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제대로 된 독서를 해야 문해력과 사고력이 길러진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독서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수시로 변하는 입시정책과 사교육 트렌드에 따라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하물며 '독서교육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도 견해가 엇갈린다. 이에 글쓴이의 체험과 독서교육 전문가들의 책 중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을 참조해, 독서교육에 관한 바른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먼저 국내외에서 출간된 영유아기 및 유치원생(이때 독서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독서교육 관련 책 중에서, 글쓴이가 읽어 본 후 가장 공감이 가는 세 권의 책을 소개한다.
첫째는 "문해력 유치원"(최나야, 정수지, 최지수, 김효은, 박상아, 2022년 출간)이다. 이 책은 서울대(아동가족학과) 최나야 교수와 부설 아동언어인지연구실 연구원들이 개발하고 정리한 기초 문해력 발달 프로그램이다. 이 책은 학교의 교육 과정에 따르는 정형화된 읽기 및 쓰기의 관습적 문해 학습에서 벗어나 아이가 자연스럽게 읽기 및 쓰기에 관심을 보이게 하는 발현적 문해 학습에 중점을 둔 책이다. 즉 영유아가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12가지 테마, 문자와 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읽고 쓰는 능력을 키워주는 93가지의 문해 활동 놀이를 통해 아이의 생각 머리를 키우기 위한 첫발을 떼도록 도와준다. 글자를 모르는 유아부터 이제 막 한글을 깨친 아이까지, 상황별로 아이가 재미를 느끼고 능동적으로 문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움의 방법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특히 읽기와 쓰기를 처음 배우는 단계의 유아에게는 관습적 문해(학교 교육과정에 따라 정형화된 읽기·쓰기 행동) 보다는 발현적 문해(영유아기에 자연스럽게 보이는 읽기·쓰기 행동)를 키워 주려는 부모의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재미없고 맥락이 없는 학습지로 아이의 문해를 지도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발현적 문해 활동을 제공해야 아이의 문해력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둘째는 "다시, 공부머리 독서법"(최승필, 2025년 출간)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18년 출간해 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공부머리 독서법"의 후속 편으로 영유아와 초등 저학년의 독서교육에 알맞게 꾸민 책이다. 저자는 10여 년 동안 대치동 학원가에서 독서, 논설 강사로 이름을 날리던 독서교육 전문가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까지 구구단도 못 외운 채 반에서 꼴찌를 하던 열등생이었는데, 우연히 "플랜더스의 개"라는 동화를 읽고 독서의 매력에 빠져 1년간 300권의 책을 읽었다. 이후 질병으로 고등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내신성적이 9등급이었지만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았다. 그는 이러한 비결로 몰입 독서를 꼽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서는 고통스러운 수련 과정이 아니라 흥미가 가는 책을 찾아 재미있게 읽는 행위일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독서의 모든 효용은 바로 이 행위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또한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책도 빠져 읽으면 단기간에 보고도 믿지 못할 정도로 급격히 문해력이 향상된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책도 재미를 느낄 수 없다면 문해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는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언어능력 평가 수치로, 성적으로 명확하게 측정되는 객관적인 사실이다."라며 재미있는 책을 골라 몰입해 읽어야 한다고 재삼 강조한다.
셋째는 "시냅스 독서법"(박민근, 2020년 출간)이다. 저자는 20년 넘게 독서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체감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특히 저자는 잘못된 독서, 이를 테면 지나치게 독서량에만 치중하거나 개성을 고려하지 않은 독서는 아이들이 고통만 받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독서야 말로 최고의 독서이며, 아이의 두뇌신경세포를 활발하게 해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는 시냅스 반응을 활성화하는 '독서기쁨'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재미, 책=기쁨이라는 연결고리가 단단하게 구조화되면, 책을 손에 쥘 때마다 아이의 두뇌 속에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마구 솟아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공부머리를 키우고 자기 주도학습력을 향상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도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반 전체 57명 중 54등이었는데, 공부에 몰입한 후 고3이 끝날 무렵에는 반에서 3등까지 올랐고, 재수를 하며 연세대 국문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 또한 독서 몰입으로 길러진 공부 몰입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글쓴이는 어린 시절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 마을에 살았기 때문에 동화는커녕 만화와 같은 읽을거리도 변변치 않았다. 그래도 선친께서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신문("한국일보'')을 구독하셨는데, 농사일을 마치신 저녁에 이웃 분들에게 그날의 흥미로운 기사를 읽어 주셨다. 어느 날 신문 1면에 주먹만 한 글자로 게재된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1968년 1.21 사태)' 기사를 실감 나게 읽어주시던 선친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신문은 한자(漢字) 투성이라 뜻을 제대로 알리 없었지만 교과서 말고는 별로 읽을거리가 없었기에, 글쓴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한국일보"를 읽었다. 저녁이면 선친께 신문 기사에 나온 한자 뜻을 여쭙던 기억이 새롭다. 글쓴이가 어린 시절 신문기사의 뜻을 헤아리기 위해 온 정신을 몰입했던 독서 습관이 지금껏 유지되어, 그동안 읽은 수많은 역사책 등의 내용을 대체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1년 동안 브런치에 수십 편의 역사에세이를 쓰는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글쓴이가 약간이나마 문해력과 기억력을 갖추게 된 것은 스스로 읽을거리에 대한 흥미와 몰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문가들이 꼽는 독서교육의 키워드는 '흥미(재미)'와 '몰입(숙독)'이다. 특히 "문해력 유치원"의 저자 최나야 교수는 아이가 재미를 느끼고 능동적으로 문해 활동에 참여할 때에 비로소 배움이 일어난다고 하면서, 즐겁게 배운 아이가 앞으로의 삶에서도 스스로 문해력을 키워나갈 동기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다만 세 전문가는 독서교육에 대해 같은 듯 다른 부분이 있다. 즉 최승필 작가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찾아 다독하기를 권하고, 박민근 작가는 다독보다는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읽기를 권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서도 최승필, 박민근 작가는 부정적인 반면 최나야 교수는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부모가 함께하면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반면 독서를 위한 학원 등의 사교육에 대해서는 세 작가 외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부정적이다. 특히 최승필 작가는 아이의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듣는 공부시키는 사교육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학원은 읽고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라 듣고 이해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문해력 향상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결론적으로 아이의 독서교육은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가지고 몰입할 수 있도록 부모가 아이와 함께 즐겁게 상호작용하면서 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는 젊은 시절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두 딸의 독서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다만 "명심보감"과 "소학"은 짬을 내어 가르쳤다). 그래서 멀지 않아 태어날 손주들의 독서교육에 보태기 위해 근래 여러 권의 독서교육 책을 읽었다. 그중에서도 위 세 권의 책이 돋보였다. 두 딸과 사위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글쓴이도 종종 손주들 고사리 손잡고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독서놀이'에 함께 빠지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