4세기 콘스탄티노플 황제가 제국의 수도를 로마에서 이곳 이스탄불로 옮기면서부터이다. 지금의 이스탄불은 그때보다 몇십배는 커진 도시지만 엣 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는 이스탄불 핵심 관광지를 품고있다.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아야 소피아(영문명 Hagia Sophia), 역사상 2번밖에 뚫리지 않은 테오도시우스 성벽등이 대표적이다. 갈라타 다리 근처에서 올드타운 방향으로 보이는 거대한 모스크 모습에 이끌려 목적지를 아야소피아로 정하고 구매한 이스탄불카드를 이용해 트램을 타고 옛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이동했다.

술탄 아흐메트 광장근처에서  트램을 하차해 몇 걸음 걸으니 좌우로 거대한 모스크 건물이 바로 보였다. 두 건물 모두 압도적인 크기로 보는이로하여금 경외감을 들게 만들었다. 아야소피아 앞으로 가보니 수많은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자세히 몰입해서 보지 않아도 범상치않은 건물임을 바로 알 수 있는 이 건축물이 1500년전에 지어졌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팟캐스트에서 진행자가 외계인이 지어주고 간 거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느낌이었다. 2024년에 인터넷에서 AI가 그림을 그려주는 시대에 살고있는 내가 봐도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더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뒤편에 블루 모스크(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는 크기로는 아야소피아보다 작다고 하나 이또한 굉장한 느낌을 주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록된 이 건축물은 이슬람 건축물에 생소한 나에게 이 종교는 어떤종교일지 궁금증을 갖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두 모스크 모두 서울 명동성당처럼 실제 종교행사에 사용되고 있었고 종교인들이 기도에 관광객들이 방해되지 않도록 입장시간을 통제하고 있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내일 다시 방문하는것으로 하고 Eminonu지역(선착장 근처)로 걸어서 이동했다.


출출하던 차에 두 모스크 근처에 파는 누텔라 바른 빵을 사먹었으나 기대에 못미치는 맛이었고, 이지역에 터키 디저트로 Barklava로 유명한 가게가 있다고 해서 Hafiz Mustafa 1864로 향했다. 가는길에 바클라바 상점이 상당히 많았다. 도착한 가게 1층은 온통 디저트들로 가득했으며 대충 보기에도 종류가 상당히 많았다. 2층에 올라가 메뉴판을 받으니 무엇을 골라야할지 더 막막해졌다. 튀르키예지역에 피스타치오가 맛있다는 소리가 기억났고 메뉴판 배치 상 메인으로 보이는 피스타치오 바클라바와 차이를 주문해 맛보았다.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달아 별로 안좋아할 법 했는데, 한입 먹자마자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음주를 지양하는 이슬람 율법에 영향을 받아 술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침 여행을 앞두고 나도 단주를 하고 있던 터라 한동안 음주를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일이 없었다. 바클라바가게에서 차이를 즐기는 사이 혼자 찾아온 남성 손님들을 여럿 봤다. 서울이었으면 남자혼자 케이크가게에 와서 디저트트와 홍차를 즐기고 가는 일이 낯설었을테지만 이곳에선 매우 익숙한 풍경인듯 싶었다. 그들은 마치 멋진 시가를 하나 피우고 돌아가는것 처럼 바클라바와 차이를 즐기고는 가게밖으로 떠났다. 달디단 바클라바를 나도 한입 더 먹어보니 술이없는 이곳에서 단맛의 디저트로 스트레스를 풀며 살아갈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주하는 기간동안 당산동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모든테이블에 있는 소주와 맥주병들을 보았을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과하게 술을 마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외에 스트레스 풀 방법이 없으니 다들 이렇게 사는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이 나라에서는 단 음식으로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털이 수북한 튀르키예 청년의 오후시간을 바라보았다.



다음날 아침식사로 백종원씨가 최근 영상에서 추천했던 고등어 케밥을 먹으러 다녀왔다. 케밥 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겐 어떤 Wrap 종류를 뜻하는것 같지만 실제로는 ’구이‘라는 뜻을 갖고있다. 생각하는 Wrap은 Durum정도로 표현되고 향했던 가게이름도 Karakoy Balik Durum이었고 카라쾨이 생선 랩 정도의 상호이다. 고등어케밥은 기대한 바 보다 훨씬 맛있었다. 어느정도 비리겠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비리지도 않았고 항상 먹던 치킨/비프 케밥과는 다른 신선하고 상큼한 느낌이 들었다. 터키 요거트음료 Ayran과 함께했는데 너무맛있어서 한개 더 사먹고 배부르게 나왔다.

전날 두 모스크의 내부에는 들어가보지 못해서 아야소피아 입장권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다시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아야소피아는 현재 모스크지만 원래는 카톨릭 성당으로 건축되었고 특히 최근 70년을 보면 관광객들에게 개방했다가 다시 모스크로 회귀하고 비공개 하는 등 여러 변화를 거친 역사를 갖고있다.현재는 티켓을 구매하면 2층을 관광할 수 있다. 1층은 이슬람 기도시간을 피해 공개되 특정 시간에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외부에 따로 세워진 아야소피아 박물관에서 이 건축물과 콘스탄티노폴리스에 관련된 멋진 이야기와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이 성당은 본디 내부가 모두 금박 모자이크로 장식되었는데 모스크로 바꾸는 과정에서 회벽으로 장식을 덧칠했고 이게 지진때 떨어져나가면서 많이 손상되었다고 한다. 그래서그런지 내부로 들어갔을때 일부 금박 장식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되려 아랍어로 쓰인 대형 이슬람 율법 간판이 더 멋지게 보였다. 아야소피아 1층은 시간이 맞지 않아 들어가보지 못하고 이어서 블루모스크 내부에 들어갔다. 모스크는 유럽의 다른 성당들과 달리 바닥에서 기도하는 특성상 카펫으로 바닥이 깔려있어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록 설계되어있다. 덕분에 바닥에 가부좌를틀고 앉아 내부 장식들을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는데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고려해 꾸며진 내부모습들은 환상적이었다. 한참을 감탄하며 구경하다가 기도시간이 도래해서 밖으로 나왔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박물관 구경도 꽤나 가치있었다. 기원전부터 출발하는 이지역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역사와 하기야소피아 건축역사를 뮤지컬 공연보듯 꾸며놓았으며 한국어 오디오도 준비되어있어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기에 꼭 추천하고 싶다.


저녁에는 이스탄불카르트로 페리를 타고 곱창케밥이 유명하다는 아시아지역으로 살짝 넘어가 홍합밥과 코코레치(곱창케밥)을 맛봤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며 이 바다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낀 이 도시의 멋진 매력포인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항공편을 이용해 네브셰히르(괴레메)지역으로 넘어갈 예정이기에 일정을 마무리하고 전반기 이스탄불 여행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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