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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 준말 쓰기

by 박사력

글쓴이는 지금껏 우리말의 특성을 살리고 간결한 문체를 위해 한글맞춤법에 따른 준말 위주로 글을 썼다. 그런데 우리나라 신문 기사, 사설을 제외한 국정교과서, 공문서, 문학작품 등은 본말 위주로 표기하고 있다. 이에 글쓴이도 현재 출판물 등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하여'의 준말 '해'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본말 쓰기로 변경한다('페르시아 후예 이란의 역사'부터). 아래는 한글맞춤법 본말, 준말 주요 규정과 이에 대한 글쓴이 생각이다.


1. 한글맞춤법 본말, 준말 주요 규정

① 한글맞춤법(준말 제34항 붙임 1, 붙임 2)에 따라 어간 ‘ㅐ’, ‘ㅔ’ 뒤에 어미 ‘어’, ‘었’이 어울린 준말(개어→개, 내어→내, 베어→베, 세어→세, 패어→패)은 본말, 준말 모두 표준어로 인정한다.

② ‘하여’가 줄어 ‘해’로 된 준말인 경우는 본말, 준말 모두 표준어로 인정한다.

③ ‘ㅏ’, ‘ㅓ’로 끝난 어간에 ‘아’, ‘어’가 어울릴 적에는(가+아→가, 서+어→서) 준말만이 표준어다.

④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예: 또아리→똬리, 소리개→솔개, 새앙쥐→생쥐, 무우→무, 새암→샘, 배암→뱀, 비음→빔 등).


2. 본말, 준말 쓰기에 대한 생각

몇 해 전부터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준말이 사라졌다. “공부를 했다”하지 않고 “공부를 하였다”라고 한다. ‘했다’가 ‘하였다’의 준말이기 때문에 안 쓰는 것이다. 심지어 교과서에 들어와 있는 문학 작품 속의 준말도 죄다 본말로 바꾸고 있다(이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결례이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은 “운동을 했다" 하지 않고 “운동을 하였다”라고 쓴다. 그런데 실제 입으로 하는 말은 모두 준말이다. 글을 쓸 때 본말을 쓰게 하는 것은 말과 글의 간극을 더욱 벌려 놓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말은 준말이 아주 발달해 있다. “(너는) 어제 어디(를) 다녀왔어?” “응, (나는) 고향(에) 갔다 왔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준말뿐만 아니라 주어(‘너와 나’), 조사(‘는, 를, 에’)도 모두 생략해 버린다. 우리말의 ‘효율성’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우리나라 어문 교육 정책의 ‘본말 쓰기’(준말 안 쓰기)는 우리말의 특성에 맞지 않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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