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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근무와 사내메신저

Slack, 끝나지 않는 업무

by 그럴수있지 Feb 12. 2025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이라면 이제 사내 메신저 사용은 흔한 일이다. Microsoft Teams, 네이버웍스, Slack 등 유명한 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카카오톡이나 Telegram 등 메신저를 사용하니 메신저에서 자유로운 직장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녁에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 메신저 알림이 오는 일은 흔하고, 꺼 둔 경우에도 습관적으로 메신저를 확인하는 일이 잦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나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며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자, 주말에도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일이 많아졌다. 원격 근무와 사내 메신저는 일하는 환경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실시간 소통 도구의 양면성


이메일로 소통하던 시대에서 사내 메신저 시대로 넘어가며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실시간’이라는 점이다. 회의를 잡지 않아도 즉시 소통할 수 있으며 빠른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필요한 파일, 이미지, 링크를 바로 공유해 의사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대화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 나중에 의사 결정 내용을 혼동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PC부터 모바일 환경과 Web까지 모든 플랫폼을 지원해 언제 어디서나 대화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늘 대응해 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의 알림 소리와 PC 메신저의 번쩍이는 ‘새 메시지’ 알림은 언제나 우선순위가 높다. 하던 작업에 깊이 집중했다가도 왠지 내 순서에 답해 주지 못한 게 있어 진행되지 못하는 일이 있을까 싶어서 알림을 확인하게 되면 금방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만다. 또 대부분 일부 메신저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여부를 알려 주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압박이 더 심하다. 한국 문화의 특성상 ‘읽씹’과 ‘안 읽씹’은 상대방에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간편함을 선물한 메신저는 부담감과 압박감도 함께 선물해 줬다.


Zoom과 화상 회의의 보편화


요즘은 면접을 포함해 많은 회의가 화상 회의로 대체되고 있다. 화상 회의는 매우 편리하다. 물리적 공간을 찾기 위한 수고와 그 장소까지 이동하는 불편까지 모두 없애 준다.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게 화상 회의의 순작용이라면 그 부작용은 사람들이 회의를 예전보다 가볍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는 일이 필수적이었으나 이제는 그런 수고로움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회의가 가볍게 느껴진다. 또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내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해도 ‘딴짓’을 하기 너무 쉬운 환경이다. 그래서 대화 상대방이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다자간 회의에서 나에게 해당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즉시 ‘딴짓’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좋게 말하면 ‘멀티태스킹’이 될 수도 있지만 대면 회의였다면 없었을 행동이니 ‘딴짓’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화상 회의로 일단 잡자는 마음으로 회의가 쌓이다 보면 일정은 어느새 빈틈없이 들어차게 되고 연이은 회의는 업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여러모로 화상 회의 자체를 대면 회의만큼 중요하게 여기면 해결될 일이지만, 이미 사람들의 인식 속엔 상대적으로 가벼운 화상 회의라는 인식이 심어졌다.


원격(재택) 근무가 가져온 변화


팬데믹 현상으로 사무실에 갈 수 없는 상황에 기업들이 선택 중 하나가 원격 근무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 생기는 장점은 꽤 많다. 기업 입장에서 사무실을 유지하는 데 드는 여러 제반 비용이 줄고 다양한 환경에 처한 우수한 인재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출퇴근 교통 지옥을 벗어나 편하게 근로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집이 곧 사무실이 되어 버렸다.

과거에는 사무실을 벗어나 퇴근하면 개인의 삶과는 분리시키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 밖에서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면서 그 경계는 점차 모호해졌다. 스스로 경계를 잘 구분해 개인 삶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업무 시간이 증가되는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언제 어디서나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실제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부 기업들은 집중 업무 시간 같은 제도를 도입해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들이 미치는 영향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그리고 실시간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든 기술들은 일을 하고 싶지만 특별한 제약들로 인해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붕괴시켰다. 사무실을 벗어나 PC를 종료하는 것을 ‘퇴근’이라고 불렀던 시절과 달리 이제 우리는 사무실 밖을 나와도 ‘퇴근’한 게 아니기도 하다. 업무를 계속 하기 때문이다. 이는 근로자들이 번아웃 현상에 빠지게 하는 위험도를 증가시킨다. 장시간 근로는 당연하게도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이제 모두의 건강을 위해 offline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기술의 발전을 활용할지 고민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퇴근 후에는 업무용 메신저의 알림을 과감히 끄고, 주말에는 노트북을 열지 않는 등 스스로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도 야간 메시지나 주말 업무 연락을 자제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편리한 소통 도구들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하지, 끊임없는 업무의 굴레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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